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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공수래공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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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 김덕권
  • 승인 2021.06.04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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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입니다.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이지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손에 들고 온 것이 없이 빈손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죽어갈 때도 일생 동안 내 것인 줄 알고 애써 모아놓은 모든 것을 그대로 버려두고 빈손으로 죽어가는 것입니다.

이 시는 “세상 사람들에게 재물을 모으려고 욕심내지 말라”는 6백여 년 전의 나옹선사(懶翁禪師 : 1320~1376)의 선시(禪詩)입니다. 나옹선사는 고려 공민왕 때 고승으로, 스무 살 때 친구가 갑자기 죽자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되어 출가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스물네 살 때 원나라 연경((燕京,현재 북경)으로 건너가 인도 승려 지공선사(指空禪師 : ?~1363)의 지도를 받고 공민왕 7년(1358)에 귀국해 왕사(王師)가 된 인물입니다. 공수래공수거의 유래는 나옹화상(懶翁和尙)의 누님이 동생인 나옹에게 스스로 읊었다는 ‘부운(浮雲)’이라는 제목으로, 태어남과 죽음을 한 조각 뜬구름(一片浮雲)의 기멸(起滅; 구름이 생기고 없어짐)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 나옹선사의 선시((禪詩)의 내용을 한 번 음미(吟味)해 보실까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空手來空手去是人生)/ 낳을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죽을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 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낳는다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生也一片浮雲起)/ 죽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없어지는 것이니(死也一片浮雲滅)/

뜬구름은 자체가 본래 실상이 없으니(浮雲自體本無實)/ 죽고 살고 오고 가는 것도 역시 이와 같도다 (生死去來亦如然)/ 그러나 여기 한 물건이 항상 홀로 드러나(獨一物常獨露)/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네(湛然不隨於生死)」

어떻습니까? 나옹선사의 이 선시처럼,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없는 세상에서 물처럼 바람처럼 모든 탐욕을 버리라는 무소유와 넉넉함을 느끼지 않는가요? 인간은 죽음 앞에서는 평등한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향유(享有)했던 부(富)와 명예(名譽), 권력(權力)도 죽음 앞에 서는 그것을 누리지 못한 사람과 똑같이 양손을 같은 모습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사람이 마지막에 가지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 남자가 죽었습니다. 그가 죽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저승사자가 손에 가방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승사자가 말합니다. “자, 이제 저승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 “지금요? 저는 해야 할 많은 일이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이제 가야할 시간입니다.”

“그런데 사자(使者)께서는 그 여행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요?” “이건 당신의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나의 것들이라면 요? 그렇다면 제 물건, 옷, 돈들인가요?” “그런 것들은 당신의 것이 아니지요.” “그러면 제 기억들이 들어 있는지요?” “아닙니다. 그것들은 시간 속에 있습니다.”

“그럼 저의 재능들이 들어 있는지요?”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세월 속에 있는 겁니다.” “그럼 제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있는 건지요?”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 인생의 과정 속에 있는 겁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은요?” “아니요. 그들은 당신의 마음속에 있을 뿐입니다.”

“그럼 제 몸은 있잖아요.” “아니, 그건 티끌일 뿐입니다.” “그럼 영혼은 제 것이겠지요.” “미안하지만 그것도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당신의 영혼은 염라대왕이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자승사자의 여행 가방을 바라 보았습니다. 텅 비어 있었지요. 비탄(悲嘆)에 잠겨 눈물 흘리며 저승사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제 것은 아무것도 없나요?” “맞아요. 당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 제 것은 무엇이 있는 것입니까?” “당신이 숨 쉬며 살아있는 순간만이 당신의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그 짧은 삶을 죽기 전에 누리면서 살아야 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하며, 베풀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재색명리(財色名利)! 그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일찍이 세기의 철학자요 예언가이자 종교지도자였던 솔로몬 왕은 이렇게 인생을 술회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고귀한 것을 다 가져본 솔로몬왕도 인생을 허무하다고 탄식한 것입니다.

공수래공수거는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말고 분수에 편안하면서 본래의 마음을 찾는 공부에 노력하라는 가르침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죽어갈 때 꼭 가지고 가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정산(鼎山) 종사께서는 우리가 열반(涅槃)을 앞두고 갖추어야 할 보물 세 가지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는 공덕이요, 둘은 상생의 선연이요, 셋은 청정한 일념인 바,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청정일념(淸淨一念)이니라”하셨습니다.

참으로 바쁩니다. 이제 우리 이 세 가지 보물을 부지런히 챙겨 봐야 합니다. ‘청정일념’과 ‘상생의 선연’ 그리고 ‘평생 닦은 마음의 힘’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시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6월 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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