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가' "문 대통령이 조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

"北, 평화 강하게 열망..내게 시간 많지 않은 거 알고 있다"

[정현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표지 인물로 등장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타임지 홈페이지 캡처
타임지 홈페이지 캡처

타임지는 24일 7월판 표지로 문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마지막 제안(Final Offer)’이라는 제목에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서다"를 부제로 달았다.

해당 기사에는 임기 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힘써 온 문 대통령의 노력 등이 소개됐다.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거쳐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이후 북미협상의 교착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의 부침 과정이 있었던 것을 상세히 서술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녀들에게 핵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타임지 모델로 등장한 건,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협상가(the negotiator)'란 제목으로 게재된 뒤 약 4년여 만이다. 타임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가'로 대두됐던 문 대통령이 4년 만에 북한에 '마지막 제안'을 던지는 셈이다.

"내게 시간 많지 않은 것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저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화는 매우 깨지기 쉬운 평화다.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라고 우려하면서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평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 기사는 2018년 9월 19일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 종합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 명을 앞에 두고 한 연설에 대한 회고로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의 눈빛과 태도를 통해 그들 역시 평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15만 평양 시민들에게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라고 남북 모두에 깊은 울림을 던졌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이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북미 관계가 부침을 겪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한미정상회담을 갖는 등 그를 설득해 교착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년 3월 한국에서 대선이 열리기 때문에 시간은 촉박하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화해, 협력을 지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공동성명을 통해 양 정상은 "대북 접근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솔직하고 강한 결단력 가져"

타임지는 특히 문 대통령이 '북한(North Korea)'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란 정식 국호로 표현한 점,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한 점, 성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점 등은 모두 전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정직하고 열정적”,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다” 등의 평가를 했다고 인용하면서 “자녀들이 핵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문 대통령이 재차 언급한 것을 들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소개했다.

타임지는 다만, 이러한 문 대통령의 설명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문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옹호는 '착각'에 가깝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살해한 점과 북한 인권 상황이 열악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제재 완화와 대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고 타임지는 설명했다. 북한이 반발하는 대북전단도 금지했다고 적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이처럼 김 위원장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야권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기 위해 경계했지만, 남북대화와 참여 및 협력에 대한 지지가 분명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대화 테이블로 오게 할 방법은 '백신 외교'

문 대통령은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상호 신뢰로 이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할 방법으로 '백신 외교'를 제안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지원은 '인도적 지원'이라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때 "한국이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라며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지속적인 “순환”이 결국 핵탄두, ICBM과 같은 북한의 가장 치명적인 자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임지는 이번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북·미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문 대통령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임기 내에 ‘평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이자 '조국을 위한 마지막 제안'에 북한이 어떻게 호응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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