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필구(攻其必救)

반드시 구해야 할 곳을 공격한다.

내가 전투를 하고 싶을 때 적이 비록 보루를 높이 쌓고 참호를 깊게 파고 지키면서 싸움을 피하더라도 더불어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데, 이는 내가 적이 반드시 구원하러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을 공격하기 때문이다.(‘손자병법’ ‘허실편’.)

이는 진공 작전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도 원칙의 하나로, 역대 병가들이 중시해온 책략이다. 공격할 때는 적이 반드시 구원하러 나올 곳을 공격하여 적의 행동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 손빈(孫臏)과 전기(田忌)가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나온 ‘위위구조(圍魏救趙)’라는 고사성어는 이 계책을 구체적으로 운용한 본보기였다. 제나라 장수 전기는 두 차례나 손빈의 계책을 받아들여 위의 대량(大梁)을 공격했다. 대량은 위나라의 수도였으므로 그곳의 안위는 위의 존망과 직결되는, 다시 말해 위군으로서는 구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따라서 두 차례의 모략은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공기필구’의 목적은 적을 조종하려는 데 있다. 이처럼 ‘반드시 구해야’하는 ‘필구(必救)’의 땅은 적의 요충지이자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힌 곳이며, 때로는 적 병력의 공백 점이 되기도 하는 곳이다. 만약 ‘필구’의 땅이 아니라면 그곳을 공격하여 전체적인 국면을 흔들어 놓을 수 없으며, 그곳을 차지하더라도 근본적인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 따라서 적을 끌어내지 못한다. 또한, 공격하려는 곳이 적의 강력한 방어로 인해 공격이 여의치 않을 때도 역시 적을 ‘필구’에 나서게 만들 수 없다. 

『자치통감』 「위기 魏紀‧6」에 보면 238년 사마의(司馬懿)는 요동을 평정하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공손연(公孫淵)은 수만 명을 요수(遼隧-지금의 요녕성 안산시 서쪽)에 주둔시키고 무려 20여 리에 이르는 보루를 튼튼히 쌓았다. 사마의의 부장들은 빨리 공격하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사마의는 적이 튼튼한 보루를 쌓고 나오지 않는 것은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속셈일 터, 진공했다가는 계략에 걸려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마의는 이곳에 주력군이 배치되어 있다면 분명히 양평(襄平)에 빈틈이 있을 것이라 보고, 적의 예봉을 피해 곧장 반란군의 소굴인 양평으로 쳐들어갔다. 공손연은 황급히 구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사마의는 그 틈에 적의 주력을 섬멸하기 위한 창조적인 조건을 마련했다.

대체적으로 ‘공기필구’의 계략은 진격작전 중에 ‘특정한 지점을 포위하여 적을 구원에 나서도록 하는’ ‘위점타원(圍點打援)’의 계략을 구사한 다음, ‘구원 나온 적을 섬멸하는’ ‘섬기구자(殲其救者)’로 구체화 된다. 새로운 역사적 조건 아래서 새로운 과학 기술이 군사 투쟁에 널리 활용됨으로써 ‘공기필구’의 계략은 그 운용 면에서 새로운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모략은 여러 가지 ‘시형법’으로 자신의 의도를 감추면 여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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