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사, 증인신청과 문서송부 촉탁신청 거부한 채 기피신청 중에 판결선고 

[서울 =뉴스프리존]김은경 기자=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된 1996년 5월 24일 이후 현재까지 24년 이상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피해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송사에 시달리면서 가세도 급격하게 기울었다. 지금이라도 반평생 계속된 억울함을 풀게 해달라”

30년 전 당한 사기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절박하다. 이제는 사법부가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게 해달라는 한 여성 시민 운동가의 호소다.

SNS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은 김성예(여, 78)씨다. 그는 이와 함께 법원에 ‘합의각서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는가 하면 지난 1월에는 A씨 부부와 법무사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고소해 현재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과 마찬가지로 현실은 여전히 그의 바람과는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다. ‘합의각서 무효확인의 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6민사부(재판장 임기환)는 증인채택조차 거부한 채 2020년 9월 10일 각하했다.

또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34민사부(재판장 구자헌)도 증인신청과 문서송부 촉탁신청을 거부한 채 지난 5월 12일 김성예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성예 씨가 법원에 제소한 소는 1991년 4월 2일 자로 작성하여 법원에 행사한 ‘영수증과 합의각서’ 등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이다.

70대 여성 운동가의 30년 싸움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두 사람은 김 씨가 경기도 과천에서 식당을 하던 중 만났다.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던 A 씨가 투자를 권유하면서다. 경북 영주시의 임야가 평당 20만 원인데 대지로 형질이 변경되면 땅값이 평당 200만 원도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김 씨가 돈이 없다고 하자, A 씨는 2000만 원씩 투자하여 100평씩 매수하자고 다시 제의했다. 이 같은 제의를 받아들여 1991년 3월 28일경 20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A 씨의 제안은 땅값을 상당히 부풀렸던 것이었다. 

당시 A 씨가 토지주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평당 9만 원으로 1800만 원에 매수했기 때문이다. 

김성예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1996년 5월 24일경 토지주의 전화를 받고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 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A 씨를 고소했다. 이와 함께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A 씨는 유죄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A 씨는 형사사건에서 법정구속된 후 항소를 제기하면서 자신의 처 C 씨를 김성예씨에게 보내 합의를 시도했다. 무학인 김성예씨는 글씨도 모르면서 1997년 3월 26일경 C 씨가 내민 합의서와 항소취하서에 도장을 찍어줬다. 

C 씨는 이와 함께 민, 형사에 활용할 목적으로 영업손실금 100만 원에 대한 영수증까지 합의서로 필사해 갔다. 

김성예 씨는 사흘 후인 3월 29일에는 C 씨로부터 합의금 900만 원을 받고 ‘이 사건 임야 차액금 200만 원 정을 영수함’이라고 쓴 영수증과 대여금 건으로 ‘700만 원을 A 씨로부터 반환받았기에 이에 영수함’이라고 쓴 영수증을 건넸다. 

A 씨는 항소심에서 피해자 김성예 씨와 합의한 사실 등이 참작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문제는 양측이 주고받은 합의서 등의 문건을 둘러싸고 주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김성예 씨는 900만 원에 대해 700만 원은 A 씨를 통하여 조 모 씨에게 대여한 원금과 이자 건으로 받았고, 나머지 200만 원은 부동산 대금의 차액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은 A 씨가 김성예씨로 부터 받은 백지 영수증에 부동산 대금 차액 200만 원을 위조했느냐의 여부다. 

즉 김성예 씨는 A 씨가 ‘이 사건 임야 매매대금 반환으로 200만 원을 영수하였다’라는 내용을 써넣어 백지 영수증을 위조하고, 또 이 영수증을 수원지방법원과 검찰에 제출하여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예 씨는 위조가 되었다는 증거로 “▲영수증의 필체가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A 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안 때는 임야 매도자의 연락을 받은 1996년 5월 24일경임에도 5년여 앞서 돈을 받았다는 해당 영수증이 작성됐다 ▲1991년 4월 2일 자 영수증에서는 차액 200만 원을 영수한 것으로 되어 있는 반면 1997년 3월 26일 자로 작성된 합의서에는 피해 금액이 2,000만 원으로 되어있는데 같은 사건에서 금액이 달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A 씨 측은 김 씨가 자신들을 협박하여 900만 원을 갈취해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A 씨 측은 김성예 씨가 1997년 3월 27일경 돈을 더 주지 않으면 사문서위조죄로 고소하여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하여 9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김성예 씨가 1991년 당시부터 이 사건 토지 200평을 평당 9만 원으로 총 1800만 원에 매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1991년 4월 2일 자 200만 원 영수증은 2000만 원에서 매매대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200만 원을 김성예 씨가 돌려받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계속해서 김성예 씨가 1996년경에 이르러 매매대금반환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은 1996년 3월경 이 사건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었지만 토지주가 땅값 상승을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거부하며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1심은 “불공정한 법률 행위를 이유로 무효확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확정된 재판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민사재판을 통하여 무효확인을 받을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각하했다. 

김성예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 제34민사부(재판장 구자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즉 지난 5월 12일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가 위조된 때를 재심사유로 정하고는 있으나 이 경우 유죄판결 등이 있을 때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할 뿐이므로 민사재판을 통하여 무효확인을 받을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합의각서 및 영수증은 그 문서에 기재된 내용에 관한 민사소송이 이미 확정된 것으로서 무효확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이미 확정된 재판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무효확인을 받을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선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김성예 씨는 위 영수증 등이 무효임을 확인받는 것이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의 소는 문서 진부확인의 소가 아니다”라면서 “즉 법률 행위의 무효를 확인받는 것이 그 내용이고 그 결과로서 나올 수 있는 판결 주문이 영수증 등의 무효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A 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는 사기죄 형사 사건에서 ‘임야의 평당 가격을 속여 1,100만 원을 편취 하였다는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면서 “이와 함께 1997년 3월 26일 자 합의서를 보면, 김성예 씨의 고소 이후에 2,000만 원을 갚아 주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즉 피해 금액이 2,000만 원이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약칭 부추실) 박흥식 대표는 “사법부가 이제라도 억울한 사연을 풀어 주어야만 할 것”이라면서 “특히 서초경찰서 수사과 경제팀은 핑퐁식으로 이 사건 처리를 미뤄서는 더 이상 안 될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만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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