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인 윤 전 총장 평가절하, 극민의힘 입당과 검증 우회 압박 나서

[뉴스프리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평가절하했다. 범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계속된 공격은 김 전 위원장이 ‘손절(노력해도 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일 경우 포기, 경제용어인 '손절매'에서 유래)하는 측면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7일 원희룡 제주지사의 지지모임인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 참석에 앞서, '윤 전 총장 측에서 연락 온 것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전혀 그런 계획도 없고, 그런 일도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야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지지율이라는 게 결정적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등 야권 후보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타나지도 않은 사람과 어떻게 만나느냐"면서도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야 있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원 지사에 대해선 "대통령 후보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다 갖췄다"라고 호평했다. 그는 "2007년 원 지사가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뛰었을 때에 내가 그랬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새롭게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당시에는 우리나라 정치여건상 이렇게 젊은 후보가 탄생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회고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지금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제1야당이란 걸 잊지 않아야 한다"며 당에 쓴소리도 날렸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제1야당이 대통령 후보감을 놓고 이렇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의 힘으로 다음 대통령 후보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의지를 갖추고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 전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인정하는 ’야전사령관‘이다. 1981년 본인의 국회의원 출마(비례)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 모두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큰 영향을 끼친 정치인이자,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는 만신창이가 된 국민의힘을 이끌고 승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을 보여줬다. 

정치계에서는 보수와 진보 상관없이 어려운 일이 불어닥치거나 정치적 어려움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김 전 위원장이다. 정치판에서 그의 별명은 해결사 혹은 킹메이커다. 

그런데 ’킹메이커‘라는 김 전 위원장은 유력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외면하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은 김 전 위원장을 찾지 않는다. 왜 그럴까?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처음부터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3월 4일 윤 전 총장이 자진사퇴 이후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 1위에 오르는 등 언론에 주목을 받았을 때 김 전 위원장은 8일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당시 김 전 위원장은 4.7 재보궐선거를 진두지휘 하느라 윤 전 총장을 만날 기회는 없었고, 총장직 사퇴 이후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윤 전 총장으로서도 의례적으로 ’만나보겠다‘라고 할 뿐 서두를 일이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박한 평가를 내린 것은 지난 6월 4일 이후이다. 

김 전 위원장은 6월 4일 국민의힘 안상수 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며 “수사 같은 한 분야만 했지 다른 분야를 잘하겠느냐. 지금은 경험 있고 노련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자기 정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정치를 시작해야지 기생하면서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되겠느냐”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또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생각도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며 사실상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따라서 오늘 발언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강한 거부나 마찬가지이다. 여의도 정치9단인 김 전 위원장의 ’손절‘ 발언은 왜 나왔을까?

정치판에 오래 머무른 김 전 위원장의 ’촉‘은 높이 평가받는다. 원로이지만 시대흐름을 읽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판을 짜왔다. ’경제민주화‘ 투사라는 그의 내공은 녹슬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검사 출신 윤 전 총장의 등장과 지지율 1위는 일종의 ’신기루‘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굳이 처와 장모, 본인까지 연루된 ’X파일‘이 아니더라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라는 평가는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 전 위원장의 자신감은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이 오르고 내부의 후보 뿐만 아니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등 후보군이 풍부해진 마당에 거꾸로 윤 전 총장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는, 일종의 견제구라 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정치판의 어른인 김 전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까?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선언 전후로, 현재 ’민심투어‘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는 이 시점까지 그의 일정표에 김 전 위원장은 없다. 

윤 전 총장은 정치 초년생으로 기존의 정치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강박이 없지 않아 있다. 정당정치를 강조하는 김 전 위원장을 만나면 당연히 국민의힘 입당이 전제가 될 것이고, 그러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당내 경쟁자, 특히 홍준표 의원 등에게 호되게 당할 수 있다. 입당을 최대한 늦추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대중적 지지를 발판으로 ’여의도 문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측면이 있다. 물론 ’X파일‘ 등 당내 검증이 가장 문제이지만, 식상한 정당정치 아닌 제3지대에서 세를 규합, 국민의힘에서 꽃가마를 태우기 전에는 입당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김 전 위원장의 만남을 계속 회피한 것이다.

지금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의 대립은 기존 정치력과 새로운 정치의 부딪힘이다.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게될지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 달렸다. ‘X파일’ 등 악재 속에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계속 유지되면 주도권은 윤 전 총장이 쥐게되고, 김 전 위원장은 무대에서 내려가게 된다.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판의 산증인, 김 전 위원장의 ‘촉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대선시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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