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유병수기자] 청와대는 27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발표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제 공은 문재인 정부로 넘어왔다. 시민단체 요구처럼 합의를 폐기할 수도 있지만 일본 정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우선 위안부 합의 검토 TF 의 보고서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합의 도출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야당 대표 시절 선언대로 합의를 무효화하기에는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청와대는 ‘핵심 관계자’ 입장임을 전제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아니었다는 게 근본 문제였던 만큼 위안부 할머니들 의견부터 충실히 듣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을 정하는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조치’에 합의 폐기나 재협상이 포함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TF가 굉장히 독립적으로 운영돼 저희도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없었다. 시간을 좀 달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검토 보고서가 나온 상황에서 두세 달씩 논의할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한일관계를 감안해 2월 이후에야 정부 입장을 낼 거라는 전망에 거리를 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청와대가 시간 벌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예상에 선을 그은 것이다.

▲사진: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추모하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로 300개의 의자와 소녀상이 설치돼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도 감안하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신중히 수립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곧 대응 방향을 결정하기보다는 폭넓게 의견을 들으면서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우선 합의를 폐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가장 원칙적이지만, 일본이 재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없어 한일 관계는 장기간 냉각될 수밖에 없다.

또는 2년 전 합의는 인정하되 후속 조치를 논의하자고 일본 정부에 제안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 변경 시도를 수용할 수 없다고 이미 밝힌 상황에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고려해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거나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 등을 통해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친 뒤 국제관계의 현실론에 입각해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운신이 폭이 극히 좁은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와 안보-경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 트랙 해법을 놓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할머니들을 모독하고,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합의 무효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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