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느 지도자 처 놓고 인재등용의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가 가끔 보고 있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알 수 있지요. 지난 5월 27일 김오수 신임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채택 불발까지 무려 33명의 장관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명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나라에 그런 천리마 같은 인재가 없다는 말일까요? 아닙니다. 조야(朝野)에 묻힌 인재가 어찌 없겠습니까? 아마 천리마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빚어진 사태일 것입니다.

옛날에 한 국왕이 천리마 갖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전쟁이 일상사이던 시절 말은 전장에서 왕의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강력한 전쟁 도구였고, 평상시에도 왕의 권위와 품위를 지켜주는 존재였지요. 왕은 간절히 천리마를 원했지만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침울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왕에게 한 신하가 나서며 자신이 천 냥으로 천리마를 구하겠다고 말했고, 국왕은 기뻐하며 허락했습니다. 3개월 동안 온 나라를 돌던 그는 마침내 천리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급히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천리마는 죽은 뒤였지요. 신하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죽은 천리마를 오백 냥에 사서 왕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왕은 죽은 말을 사 온 신하를 보고 마구 화를 냈습니다. “아무리 내가 천리마를 원하기로 그 비싼 값을 주고 죽은 말을 사 들고 오다니 이를 대체 어디에 쓰자는 것이냐?”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왕께서 천리마를 구하지 못한 것은 천리마가 세상에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왕이 천리마에 흔쾌히 비싼 값을 지불할지를 백성이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왕이 죽은 천리마를 오백 냥에 샀다는 소문이 난다면, 머지않아 전국에 있는 훌륭한 천리마들이 모두 모여들 것입니다.” 왕은 수긍하였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귀한 천리마를 몇 마리나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전국책>에 실려 있는 이 고사(古事)로 연(燕)나라의 소왕에게 책사(策士) 곽외가 했던 이야기입니다. 연 왕은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나라를 부강케 할 인재를 간절히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연 왕이 말만 할 뿐 실제로는 인재를 제대로 대접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따라서 아무리 왕이 인재를 구한다고 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곽외가 다시 연 왕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천하의 인재를 원한다면 먼저 저 곽외로부터 시작하십시오. 어리석고 평범한 저 같은 사람을 잘 대우한다면 천하의 인재들이 그 소문을 듣고 왕에게로 몰려올 것입니다.”

연 왕은 그 자리에서 곽외를 중용했고, 소문이 나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연나라로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연 왕은 이 인재들 덕분에 크게 국력을 키워 원수인 제나라를 물리칠 수 있었지요. 이 고사가 말해주듯이 지도자의 성패는 세상의 훌륭한 인재를 어떻게 발굴해 자기 사람으로 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인재를 구하는 데도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단순히 원하기만 해서는 좋은 인재들이 저절로 모여 들지 않습니다. 왕을 믿고 찾아도 된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만 하지요. 그 방법이 많은 고전에 실려 있습니다.

첫째, 《논어(論語)》<자로편(子路編)>의 고사

초(楚)나라의 제후 섭공(葉公)이 하루가 다르게 백성들이 떠나는 것을 염려하여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날만 새면 백성이 떠나니 어떻게 하면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공자는 명쾌하게 대답합니다.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잘하면 애쓰지 않아도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찾아옵니다.”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위하면 굳이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백성이 찾아온다고 공자는 설파한 것이지요.

둘째, 지도자 스스로의 올바름입니다.

공자는 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묻는 노(魯)나라의 실권자 계강자(季康子)에게 “지도자의 덕은 바람이고 백성의 덕은 풀이니,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지도자는 먼저 자신이 바로 서야 합니다. 부하보다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댈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먼저 바른 길을 걸어야 하며, 부하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셋째, 지도자의 공명정대함입니다.

<육도(六韜>에는 “미워하던 사람이라도 공을 세우면 상을 내리고, 평소에 아끼던 사람도 죄를 지으면 벌을 내려야 한다.”고 실려 있습니다. 특히 요직에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사람만 발탁한다면 나라를 제대로 통치하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좋은 인재를 찾는 것은 모두 지도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넷째, 춘추시대 관중(管仲)의 처방입니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명재상 관자(管子)가 했던 말이 핵심을 찌릅니다. “천하에 신하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신하를 제대로 쓸 수 있는 군주가 없음을 걱정하라.”입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나라는 대선 정국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저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청치 인들이 도대체 몇 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들이 나라를 다스릴만한 천리마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참으로 의문입니다. 지도자는 인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이 네 가지 고전의 지혜를 실천하면 아마 얼마든지 천리마를 구할 수 있을 것이 아닌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6월 2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註> 1. <전국책> : 중국 전국시대 나라별 사료의 총집으로,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고전 연구의 필수적인 자료이다. 서한(西漢) 성제(成帝) 때 유향(劉向)이 정리하여 12개국의 역사 고사를 33권으로 편정하였다.

<註> 2. 육도(六韜) : 태공망(太公望)은 본래 성은 강(姜)이고, 이름은 상(尙)이다. 문왕의 아버지 태공이 오래도록 기다리며 바라던 사람이라 하여 태공망 또는 강태공이라고 부른다. 주(周)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를 창건하였다. 병학(兵學)의 원조로 받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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