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국민의 힘 당대표로 36세(1985년생)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선됐습니다. 국민의 힘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1차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43.8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국민의 힘 전신인 보수 정당 역사는 물론, 주요 정당 가운데 30대 대표가 선출된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치의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요.

오래 전 저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거대한 기념공원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1809~65) 대통령을 추모하는 링컨기념관엘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링컨의 큼지막한 대리석 좌상이 안치되어 있지요.

좌상 뒤편의 화강암 벽면 오른쪽에는 그의 감동적인 재선 취임사, 왼쪽에는 남북전쟁 도중 전몰용사 추도식에서 행한 그 불멸의 ‘게티스버그 연설’이 각각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이야말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가장 간결하고 극명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의 가호 아래 이 나라에서 자유가 새롭게 태동할 것이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는 결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링컨의 생애는 평범한 인간이 누구나 걷는 행로를 가장 올바르게 걸어갔다는 데에서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링컨은 150여 년 전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포용과 협치(協治)는 당시는 물론이고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오늘날에도 정치인의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링컨에게는 정적이 많았던 것으로 여러 전기(傳記)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당시 링컨이 중앙 정계에 진출하였을 때에는 정적이라기보다 시골뜨기로 취급받았습니다.

링컨이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당내에는 ‘새먼 체이스’와 ‘윌리엄 스워드’라는 쟁쟁한 경쟁자가 있었고, 상대당인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는 ‘스티븐 더글러스’였습니다. 결국 학벌도, 경력도 모두 보잘것없는 링컨이 공화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되어 대통령까지 올랐지만 초반에는 스워드가 압도적이었습니다.

파격은 당선 후에 벌어졌습니다. 링컨은 새 정부를 구성하면서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었을 정적 ‘스워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한 것입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링컨을 “켄터키 촌뜨기에 수준 이하의 인간”이라고 멸시했던 최대의 정적을 미국정부의 가장 중요한 직책에 앉힌 것이지요.

측근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링컨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스워드 장관은 제정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라는 헐값에 매입했습니다. 땅 1000평당 1원씩 주고 산 셈입니다. 지금도 알래스카에는 그의 공헌을 기념하기 위해 ‘스워드’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가 있고, 주(州)를 가로지르는 스워드하이웨이도 있습니다.

스워드는 알래스카라는 거대한 자원의 보고를 미국 땅으로 만들고, 서부 개척에 큰 업적을 남긴 미국의 영웅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적 스워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한 사람은 바로 링컨대통령이었습니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튼’이라는 정적도 있었지요.

스탠튼은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의 한 명으로, 한 번은 두 사람이 사건을 함께 맡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앉아 있던 스탠튼은 링컨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일을 같이 하라는 겁니까?” 라고 외치며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스탠튼이 링컨을 이렇게 비하하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남북전쟁을 이끌 국방장관에 스탠튼을 임명했습니다. 말하자면 ‘링컨 표 포용 정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모들은 링컨의 결정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스탠튼은 10여 년 동안 링컨을 끝없이 괴롭히고 비하한 원수지간이었고, 링컨이 당선되자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까지 공격했기 때문이지요.

모든 참모가 극렬히 반대하며 재고를 건의했습니다. 하지만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장관에 적격입니다. 스탠튼만 한 인물을 데려오면 국방장관을 바꾸겠습니다.”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북전쟁 발발 직전 링컨은 민주당 대통령후보였던 더글러스에게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부와 남부의 경계주(州)들을 방문해 연방 이탈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고, 더글러스는 흔쾌히 사명을 완수했습니다. 측근들로 둘러싸인 정치를 거부한 인사정책은 링컨의 가장 위대한 면모 중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포용은 링컨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것입니다.

이제 국민의 힘에 하버드대학 출신이라는 명석한 젊은이를 당대표로 선출 했습니다. 국민의 힘이 ‘보수꼴통 당’이라는 오명(汚名)을 벗고, 변화와 쇄신의 바람이 불어 올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가 이 젊은 영웅에게 ‘포용의 덕’을 널리 펴라는 주문은 지나친 바람은 아니겠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6월 1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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