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키즈'로 성장한 이준석, 당 안팎 검증 기회 적어

사진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월 30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광주ㆍ전북ㆍ전남ㆍ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국민의힘)

[뉴스프리존] 6·11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의 돌풍이 거세다. 여론조사업체인 알앤써치가 매일경제와 MBN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1천44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대표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조사결과 응답자의 46.7%가 이준석 후보라고 응답했다.

나경원 후보 16.8%, 주호영 후보 6.7%, 홍문표 후보 3.7%, 조경태 후보2.7%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4%였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후보자간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이준석 후보는 57.7%로 과반에 달했으며 나경원 후보 20.7%, 주호영 후보 8.9%, 조경태 후보 2.5%, 홍문표 후보 1.9% 순이었다.

이 정도면 돌풍이 아닌 ‘대세’다. 당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의 승리는 무난해 보인다. 

1985년생으로 한국나이 37살에 불과한 이준석 후보의 ‘돌풍’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분석은 국민의힘 당원이나 지지자들의 ‘변화’의 요구다. 현재 국민의힘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와 혁신이며, 이 일을 담당할 적임자로 이준석 후보가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지금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보면 이준석 후보가 잘하기 보다 상대적으로 나경원 전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의 상대적 열세가 눈에 두드러진다. 나경원 후보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을에서 정치초년생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에게 참패를 당하며 이른바 ‘국민밉상’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반여론이 좋지 못하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총선참패 이후 당을 잘 추스른 점은 높게 평가받지만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가 높지 않다. 홍문표 후보나 조경태 후보 역시 존재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준석 후보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27살의 비대위원으로 발탁된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입문해 경력 10년이 지난 중견이라 할 수 있다. 당 대표 후보로서는 치명적이라 할 국회의원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0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보수진영의 논객으로 TV토론 등에서 그나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을 일관성있게 보여준 점,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젠더논쟁 등을 통해 이대남(20대 남자)의 지지를 이끄는 등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려왔다.

이것만으로는 이준석 돌풍을 설명하지 못한다. 젊고 참신하다는 것만으로는 영남지역주의와 보수언론의 합작품인 보수정당의 수십년 묵은 관행을 벗어나기 힘들다. 물론 최종 당대표 선거라는 관문을 넘어야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나 추세를 볼 때 이준석 후보의 당 대표가 되는 것은 별다른 변수가 보이진 않는다.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 선거에 돌풍을 일으켜 대표가 되는 과정은 국민의힘이 직면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한 결과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년전 ‘젊은피 수혈’이라는 측면에서 만들어진 ‘박근혜 키즈’ 가운데 이준석을 제외하면 누가 있는가? 아울러 이준석과 함께 활동한 청년 정치인들이 일정한 역할과 성장을 했다면 국민의힘 안에서 이준석을 선택하는 일은 훨씬 더 빠르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혼자만 남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정당은 정치적 이념을 같이하는 집합체이다. 이준석 후보가 국회의원 경험 등 정치경력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 약점은 아니지만, ‘박근혜 키즈’라는 것은 당의 정체성과 그것을 공유 확산하는 과정과 검증의 부재를 의미한다.

지금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민은 기존의 인물은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치 일선에 등장하지 않았던 이준석 후보는 바로 이 틈새에서 선택받은 것일 뿐이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당 대표에 누굴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 이준석 후보의 ‘돌풍’은 어떤 면에선 정당 내부의 ‘태생적 한계‘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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