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선두에 나선 그린 소재 사업 강화부터 지배구조 개선 등 거버넌스 강화 까지

ESG 경영이 경영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딴 이 단어는 신사회책임 지수라고도 불리며, 기업들의 평가 기준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착한 경영'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에서 기업 관계자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인식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에 뉴스프리존에서 각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ESG 경영으로 가는 길을 살펴본다. 첫 번째는 전체 그룹이 전사적으로 ESG 경영에 나서고 있는 롯데그룹이다. -편집자주

[서울=뉴스프리존]이현수 기자=롯데그룹의 ESG경영은 '장기성장동력'이라는 단어로 풀이 가능하다. 즉, 사업 자체를 ESG 특성에 맞게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장기적인 성과지표를 도입, 투자자와 고객의 신뢰를 증대시키고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2015년 12월 3대 비재무적 성과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표한 후, 2016년부터 환경, 공정거래, 사회공헌, 동반성장, 인재고용과 기업문화, 컴플라이언스, 안전 분야 등 비재무적 항목을 임원 평가에 반영한 것이 롯데의 ESG경영의 시작이었다. 이후 각 BU(Business Unit) 및 계열사가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ESG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그린 소재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환경보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 소재 사업 분야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1월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서 ESG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데 이어 지난 5월 15일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을 방문하며 고부가 스페셜티 및 배터리 소재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특히 ESG 요소 중 신규사업의 기회를 선제적으로 발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15일, 식의약용 셀룰로스유도체 생산 공장인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에서 신동빈 회장이 생산 설비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 박경철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장. /ⓒ롯데그룹
5월 15일, 식의약용 셀룰로스유도체 생산 공장인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에서 신동빈 회장이 생산 설비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 박경철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장. /ⓒ롯데그룹

롯데정밀화학은 그린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지난해 매출액 1조 2000억 원 수준에서 오는 2030년까지 5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동박·전지박을 제조하는 솔루스첨단소재 지분투자를 위한 사모펀드에 29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인체에 유해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친환경 촉매제인 요소수 브랜드 ‘유록스’의 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또 식물성 의약용 코팅제 및 대체육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1월 인천공장 증설 작업에 돌입, 최근 작업을 완료하고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은 식의약용 셀룰로스유도체 생산공장으로 셀룰로스유도체 제품인 '애니코트'와 '애니애디'를 생산한다. 셀룰로스유도체는 식물성 펄프를 원료로 한 화학소재로, 애니코트는 식물성 의약 코팅 및 캡슐 원료로 쓰인다.

애니애디는 대체육이 육류 고유의 식감을 내는 데 필수적인 첨가제다. 세계에서 식의약용 셀룰로스 유도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롯데정밀화학, 미국 듀폰 및 애쉬랜드, 일본 신에츠화학 등 4곳뿐이다.

5월 15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에서 신동빈 회장이 2차전지 소재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조현철 롯데알미늄 대표이사, 한충희 롯데알미늄 소재사업본부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병삼 롯데알미늄 연구부문장. /ⓒ롯데그룹
5월 15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에서 신동빈 회장이 2차전지 소재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조현철 롯데알미늄 대표이사, 한충희 롯데알미늄 소재사업본부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병삼 롯데알미늄 연구부문장. /ⓒ롯데그룹

롯데알미늄은 국내 최대의 종합 포장소재 기업으로 알루미늄박, 약품·식품 포장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2차전지용 소재 및 친환경 포장소재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안산1공장의 2차전지용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 작업을 완료했다. 양극박은 2차전지의 필수 소재로, 2차전지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 활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 통로역할을 하는 소재다. 이 증설작업으로 롯데알미늄의 2차 전지용 양극박 생산능력은 연간 1만 1000톤으로 확대됐다.

롯데알미늄은 1100억 원을 투자해 헝가리에도 2차전지 양극박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내 6만 ㎡ 규모에, 연 생산규모는 1만 8000톤이다. 오는 11월 이 공장이 완공되면 롯데알미늄의 양극박 생산능력은 연간 2만 9000톤이 된다.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

