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疏通]

어려우면 물러난다.

‘오자병법’ ‘요적’ 제2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다음으로, 점쳐볼 것도 없이 적과의 교전을 피해야 하는 경우가 여섯 가지 있다. ‧‧‧‧‧‧이 모든 조건이 적군에 뒤떨어질 때는 생각할 것도 없이 싸움을 피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승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 때 진격하고,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면 물러나야 한다.

‘좌전’(기원전 597년 선공 12년조)에는 “나아갈 만하면 나아가고, 어려우면 물러서는 것이 군대를 제대로 다스리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난이퇴’는 일반적으로 말하듯이, 곤경에 처하면 곧 후퇴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전쟁의 상황에 근거하여 움직이고, 승산이 없는 작전인가를 잘 파악하여 계획적으로 퇴각함으로써 다시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창조하라는 뜻이다. 이는 마치 ‘백전기법’ ‘퇴전(退戰)’에서 “적이 많고 내가 적으며 지형이 불리하여 싸울 힘이 안 되면 적을 피해 물러나 군대 전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계략과 ‘진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면 진군한다’는 ‘견가이진(見可而進)’은 상반되면서도 서로 보완 작용을 하는 책략이다.(‘견가이진’ 참조)

적의 정세‧지형‧아군의 정세 등의 차이에서 ‘진’과 ‘퇴’가 결정 난다. 진군할 수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진군할 것이며, 그 반대면 거리낌 없이 물러나야 한다. 

‘진서(晉書)’ ‘문제기(文帝紀)’에 이런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삼국시대인 344년, 위의 장수 조상(曺爽)은 6~7만 군대를 거느리고 촉의 한중을 공격해 들어갔다. 이때 한중의 촉군은 3만이 채 안 되었다. 위군이 몇 차례 도발을 해보았지만 촉군은 좀처럼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사마소는 여러, 장수들에게 “촉군이 험한 곳을 의지해 수비에만 치중하고 있어 공격해도 함락할 수 없으니, 돌아갔다가 시기를 보아 다시 싸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위군은 철수를 단행했다.

‘지난이퇴’의 ‘퇴(退)’는 진공중의 ‘퇴’이자 움직이는 중의 ‘퇴’이며, 새롭게 작전 방향과 작전 목표를 선택하기 위한 ‘퇴’다. 견고하게 방어하면서 이 책략을 사용했다가는 상대에게 오히려 혼쭐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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