당시에도 폐수에 섞인 수은이 바닷물에 희석돼 안전한다는 주장..9년후 1300km 떨어진 곳에서 발병

피해자들 "희석해서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 못 믿어"

[정현숙 기자]= 일본에서 사상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로 기록된 미나마타(水俣)병 집단발병 사태는 3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 사태로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1일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열린 미나마타병 공식 확인 64주년 행사.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5월 1일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열린 미나마타병 공식 확인 64주년 행사. [교도=연합뉴스]

2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미나마타병 피해자·지원자 연락회는 전날 미나마타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에 물을 섞어 희석한 뒤 오염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바다에 버리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나마타병 환자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폐수에 섞인 수은이 바닷물에 희석돼 안전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판박이인 셈이다.

이날 피해자·지원자 연락회는 "미나마타병의 교훈을 전혀 돌아보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려는 것"이라며 이 결정에 단호하게 항의하고 반대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물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라며 "인체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류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를 희석하더라도 바다에 방출되는 총량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연환경에 배출되는 공해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체에 농축돼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나마타병으로 경험했다"라며 "삼중수소 등을 함유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선 방류해선 안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나마타병은 1956년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미나마타시(市)에 있던 한 화학공장이 지속적으로 방류한 메틸수은 함유 폐수로 인해 주민들이 집단으로 수은 중독성 신경질환을 얻게 된 사건이다. 미나마타만(灣)에서 잡힌 물고기와 조개를 먹은 지역 주민들이 어패류에 축적된 수은을 간접적으로 섭취해 신경 마비와 언어장애, 난청 등의 증상을 일으켰고 수백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미나마타병이 공식 확인된 지 9년 뒤인 1965년에 니가타(新潟)현에서도 공장 폐수가 원인인 미나마타병이 확인되고 발병 환자가 나타났다. 니가타현은 미나마타시에서 1324km 떨어져 있었지만 수은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거리상으로 서울에서 제주도까지의 455km 거리 3배에 달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04년 최종 승소했고, 미나마타병 50주년인 2006년 4월 세워진 위령비에는 희생자 314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지난 1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마라'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마라'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신 상태에서 수은에 중독돼 지금 현재까지 태아성 미나마타병을 앓고 있는 피해자 나가이 이사무(64) 씨는 "미나마타병에 걸려 고통스럽다. (제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지 말아 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일본 정부에 호소했다.

연락회 사무국에서 활동하는 다니 요이치(72) 씨는 기자회견에서 "미나마타병으로도 이만큼(엄청난) 피해가 나오고 있다"라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물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을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201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수은조약당사국총회에서 수은 피해 근절을 호소했던 마쓰나가 고이치로(57) 씨는 "왜 아무렇지도 않게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느냐"라며 "일본이 세계의 모범이 되지 않는다. 부끄럽다"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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