지난해 2월, 롯데는 그룹차원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롯데는 3대 중점 실천과제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을 선정했다. 과제별로 관련 계열사의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목표를 설정, 추진해나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그룹 전 분야에 롯데만의 자원 선순환구조인 '5Re'(Reduce, Replace, Redesign, Reuse, Recycle) 모델을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지난 2월, 롯데그룹 화학BU는 지난 2월 'Green Promise 2030' 이니셔티브를 도입하고, 친환경 사업 방향성 설정 및 추진과제를 구체화한다고 공표했다. 이어 '지구를 지키는 진심 어린 발걸음'의 의미가 담긴 슬로건 'Every Step for Green'을 발표하며, 친환경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사업 성장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 화학BU 주요 회사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들은 ▲친환경사업강화 ▲자원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과제에 약 5조 20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 화학BU내의 친환경 협의체를 구성해 각 사의 전문 분야에 따른 아이템 발굴과 시너지 제고로 전략적인 운영을 추진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수소 모빌리티 시장 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소는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요소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3개 생산기지(여수, 대산, 울산)에서 저탄소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수소를 일부러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수소 생산을 위한 추가설비 투자비용 등이 없어 경제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러한 부생수소가 연간 총 6만 8000톤이 생산된다. 여수공장 5만 5000톤, 대산공장 1만 1000톤, 울산공장 2000톤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에어리퀴드와 롯데케미칼의 부생수소를 활용해 새로운 고압 수소 출하센터와 수소 충전소 구축에 공동 투자하고,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모빌리티 시장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사의 선진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수소 사회 진입에 필요한 액화수소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고압 수소탱크 기술 등의 협업을 추진한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여수공장에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적용한 설비를 구축해 저탄소 기반의 제품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추후 블루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저감, 수소 유통채널 확대 등 수소경제 각 분야에서 다방면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노릴 계획이다.

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롯데물산이 운영하는 롯데월드타워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효율적인 관리를 목표로 만들어진 대표적 친환경 랜드마크를 표방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운용 중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중 가장 규모가 큰 방식은 한강수 온도차를 이용한 수열에너지다. 수열에너지는 물의 온도가 여름에는 대기보다 낮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리적 특성을 냉난방에 활용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다.

롯데월드타워는 하루 5만 톤의 원수를 공급받아 전체 냉난방의 10%인 3000냉동톤(RT)을 공급하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운영 결과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타 냉온수기 대비 연간 에너지 절감률은 약 36%,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약 38%(2340톤)에 달했다.

롯데호텔은 6월 2일,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삼고, 첫 행보로 일회용 호텔용품을 없앤다고 밝혔다. 이달 중에 L7호텔과 롯데시티호텔에서 샴푸, 로션 등을 담는 일회용 용기를 대용량 용기로 대체하기로 했다. 롯데호텔 월드에서는 외부 공기로 식힌 냉각수로 호텔 내부를 냉방하는 외기냉수 냉방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다.

세븐일레븐도 올해 초 '미래 10년을 위한 2030 ESG경영'을 선언한 이후 관련 활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Green7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친환경 상품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지난 1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선보인데 이어 3월에는 바이오 페트(PET)를 상품 용기로 활용한 '샌드위치&샐러드' 제품을 출시했다. 바이오 페트는 플라스틱 페트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을 20% 줄이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롯데마트 에코 페트 수거함 /ⓒ롯데마트
롯데마트 에코 페트 수거함 /ⓒ롯데마트

롯데의 식품사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 분리배출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패키징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무라벨생수를 국내 최초로 발매했다. 이어 지난 2월 말부터는 묶음 포장용으로 생산되는 '아이시스 ECO'의 페트병 마개에 부착된 라벨까지 없앴다.

수원지, 무기물 함량 등이 표기된 무라벨생수 마개의 라벨은 기존에도 소비자가 제품 음용시 자연스럽게 제거돼 분리배출이 쉬웠지만 이마저도 없애 비닐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묶음 포장용 제품은 라벨을 완전히 제거하고, 낱개 판매용 제품은 정부 정책에 따라 병마개에 라벨을 부착된 형태로 운영한다.

지배구조 개선, 투명경영 확립 등 거버넌스 강화 추진

롯데는 주주가치제고, 투명경영, 건강한 노사문화 정립 등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한 것은 복잡했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선 2016년 3월에는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산규모 3천억원 이상 계열사에 사회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엔 투명경영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4일 롯데하이마트와 '2021년도 협력사 ESG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하이마트는 협력 중소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응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상생협력기금 1억원을 출연하고 동반위는 ESG 평가지표 개발 및 교육, 현장실사, 평가 등을 지원한다. 사진 왼쪽부터 롯데하이마트 황영근 대표, 동반성장위원회 권기홍 위원장.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는 24일 롯데하이마트와 '2021년도 협력사 ESG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하이마트는 협력 중소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응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상생협력기금 1억원을 출연하고 동반위는 ESG 평가지표 개발 및 교육, 현장실사, 평가 등을 지원한다. 사진 왼쪽부터 롯데하이마트 황영근 대표, 동반성장위원회 권기홍 위원장. /ⓒ동반성장위원회

각 계열사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개최한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간 분리 가능성을 명시화했다. 투명하고 독립적인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3월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주주 친화경영 차원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롯데면세점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시스템 강화에 들어간다.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내재화’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이익을 함께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준수관리자 이사회 선임 및 대표이사 CP 메시지 정례화 ▲CP 문화 확산을 위한 앱(App)기반 임직원 자율준수 소통 강화 ▲부서별·이슈별 맞춤형 공정거래 교육 실시 ▲현장점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모니터링 강화 등을 진행해 보다 체계적인 법규준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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