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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금사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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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금사망보
  • 김덕권
  • 승인 2021.06.30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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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망보(金絲網報)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과(因果)의 업보(業報)를 받는 예(例)의 하나이지요. ‘원불교 사전’에서 ‘금사망보’를 찾아보았습니다.

「말세 수도인들이 세속적 쾌락에 탐닉하고, 수행을 잘못하여 구렁이 몸을 받게 되는 축생 보(畜生報), 정법을 모르고 대중을 잘못 인도하여 여러 사람의 다생 전도를 그르치거나, 수행정진하지 않고 신자들의 정재(淨財)로 무위도식하거나, 사은(四恩)의 큰 은혜에 보은하지 못하고 사회에 폐해를 끼치게 되면 금사망보를 받기 쉽고, 한번 받으면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고 한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에 ‘상원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상원사의 계림 스님은 낮이고 밤이고 화두(話頭)를 챙기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법당 뒤로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큰 구렁이 한 마리를 목격 했습니다. 구렁이는 독기를 뿜으며 꿩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꿩은 암컷인 까투리이었습니다. 이를 본 계림 스님은 들고 있던 주장자로 구렁이를 건드려 쫓아 버렸습니다.

“이런 못된 놈 같으니라고! 불살생을 근본으로 하는 도량(道場)에서 살생을 하려 하다니 저리가거라, 이놈!” 구렁이는 계림 스님의 주장자를 보더니 그만 달아나 버렸지요. 계림 스님은 구렁이한테 놀라 날지도 못하는 까투리를 보듬으며 멀리 날아가도록 하였습니다.

“불쌍한 것, 앞으로는 구렁이를 조심하도록 해라. 어서 날아가거라.” 계림스님은 죽게 된 까투리를 살려 보내고, 방생을 하였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요사 채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삼경이 지나고 계림 스님이 홀로 정진하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섰습니다.

거기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분이 서있었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야심한 밤에 길을 잃으셨는가 보군요.” 노인이 방안으로 들어서며 “나는 길을 잃은 게 아닙니다. 배가 고파서 들어온 것뿐이오.” “그러시다면 제가 공양을 준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계림스님이 후원으로 나가려 하자, 노인이 팔을 들어 제지 하면서 말했습니다. “아니오. 나는 밥을 먹지 못하오. 살아 있는 것을 먹소. 죽은 고기도 안 먹소.” 계림 스님은 놀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죽은 고기와 밥을 드시지 않고 산고기만 드신다니요?”

“나는 구렁이올시다. 오늘 낮에 까투리 한 마리를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스님이 방해를 해서 놓쳐버리고 이제껏 굶었소, 그러니 대신 스님을 잡아먹어야 하겠소.” “노인장께서 구렁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잡아먹는 것은 나중이고 우선 노인장이 어째서 구렁이인지 그 사연이나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노인은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나는 전생에 이곳 상원사에서 주지로 재직하고 있었소. 한 때, 불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범종을 주조하기로 했소. 꽤 많은 불사 금이 모였소. 나는 그 돈으로 범종을 주조 했는데, 기술이 부족했던지 종소리가 영 나질 않았소이다. 그리고 나머지 돈은 솔직히 얘기해서 내가 혼자 착복 하였지요.

난 그런 죄로 그만 죽어서는 구렁이의 보를 받고 말았지요. 그래서 현재 나는 구렁이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니 만치 산고기를 잡아먹어야만 하오.” 계림 스님은 비로소 인과가 역연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듣고 보니 참 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먹이를 뺏은 것은 잘못한 일이니 한 번만 봐주십시오.” 노인은 막무가내이었습니다.

계림 스님은 자신이 속으로 생각한 것을 털어 놓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좋습니다. 스님께서 정 그러하시다면 내가 한 가지를 제안 하겠소.” “어떤 제안 이온지?” “이 상원사 법당 뒤에 가면 내가 전생에 잘못 주조하여 소리가 나지 않는 종이 있소. 만일 내일 새벽까지 그 종이 울어 소리가 나게 되면 나는 구렁이의 몸을 벗고 다시 인간에 태어날 수가 있소이다. 그럼 나도 열심히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겠소이다.”

계림 스님은 참으로 난감 했습니다. ‘내가 만일 선정(禪定)에 들어 있으면 노인이 나를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삼매(三昧)에 이를 수가 없었습니다. 노인이 지켜보기 때문이지요. 죽음은 시시각각 계림 스님을 향하여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오경(五更) 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밖에서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처럼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종소리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때서야 노인은 계림 스님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내, 저 종소리를 듣고 구렁이 몸을 벗어나게 되었소이다. 날이 밝거든 나의 시신을 거두어 화장하여 주시오. 나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납니다. 나의 시체는 남쪽 처마 아래 땅 속에 있소이다. 자, 그럼.”

노인은 말을 마치자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날이 밝자 계림 스님은 종이 달려 있는 법당 뒤로 돌아갔습니다. 거기에 장끼와 까투리 두 마리가 머리에 피를 홀리며 떨어져 있었습니다. 까투리를 보니 분명 지난날 구해준 그 까투리이었습니다. 까투리는 자기의 생명을 살려준 은혜를 그의 짝 장끼와 함께 목숨을 바쳐 갚은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구렁이 시체도 잘 거두어 망승(亡僧)의 예로써 화장해 주었습니다. 어떻습니까? 두렵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요즘 청와대 모 비서관이나 여야 정치인들의 부동산 부정취득, 그리고 LH 공무원들의 조직적 땅 투기 등등, 금사망보의 과보가 두렵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우리 부지런히 선업(善業)을 쌓아 진급(進級)은 할지언정 강 급(降級)은 하지 말아야하지 않겠는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6월 3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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