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까지 포스코미술관 개인전
흰색과 검은색 사이의 다층적 ’희미함‘...수묵화 같은 사진
명상에 빠져들게 하는 ‘남녘유람’ 시리즈는 바로 ‘마음유람’

아날로그감성의 필름흑백사진만을 추구하고 있는  민병헌 작가
아날로그감성의 필름흑백사진만을 추구하고 있는 민병헌 작가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속박되지 않은 자유와 매순간의 감정에 의지해 온 삶이라 하겠습니다. 지루하다 할 만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나의 눈과 손이 만드는 흑백사진이지요.“

6년전 군산으로 작업터전을 옮긴 민병헌 작가에게 '당신의 삶과 작업에 대해서 집약해서 말 해 줄수 있냐'고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한국사진계의 독특한 존재, 수묵화 같은 사진, ‘민병헌 그레이’로 불리는 그의 개인전이 20일부터 6월 25일까지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40여년간 흑백필름사진만을 고수해온 작가의 신작 ‘남녘유람’과 ‘길’ 시리즈, 지난해 소개한 ‘새’시리즈 완결판과 과거 작품중 미공개작 일부가 선보일 예정이다.

고군산군도
고군산군도

작가는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름을 현상 인화하는 수작업의 모든 과정을 더 중시한다는 얘기다. 그만의 ‘희미함’으로 유일무이한 스트레이트 사진의 일가를 이룬 ‘뒷심’이다.

그는 2015년부터 군산에 떡하니 둥지를 틀었다.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다.

“지나치다 우연히 발견한 집을 보고 여기다 싶었어요. 동두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나는 군산의 모습이 어린시절 살던 풍경과 너무 닮아 마음에 끌린 것 같아요.”

그는 양수리(양평 서종)에서 18년간 작업을 했을 땐 경기 동부와 강원도가 주로 작업반경이었다. 군산으로 오면서 전라남북도 등 남도 풍경에 빠져들게 됐다.

남녘유람 

‘남녘유람’ 시리즈는 지난해 부터 시작한 최근 작업이다. 작가에겐 터닝포인트가 된 작업이다.

“지난 40여년간 작업을 돌이켜보니 남들이 내게 했던 말처럼,(나 자신도 인정하지만) 집착이 정말 강했어요. 어떤 한 시리즈를 시작하면 사진 촬영때나 인화시 집착이 굉장했다고 봅니다.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그때는 사진뿐만 아니라 생활자체도 무척 까칠하고 집착하듯 살았지요. 그런데 요즘 달라졌어요. 이젠 내 자신이나 남을 대할 때에도 편안하고 여유롭고 싶은 마음이에요. 관대해지고 싶다고나 할까.”

그의 말에서 집착이라는 말이 연거푸 쏟아졌다. 이젠 떨쳐버리게 됐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 달라졌다.

“그동안 그렇게 집착했던 극단의 광선, 이건 이날 반드시 찍어야 해!!, 혹은 새벽에 꼭 찍어야 해!, 하는 태도를 버리고픈 마음이 들더라구요. 게다가 남쪽지방으로 이사를 했으니 가능하면 이곳의 따뜻함을 느껴보자, 뭐 그런 마음이었지요.”

그는 처음엔 지역을 생각하면서 더더 남쪽으로, 전라남도, 경상남도로 향했다. 근데 막상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지역이 중요한게 아니라 결국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따뜻한 남쪽 지방도 좋지만 굳이 그곳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광선을 봐야겠더라구요. 비록 남쪽에서 찍은 사진이 아닐지라도 어떤 마음을 가지고 대상을 보는냐에 달렸으니, 굳이 남녘이라고 해서 꼭 전라남도 어딘가 땅 끝에 가서 찍어야 하고... 그건 아닌거 같아요.”

‘남녘’의 의미를 장소가 아닌 마음의 의미로 보면 좋겠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눈이 오든, 해가 뜨든, 비가 오든 구애받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마음의 남녘’을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해요."

길
길 
길
길 

그의 사진의 마력이 여기에 있다. 어쩌면 마음의 색은 그레이일 것이다.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수많은 회색이 있듯이 다채로운 감성덩어리라 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순간 뿐 아니라 암실 후반작업(현상과 인화)에서도 그 미묘함을 모두 살려내려 하고 있다. 한 장면 내의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과의 상대적 차이, 한 화면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간의 격차를 촘촘히 세밀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콘트라스트를 내려 부드러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실 콘트라스트를 올려 선명성을 강조하다 보면 많은 미세한 부분들의 울림은 사라지게 된다. 한 길 우물보다 깊은 마음속의 풍경은 그 미세함에 있기 때문이다.

누드
누드 
꽃
꽃 

“새벽,저녁,비 오고,눈 내리고,안개 낀 상황을 좋아합니다. 직사광선이 아닌것에 매력을 느끼는 거지요. 90년대말 물안개가 낀 양수리풍경에 매력을 느끼면서 극도의 한계에 다다르는 흑백톤에 집착하게 됐습니다.‘

그의 집착이라는 말은 마음풍경에 풍덩 빠졌다는 표현일 것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은 ”사진은 영원 속에서 자신을 눈부시게 감동시킨 순간을 포착하는 칼날이다“라고 말했다. 민병헌 작가도 그런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다름아닌 감성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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