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공연

"버터플라이 러버즈"에서 2인 1역으로 아름다운 움직임을 선사한 무용수 /(사진=Aejin Kwoun)
"버터플라이 러버즈"에서 2인 1역으로 아름다운 움직임을 선사한 무용수 강민우, 손유희, 이현준, 박수경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이번 달 초 ‘돈키호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트리플 빌” 작품을 선보이며 숨 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인 “트리플 빌”은 유니버설발레단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을 포함하여 3개의 작품을 연속으로 만날 수 있는 무대였기에 3일간의 일정은 너무나 짧을 따름이다.

"버터플라이 러버즈" 공연사진 /(제공=유니버설발레단)
"버터플라이 러버즈" 공연사진_양산백(강민우)와 축영대(홍향기) | 폐쇄적인 봉건사회였던 중국의 동진시대(317~419) 세도가 집안의 아름답고 당찬 외동딸 축영대는 한문에 대한 열망으로 부모님을 설득해 남장을 하고 서원에 들어가기로 한다. 서원으로 가는 길에 축영대는 운명적으로 양산백을 만나게 된다.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이뤄지지 못한 연인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버터플라이 러버즈”는 ‘트리플 빌’에서 두 번째로 선보인 작품으로 중국 4대 민간설화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비극적 죽음을 맞은 후에 나비로 환생하여 사랑을 이어가는 이 설화는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춘향전’처럼 경극(京劇), 월극(越劇), 천극(川劇) 등 중국의 전통극이나 드라마, 영화, 발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었을 정도로 매우 유명하다. 조선시대 때 ‘양산백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기록도 남아 있다.

중국 지린성에서 출생한 유병헌 예술감독은 이 슬픈 사랑 이야기를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안무로 연출하여 아름다운 발레로 재탄생시켰다. 이미 발레 ‘춘향’을 안무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클래식 발레 위에 중국의 색채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손끝의 쓰임과 시선 처리에 중점을 두었다. 마치 경극을 보는 듯한 절도 있는 군무는 서정적인 발레 동작과 대비되어 더욱 역동적인 느낌을 선사하였다.

중국의 작곡가 허잔하오(何占豪)와 첸강(陈钢)이 1959년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오케스트라로 작곡한 음악 ‘Butterfly Lovers’ Violin Concerto’은 고전설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담아 총 7개 부분으로 형상화했다. 이 협주곡은 애초에 솔로 바이올린은 여주인공 축영대를, 첼로는 연인 양산백을 상징해서 작곡했기 때문에 바이올린과 첼로가 슬픈 연인의 감정을 오가는 일종의 ‘가사 혹은 노래’ 역할을 맡는다. 멜로디 전반에 동양의 선율미를 풍기는 이 아름다운 곡은 문화대혁명 이전까지 숨겨진 명곡으로 남아있다가, 1970년대 말부터 알려지기 시작하여 전 세계에서 자주 알려지는 유명한 곡이 되어 지난해에는 뉴욕필하모닉이 링컨센터 신년음악회에서 이 곡을 연주하기도 하였다.

"버터플라이 러버즈"에서 무용수 박수경이 축영대의 대역으로 나와 빨간 베일을 쓰고 양산백의 죽음에 절망하며 추는 춤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주었다. /(제공=유니버설발레단)
"버터플라이 러버즈"에서 무용수 박수경이 축영대의 대역으로 나와 빨간 베일을 쓰고 양산백의 죽음에 절망하며 추는 춤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주었다.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양산백 역할은 무용수 이현준과 강민우가 축영대 역할은 무용수 손유희와 박수경, 무용수 홍향기와 서혜원이 2인 1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빨간 베일을 쓰고 양산백의 죽음에 절망하며 통곡하는 듯한 움직임은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무덤이 열리며 새하얀 공간에서 연둣빛과 주홍빛의 나비가 날아오르며 반딧불이와 함께 무대가 환해지며 두 무용수를 밝히는 장면 또한 압권이었다.

"버터플라이 러버즈" 커튼콜 /(사진=Aejin Kwoun)
"버터플라이 러버즈" 커튼콜_마문재(임선우), 아버지(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 어머니(무크투야 무크볼트) | 축영대의 아버지는 세도가문인 태수의 아들 마문재와 축영대를 정략결혼시키려 한다.  (사진=Aejin Kwoun)

짧은 공연시간에 맞춰 압축되고 생략된 장면들이 많이 숨어 있을 것 같기에 많은 아쉬움이 느껴졌던 작품 “버터플라이 러버즈”가 전막으로 다시 무대에 올려지면 어떤 감동을 선사해 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버터플라이 러버즈" 커튼콜_축대(손유희)
"버터플라이 러버즈" 커튼콜_축영대(손유희), 양산백(이현준) (사진=Aejin Kwoun)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올해가 한러수교 30주년, 내년은 한중수교 30주년입니다. 여러 정치외교 현안들로 국가 간 대립과 화해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문화예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표 예술단체로써 새로운 레퍼토리 개발과 장르 간의 융합과 하모니로 진일보된 예술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혼합된 경험과 감정(Blended experiences and emotions)’의 슬로건 아래 현시대의 현상과 고민을 발레작품에 녹여내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2021대한민국발레축제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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