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와 합자법인 설립 … 총 수주액 130억 전망
中 배터리 의존도 낮추고 싶은 美 지지 영향 큰 듯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기밀 침해 분쟁으로 맞았던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크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포드와의 합작을 통해 계약대로 배터리를 납품할 경우 총 수주액이 1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1, 2 공장/ⓒ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1, 2 공장/ⓒSK이노베이션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2위인 포드자동차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40%를 전기차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투자 금액도 300억 달러(약 33조 5000억 원)으로 늘렸다. 포드는 2025년까지 220억 달러(약 24조 6000억 원)를 전기차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지난주 발표된 SK이노베이션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전기차용 배터리 직접 생산에 투입되는 금액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일,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앞으로 2024~2025년, 6조 원을 투자해 연간 6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셀과 모듈을 생산하기로 했다. 60GWh는 연간 전기 픽업트럭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1, 2공장을 운영·건설 중이다.

이번 합작사 설립은 미국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작사 설립을 통해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지동섭 대표/ⓒ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지동섭 대표/ⓒ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부문 지동섭 사장은 최근 조지아 공장 현장에서 "포드와 합작 계약을 감안하면 누적 수주량은 1000GWh, 금액으로는 13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동섭 사장의 설명이 과언은 아닌 것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포드는 지난해 포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이후 전기차에 미래를 걸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짐 팔리 CEO는 "헨리 포드가 모델T를 양산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성장과 가치 창출의 기회"라고 자평할 정도다.

포드의 전기차 투자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WSJ에 따르면 지난 19일 처음 공개된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은 벌써 예약 주문이 7만 건에 달하며, 포드는 정부기관, 유틸리티 회사, 도급업체 등 기업 고객을 겨냥한 상업용 차량 서비스 부문인 '포드 프로'를 새롭게 만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공장을 방문해 곧 출시될 신형 전기차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을 시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다. 되돌아가는 건 없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공장을 방문해 곧 출시될 신형 전기차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을 시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다. 되돌아가는 건 없다"고 말했다./ⓒ연합뉴스

SK이노, 美 환영 받으며 '위기 극복' 써내려가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진출은 중국의 차량용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인 미국에서 있어 크게 환영받는 분위기다.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합의에 이르도록 미국이 SK 측을 지원해 주었다는 '설'이 돌았던 이유도 미국의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SK 최태원 회장/ⓒ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SK 최태원 회장/ⓒ연합뉴스

앞서 SK LG에너지솔루션과 ITC에서 벌인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패소해 10년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철수설까지 대두될 정도로 위기를 맞았지만, 양 사는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인 합의를 한 바 있다.

블루오벌SK 설립을 두고 세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 1위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은 것에 이어 미국 자동차 회사 투톱과 국내 배터리 기업 간 '더블 동맹'이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정부 차원의 지지가 두드러지는 장면은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SK 최태원 회장이 다른 미국 투자 기업인들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고맙다. 우리는 함께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는 응원을 받았을 때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조지아주에 있는 SK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한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더욱 달궈주는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앞선 18일, 미시간주의 포드 전기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로운 배터리 생산시설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도 촉구한 바 있다.

조지아주 차원의 지원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짓고 있는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현재 미국인 정규직 315명, 한국인 직원 20명을 채용하고 있는데,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12월까지 10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이 신규 채용 인원들은 본격적인 공장 가동을 앞두고 3개월 동안 직업훈련을 받게 되는데, 조지아주 정부가 제공하는 '퀵 스타트' 직업훈련 교육 프로그램의 협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드와의 합자사 설립은 LG와의 영업기밀 침해 분쟁 이후, SK가 살아나는 극적인 장면이었다"라며 "SK는 LG와의 합의 이후 불안요소를 완전히 극복한 뒤, 바로 성과로 연결짓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확대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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