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남여를 바꿔 연극 무대에

"그 소녀의 오늘"을 함께 만든 사람들_ 음향감독(김석기), 무츠이(고관호), 조연출(정다운), 음향오퍼(안세빈) /ⓒAejin Kwoun
"그 소녀의 오늘"을 함께 만든 사람들_ 음향감독(김석기), 무츠이(고관호), 연출(김성진), 알로샤(안채린), 세르게이(변윤정),  조연출(정다운), 음향오퍼(안세빈), 발레리야(이사라), 무츠이(김용준)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세련된 필체와 묘사로 첫사랑의 환희와 고통을 노래한 소설 '첫사랑'이 젊은 작가의 색채로 무대 위 언어로 재창작되었다. 뚜렷한 심리 및 성격 묘사가 돋보였던 작품 '그 소녀의 여름'이 지난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선돌극장에서 5일간의 짧은 첫사랑의 달콤씁쓸한 여정을 마쳤다.

"그 소녀의 오늘" 공연사진_집안의 말썽쟁이 발레리는 엄마와 모스크바 칼루가 관문 근처에서 살고 있다. /ⓒAejin Kwoun
"그 소녀의 오늘" 공연사진_집안의 말썽쟁이 발레리는 엄마와 모스크바 칼루가 관문 근처에서 살고 있다. /ⓒAejin Kwoun

원작 '첫사랑'에서는 연적이 아버지였다면, 연극 '그 소녀의 오늘'에서 연적은 어머니이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에 대한 흠모로 인해 연상의 여인을 사랑한다. 그렇다면 작품을 각색하고 연출한 김성진 연출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그 소녀의 오늘" 공연사진_과거 5년 전 블라디미르에서 살던 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무츠이는 발레리야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게 사랑을 전하려 부던하게 노력을 계속한다. /ⓒAejin Kwoun
"그 소녀의 오늘" 공연사진_ 과거 5년 전 블라디미르에서 살던 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무츠이는 발레리야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게 사랑을 전하려 부단히 노력을 계속한다. (사진=Aejin Kwoun)

김성진 작가 겸 연출은 “연극의 특성상 소설의 모든 내용을 담아내기는 어려웠다"며 "남자보다 감성적인 소녀의 심정을 화자로 표현하는 것이 극적 요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고 원작의 성별을 역전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그 소녀의 오늘"_발레리야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무츠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Aejin Kwoun
"그 소녀의 오늘" 공연사진_ 발레리야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무츠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Aejin Kwoun

고상한 사랑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예리한 심리 묘사 등으로 보편적 호소력을 지녔다 평가받는 투르게네프의 작품은 현재 젊은 작가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지나치게 남성적 관점으로 비추어졌기에, 여자가 되고 싶었던 어린 소녀와 어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의 사랑에 대한 관점을 위주로 장소를 두 곳으로 압축한 표현을 시도했다. 

"그 소녀의 오늘" 공연사진_첫사랑은 이상하게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아프고 슬펐더라도... /ⓒAejin Kwoun
"그 소녀의 오늘" 공연사진_첫사랑은 이상하게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아프고 슬펐더라도... /ⓒAejin Kwoun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에서 정밀하게 계산된 과장의 억제, 균형, 예술적 가치에 대한 고려 등 재치있게 작품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방대한 내용은 가지를 모두 쳐내어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후회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첫사랑, 처음으로 사랑을 해 봤다고, 사랑에 대한 후회가 없을 수 있을까?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칭하고, 그 예절 속에서 창작극을 만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연극 그리고 사랑과 연극 세 가지를 어우러진 연극을 창작해 나가고자 모인 사람들, “창작집단 어울림”과 객원 연출이 함께한 작품 '그 소녀의 오늘'은 이들이 다음에는 얼마나 발전된 행보를 보여줄지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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