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교수, 네타냐후 총리 '부패 혐의, 총선 패배'로 정치적 위기 내몰려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70년 넘게 이어지는 중동 분쟁의 뇌관으로 꼽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충돌이 또다시 격화되어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 사태의 배경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위기를 탈출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슬람을 전공한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1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회나 생존시위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진압은 그냥 일상화된 일이긴 했다"면서도 "(이스라엘 측에서) 충돌과 사태를 증폭시킨 점에서 상당히 의도적인 측면이 당연히 있다"고 풀이했다.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의 금식 기도 기간인 라마단 기간(4월 13일~5월 12일)에 유혈충돌이 일어난 점이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라마단 마지막 기간은 이슬람교도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집중적인 신앙의 과정"이라며 "탈레반조차도 지금 휴전협정을 선언할 정도로 분쟁을 자제하는 게 이제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재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총선 패배로 인해 총리직에서 물러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같은 정치적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의도적으로 충돌을 강행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군인들을 위로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모습. /ⓒ 네타냐후 총리 트위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재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총선 패배로 인해 총리직에서 물러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같은 정치적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의도적으로 충돌을 강행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 군인들을 앞에 둔 네타냐후 총리의 모습. (사진=네타냐후 총리 트위터)

이희수 교수는 이스라엘 경찰이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 아크사 사원에 진입,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진압한 점에 대해 "지난 천 년간 지켜져 왔던 그런 통상적인 관습을 무시하고 바로 성스러운 사원에 진압했다는 것은 이건 상당히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이스라엘은 알 아크사라는 황금사원에는 진압하지 않는 것은 하나의 불문율로 지켜져 왔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와 호주 사업가 등으로부터 20만달러(약 2억2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친정부 성향 일간지의 경쟁 신문사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 포털사이트 '왈라'에 친정부 기사를 쓰도록 압박한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여기에 지난 3월 치른 총선에서 네탸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이 총 120석 중 30석밖에 얻지 못하며 참패해 정치적으로 내몰렸다. 그가 총리직을 사수하려면 전체 의석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다른 정당들과의 연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이희수 교수는 이스라엘의 최우방국인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도 네타냐후 총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 50여 년간 중동 원유는 미국의 절대국익이었기 때문에 뭐 국제법을 위반하고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하고, 이라크 침공하고, 시리아 예멘 내전에 무분별하게 개입해왔지 않나"며 "중동 석유가 필요 없는 미국은 지금 탈중동정책, 중동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셰일가스·셰일오일 개발에 성공한 뒤로,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다.

또 이희수 교수는 "미국이 중동에 관심을 버리고 떠날 때 이스라엘은 24개의 주변 적대국에 둘러싸여져 있는 굉장히 고립무원"이라며 "지금 이스라엘이 설 자리가 없고 굉장히 국내정치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 안보 위기가 고조되어 있고 이걸 이제 극우파를 자극해서 자기 권력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알 아크사 모스크를 진압하는 초강경 갈등을 유발하게 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희수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동 전략에 대해 "이제 중동이 미국 무기의 주요한 수입국"이라며 "중동을 안정적으로 리모트 컨트롤 하기 위해서 이스라엘과 미국 말을 잘 듣는 아랍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경제 군사적 동맹관계를 구축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계속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2천여명이 희생된 2014년 '50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모습. /ⓒ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 2천여명이 희생된 2014년 '50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7일 '권능의 밤'을 맞아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은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에서 종교의식을 치르던 중 일부가 반 이스라엘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 경찰이 사원에 진입해 이들을 강경진압했다. 그러면서 충돌이 이스라엘 도시 곳곳으로 확산됐고 팔레스타인 주민 700여명과 이스라엘 경찰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들이 모여 사는 가자지구에 350차례 넘게 폭격을 가하면서, 도시 곳곳이 파괴됐다.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인 하마스도 이스라엘 측에 로켓포를 쏘아올리며 저항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군의 닷새째 공습으로 인해 수백명이 다치고 100명 넘게 숨졌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는 2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에선 7명이 숨져 팔레스타인 쪽 희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충돌이 이어질 경우, 팔레스타인 주민 2천여명이 희생된 2014년 '50일 전쟁'과 같은 비극이 반복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당시 이스라엘은 자국의 청년 3명이 납치 살해된 것을 두고 팔레스타인 측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가자지구를 폭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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