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프리존]임은희 기자= “재벌은 자식이 웬수고, 정치인은 측근이 웬수”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대한민국의 재벌가는 2~3세의 일탈로 국민들을 실망시킨 적이 많다. 마약, 폭행, 성추문, 상속 등 크고 작은 일탈로 사회면 톱기사를 장식하곤 했다. 오죽했으면 나쁜 재벌 상속자의 밤죄를 모델삼아 ‘베테랑’이라는 영화로 제작돼 초절정 인기 몰이를 한 적도 있다. 한 마디로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꼭 맞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사회의 귀감이 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재벌가도 있다. LG그룹의 경우가 그렇다. 구본준 전 LG그룹 고문이 지난 1일 LG에서 계열 분리한 신설 지주 LX홀딩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구본준 회장은 LG그룹 성장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19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한 뒤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상사 등 대표를 맡아 형인 구본무 회장을 잘 보좌했다. 특히 지난 2018년 故구본무 회장이 별세해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그룹 회장이 되자 곧바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는 구인회 LG 창업회장 때부터 그룹 경영권은 장남이 맡고, 동생들은 일부 회사를 분리·독립해 나가는 집안 전통에 따른 퇴진이었다. 구 회장은 퇴진 후 독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나섰고, 이제 LX홀딩스를 출범시킨 것이다.
LX홀딩스의 출범이 남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는 국내 굴지의 일부 대기업들이 흔히 겪는 ‘형제의 난’과 같은 경영권 다툼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일부 대기업은 아직도 법정다툼을 일삼고 있어 대조적이다.
구본무 회장은 LG 주요 계열사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뛰어난 경영인으로 인정받는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탁월한 경영 능력과 글로벌 경영 감각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핵심인 LG상사를 중심으로 2차 전지 원료인 미래 광물 분야와 신재생, 친환경 산업, 포트폴리오를 혁신하고 헬스케어 등 신사업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Next Society》에서 대기업이 직면할 최대 도전을 ‘사회적 정당성의 획득’이라고 예측했다. 즉 그 가치, 그 사명, 그 비전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본준의 LX홀딩스는 모범적인 모그룹과의 분리·독립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 획득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구 회장의 새로운 도전이 경영권 다툼에 찌든 다른 기업에 반면교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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