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스포츠서울 기자 상대 소송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판매 아니다' 칼럼 문제삼아

[서울=뉴스프리존] 김은경 기자= KDB산업은행의 키코 불안전 판매 여부를 가리는 소송이 다시 열렸다. 

2일 오전 서울남부지법(민사5단독)에서 산업은행이 스포츠서울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사건번호 2020가단281859)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동걸 회장과 산업은행이 권오철 전 스포츠서울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키코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리는 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키코 관련 재판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8년 만이다. 

2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금융피해자연대(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전국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연합, 로커스체인 사기 피해자모임, IDS홀딩스 피해자연합,MBI 피해자연합)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융피해자연대
2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금융피해자연대(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전국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연합, IDS홀딩스 피해자연합, MBI 피해자연합 등)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융피해자연대)

산업은행측은 지난해 10월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가 쓴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판매 아니다'>라는 컬럼을 문제 삼았다. 

권오철 기자는 칼럼에서 이동걸 회장이 국감장에 나와 중소기업들에 키코를 판매하며 “(키코 옵션의) 가격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시인하면서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이 회장의 논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말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권오철 기자의 칼럼이 '허위사실'이라며 지난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약 6개월 만에 첫 재판이 열린 셈이다. 

재판부는 이날 "(산업은행 측이) 신문사를 대상으로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 기자 측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의 특이한 점이 언론중재위원회도 거치지 않았고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개인을 상대로 찍어내리기 소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기자의 기사의 책임은 스포츠서울에 있다는 부분도 쟁점이다. 권 기자 측은 준비서면에서 "기사 제목을 비롯한 기사 게재·보도에 관한 모든 결정권은 피고가 근무하는 회사가 보유하는 바, 원고는 권한도 없는 자를 상대로 부적법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소송의 대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반면 산은 측 법률대리인은 "피고 본인이 기사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누가 과연 기사에 관여한 것인지 스포츠서울에 사실조회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 기자 측은 "사실 조회는 의미가 없다"라며 "권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기사를 쓰더라도 언론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고 언론사의 검증 절차를 거쳐 언론사의 명의로 기사가 나간다는 법률적인 판단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재판부는 권 기자의 기사가 사실을 적시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인지, 기자 개인의 주관이 들어가는 칼럼인지를 질문했다. 이에 권 기자 측은 "칼럼이며, 사실적시보다는 비평에 가까운 글"이라고 답했다. 산은이 '허위사실'이라며 문제로 삼고 있는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판매 아니다'>라는 제목은 사실적시가 아니라 이동걸 회장의 발언을 비유적으로 '평가'한 것이란 권 기자 측의 주장에 재판부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산은 측은 권 기자의 기사 제목이 어떻게 허위사실인지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를 입증해야 했으나 어떤 입증도 하지 못했다. 다만 산은 측은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것처럼 기사가 나왔다"며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것과 관련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권 기자 측은 "키코 불완전판매 여부 입증과 관련한 산은 측의 반박 준비서면을 받게 되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권 기자 측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용우 의원실의 김성영 보좌관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이용우 의원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동걸 회장의 "(키코의)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키코 불완전판매 논쟁'을 그대로 옮겨와 법정에서 이어나가게 됐다.

권 기자는 "이동걸 회장이 쏘아올린 공이 키코의 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2013년 대법원이 키코의 일부 불완전판매를 인정했으며, 2019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도 이를 재확인했다. 이번 재판을 통해 키코 가격정보 미제공은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는 '상식'이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내달 21일이다.

금융피해자연대는 재판 당일 법원 앞에서 "산업은행과 이동걸은 언론탄압을 멈추고 키코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라"며 산업은행과 이동걸 회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피해자연대는 청와대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즉시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의 국책에 반하는 행위를 시정, 배상케 하여 국기를 바로잡고  전정권에서 야기시킨 키코 재판거래, 사법농단을 철저히 조사하여 2013년 대법원판결을 무효화하여 대국민 공약을 완수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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