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간부로서의 리더쉽, 능력과 자질,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

법무부 "검찰의 분위기 쇄신과 안정적인 검찰개혁 완수를 도모한 인사"

尹 최측근 한동훈 '현장 복귀' 좌초..'윤석열 대행' 조남관 법무연수원 배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대규모 인사에서 '윤석열 라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기획수사를 담당했던 한동훈, 강남일, 조남권, 구본선, 윤대진 검사장 등 간부급 들을 수사와 관련 없는 연수원으로 모두 발령냈다.

4일 오후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내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 사진)과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내정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4일 오후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내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 사진)과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내정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대검검사급 간부 총 41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학의 출금사건으로 기소돼 '피고인 이성윤'으로 거론하며 보수언론의 강력한 핍박을 받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가장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이정수 검찰국장에 맡겼다. 검찰 4대 요직 중 하나인 법무부 검찰국장 직엔 법무부 대변인을 거친 구자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발탁됐다.

반면 정부의 원전정책에 반기를 든 최재형 감사원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획수사로 불리던 '월성 원전' 수사를 총괄했던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이동됐다.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구본선 광주고검장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옮겨갔다.

강남일, 구본선 고검장은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윤 전 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고검장 성명에 이름을 올리고 지난 3월에는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재심의 회의에 참석해 불기소 결정으로 엄희준 검사 등에 면죄부를 부여했다.

한동훈 "권력 보복 견디는 것도 검사 일"

윤 전 총장의 정치입문으로 검찰총장 대행을 맡았던 조남관 대검 차장은 법무연수원 연수원장으로 전보됐다.

일선 수사직 복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윤 전 총장 최측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사법연수원 부원장 직에 배치됐다. 그는 윤 총장 재직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총지휘했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함께 모해했다는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다.

한 연구위원은 이날 검찰 인사 직후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 일의 일부다. 담담하게 감당하겠다"라며 "20년 전 공직자로 첫 출근 한 날 평생 할 출세는 다 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상식과 정의는 공짜가 아니니 억울해 할 것도 없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법무연수원은 수사와는 관련 없어 검사들에게는 한직으로 꼽히는 소위 말하는 '좌천 인사지'다. 여기에는 조 차장과 함께 친윤 핵심라인으로 불리는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기획부장으로 강남일, 구본선 고검장 등이 모두 연구위원으로 배치됐다.

법무부가 4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장에 내정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왼쪽)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내정된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법무부가 4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장에 내정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왼쪽)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내정된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꼽혔던 심재철 남부지검장과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등은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키게 됐다.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수원지검장으로 보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던 특수통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도약하지 못하고 주로 수평 이동식 인사를 했다. 하지만 표적수사, 기획수사 등으로 논란을 일으켜 당연한 귀결이라는 평가다. 또한 이번 검찰 인사에서 박 장관이 검찰개혁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수사를 현장 지휘한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고검장 승진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인천지검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광주지검으로,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은 제주지검장을 맡는다.

이번 인사에서 박 장관이 인사 적체 문제를 강조하면서 고검장들은 대부분 사표를 내거나 연수원 등으로 좌천성 인사 조치됐다. 이들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서 윤 전 총장의 입장에 선 정치지향적 인물로 평가됐다.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사건 무혐의 처분 국면에서도 기존 수사팀의 손을 들어 결국 공소시효를 넘겨 '제 식구 감싸기'로 끝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는 법무부장관·검찰총장 취임 이후 그동안 사직 등으로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조치를 하기 위한 첫 대규모 정기인사"라며 "검찰의 분위기 쇄신과 안정적인 검찰개혁 완수를 도모하고자 검찰 고위간부로서의 리더쉽, 능력과 자질,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새로이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언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박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이 터지고 있다. 윤 전 총장에 관대하던 언론은 익명의 검사들을 내세워 검찰 인사에 혹평을 하고 있다.

특히 안병길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피고인 이 지검장이 영전했다. 공정도, 정의도, 염치도 없는 인사”라며 “검수완박이 아니라 법치완박(법치주의 완전 박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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