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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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79회
  • 한애자
  • 승인 2017.12.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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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만하고 이제 일어나지….”

혜란은 아쉬운 이별을 느끼며 채성에게 매달렸다.

“오늘밤은…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해요…!”

그들은 나이트 홀로 이동했다. 홀 안에는 현란한 광채 가운데 남녀가 엉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혜란은 채성을 무대 중앙 쪽으로 리드하며 그에게 깊이 몸을 파묻듯 밀착했다. 약간의 취기 속에서 혜란의 요염한 몸짓과 입술은 채성을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채성의 머릿속에는 사나이를 뿌리치고 단호하게 사라지는 애춘의 모습이 생생하게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밤이 깊어가자 그들은 홀에서 나왔다. 혜란은 오늘밤만은 같이 하자고 했다. 그러나 채성의 마음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오늘은 많이 취했고 머리가 좀 아프고… 이만하지. 떠나기 전에 한 번 보자!”

“……….”

그는 혜란을 아파트까지 바래다주고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평창동이 자신의 저택이지만 애춘은 그곳을 떠나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홀로 기거하고 있었다. 혹시 애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무너지고 말았다. 채성은 피곤해 침대에 누웠다.

‘혜란도 이제 곧 떠날 것이고….’

채성은 망가진 애춘의 흉측스런 나체가 떠올랐다. 그리고 사내를 뿌리치며 달아나던 애춘의 모습이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절망이 깊으면 여자는 쉽게 타락하게 되지요’ 혜란의 말이 귓가에 쟁쟁히 울렸다. 그는 여러 가지 상념 속에 뒤척이다가 잠깐 눈을 붙였다.

한편 심정수를 피하여 재빨리 차를 몰아 집에 돌아온 애춘은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이제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

애춘은 호랑나비 곁을 완전히 청산한 듯 후련한 느낌마저 들었다. 모든 것이 귀찮고 짜증스러웠다. 지친 눈을 감고 한숨을 쉬며 그동안 너무 마구 살았다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 동안 겉으로는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명랑하고 행복한 척했지만 그럴수록 가슴 속에는 고드름 같은 차가운 기둥이 맺혀져 있었다. 공허, 허무, 절망의 골짜기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다.

‘도대체 왜 사는 것일까! 먹고 마시고 즐기고… 부족함이 없는데 삶이 이토록 고통스럽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 사람들과 헤어져 혼자 있는 시간들, 견디기 어렵다.’

애춘은 생각의 저 깊은 심연 속으로 자꾸 나락되고 있었다.

“내가 고독에 몸부림친다는 것을 민 선생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애춘은 쓰러져 침대 맡에 머리를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없어졌어. 나는 죽었어! 으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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