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겪은 시대적 아픔과 '검사 사위·남편'의 범죄 혐의가 같을 수 없어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와 장모의 각종 범죄 의혹 제기를 '받아칠 해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꺼내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 경선에서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으로 '연좌제' 공격을 당하자 "제가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라고 외쳤던 그 사례다. 그러나 양측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인이 좌익활동을 했던 시기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로서, 1946년생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초등학생이었을 뿐이다. 반면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와 배우자의 범죄 의혹들은 공교롭게도 소위 '검사 사위' '검사 남편'이라는 뒷배경이 있을 때 일어났다. 어쩔 수 없이 개인이 겪어야만 했던 시대적 비극과 든든한 뒷배경을 두고 있는 이들의 범죄 의혹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연관짓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와 장모의 각종 범죄 의혹 제기를 '받아칠 해법'을 들었는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좌제' 공격을 받았을 때 "제가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라며 정면돌파했던 그 사례였다. 그러나 양측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와 장모의 각종 범죄 의혹 제기를 '받아칠 해법'을 들었는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좌제' 공격을 받았을 때 "제가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라며 정면돌파했던 그 사례였다. 그러나 양측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1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게 굉장히 중요한 연설이었던 것이 장인께서 돌아가셨고 그것을 알지 못하고 부인분과 결혼했는데 연좌라 할 수 있느냐, 이런 것 아니겠나"라며 "그리고 장인을 사랑한 게 아니라 부인을 사랑한 거잖나"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그 때는 어떤 역사의 질곡 속에 어쩔 수 없이 개인이 휘말려 들어간 것이고 이번에는 물론 혐의가 확인된 건 아닌데 그냥 금융사기에 가까운 그런 사건이라 그 대응으로 가능할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김어준 씨는 뭐가 사랑이라고 보시나?"라며 "와이프분이 진짜 사랑스러운데. '장모가 진짜 무슨 어떤 결격 사유가 있을 것 같다' 그걸 미리 알았으면 그러면 와이프를 버려야 되냐"라고 반문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저는 비슷한 효과,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그 상황에서 예를 들어 남자 김어준은 어떻게 선택하시겠나? 그 때 (윤석열 전 총장은)그냥 검사였다"고 윤석열 전 총장을 두둔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발언대로 윤석열 전 총장을 '그냥 검사'라고 단순히 호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석열 전 총장 처가가 연루된 범죄 의혹들은 윤석열 전 총장과 김건희씨가 혼인한 2012년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는 지난달 31일 검찰로부터 징역 3년형을 구형받았다. 최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경기 파주시 내 요양병원을 동업자 3명과 함께 개설·운영하며 약 23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의사가 아님에도 영리목적의 의료기관을 설립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는 지난달 31일 검찰로부터 징역 3년형을 구형받았다. 최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경기 파주시 내 요양병원을 동업자 3명과 함께 개설·운영하며 약 23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47억원 규모의 통장잔고 증명서 등을 위조한 혐의로 별건의 재판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는 지난달 31일 검찰로부터 징역 3년형을 구형받았다. 최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경기 파주시 내 요양병원을 동업자 3명과 함께 개설·운영하며 약 23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47억원 규모의 통장잔고 증명서 등을 위조한 혐의로 별건의 재판도 받고 있다. 사진=뉴스프리존

해당 사건의 동업자 3명 모두 징역형을 이미 선고받았으나, 최씨만 6년 동안 법망을 피해가다가 뒤늦게 기소된 것이다. 최씨가 요양병원을 개설한 시기인 2013년엔 이미 윤석열 전 총장과 김건희씨는 혼인 관계였으며, 최씨와 윤석열 전 총장은 그 때도 장모-사위 관계였다. 당시 윤석열 전 총장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최씨는 또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47억원 규모의 통장잔고 증명서 등을 위조한 혐의로 별건의 재판도 받고 있다.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문서 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이며 해당 시기도 역시 2013년 4월부터 10월 사이의 일이다. 역시 최씨가 '검사 사위'라는 배경을 두고 있던 시기다.

또 윤석열 전 총장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가 '야수파 걸작전'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다수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협찬받은 시기인 2019년 6월도 윤석열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다. 해당 건은 기업들이 언론사를 통한 '우회 협찬'이라는 형식을 통해 김건희씨 측에 뇌물을 건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와 배우자가 받고 있는 범죄 의혹들은 이처럼 '검사 사위' '검사 남편'이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특히 윤석열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 요직을 거쳤던 만큼 그 배경 때문에 오랜 기간 수사를 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4월 대선후보 경선 연설회에서 "(제 장인은)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다"며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계속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라고 격정적으로 외쳤다. 해당 연설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도 대표적 명연설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4월 대선후보 경선 연설회에서 "(제 장인은)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다"며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계속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라고 격정적으로 외쳤다. 해당 연설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도 대표적 명연설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범죄 혐의와 개인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시대적 비극을 비교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인은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를 만나기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경쟁 상대였던 이인제 후보 측과 '조선일보' 등에선 '연좌제' '색깔론'을 꺼내들며 노무현 당시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에 노무현 당시 후보는 2002년 4월 경선 연설회에서 "(제 장인은)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다"며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응수했다.

노무현 당시 후보는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계속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라며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서 심판해주십시오.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 두겠다"라고 격정적으로 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런 과감한 정면돌파와 격정적 연설로 '연좌제' '색깔론' 공격을 무력화시킨 것은 물론 여론의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됐으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도 대표적 명연설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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