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논문부정과 장모 실형에도 변명 급급, ‘반문재인’의 구태정치만 보여줘

[뉴스프리존]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이은 악재로 대선행보가 꼬이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중 처와 장모에 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처가리스크’가 구체화 되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대응이나 행보 역시 새로움 없이 구태를 반복,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6월 29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 2일 장모 최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실형 3년에 법정구속됐다. 장모 사건을 앞두고 ‘십원 한 장 피해준 일이 없다’고 큰소리 쳤지만 법정구속을 당할 만큼 죄질이 좋지않았다. 

장모의 법정구속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가족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나 동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장모 일은 장모 일이고, 제가 걸어가는 길에 대해선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거로 안다"고 덧붙였다. 가족이라면서 ‘자신의 길’로 분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학위 등 논문표절 등 부정의혹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 입장은 동일하다. 8일 언론의 질문에 "어떤 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해 대학에서 이뤄지는 문제"라면서 "대학이 판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응이 미진했다고 판단했는지 윤 전 총장 측은 9일 대변인실 명의로 “김건희씨 결혼 전 논문 문제는 해당 대학교의 조사라는 정해진 절차를 통해 규명되고 그 결과에 따를 문제”라고 밝혀 윤 전 총장과 ‘결혼 전’임을 강조했다. 

또 대변인실은 “여당은 2007년도 (윤 전 총장) 배우자가 아닌 ‘이재명·정세균·추미애’ 등 자당 유력 대선후보들 본인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조처를 취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형적인 맞불 작전이다. 

윤석열 前검찰총장 일행은 6일 국립대전현충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방문했다./ⓒ이기종 기자
윤석열 前검찰총장 일행은 6일 국립대전현충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방문했다./ⓒ이기종 기자

부인과 장모의 일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사과 혹은 유감표명은 없었다. 장모가 법정구속 됐으면 최소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사과하든지, 부인의 논문 표절의혹이 불거졌으면 “의혹을 규명해서 합당하게 처리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발언이나 해야 하는데 가족일이라면서 자신과 선긋기, ‘남 탓’으로 돌리기에 바뻤다. 이런 일로 여당에서는 ‘윤로남불’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처가리스크가 전부는 아니다. 대선출마 이후 윤 전 총장은 각계각층을 만나고 ‘민생투어’를 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새로움이 없다.

처음 언론에 소개된 김대중도서관 방명록에는 ‘지평선’과 통찰 아닌 ‘성찰’로 작문 뿐 아니라 사고력에 의구심을 품게 했다. 곧이어 터진 ‘X파일’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의 ‘정치공작과 불법사찰’로 대응, 역공을 취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관을 압축한 대선출마 선언문은 결국 모든게 ‘문재인 탓’이라는 선언에 지나지 않았다. 

선언문에서 문재인 정부를 '국민 약탈정권', '이권 카르텔' 등의 거친 표현으로 성토한 데 대해 "정부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제가 직접 겪어보고 느낀 대로 가감 없이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 근거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다 보시고 또 알고 계시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정치참여 선언에 구체적 대안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그의 역사관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출마선언 후 고향인 안동의 이육사박물관에서 “해방 이후 친일청산이 안된 것은 미점령군 탓”이라는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은 4일 페이스북에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들께서 큰 충격을 받고 계시다”라며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 세력의 차기 유력 후보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 온 국민이 귀를 의심하게 하는 주장”이라면서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수만 명의 미군과 UN군은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 불의한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인가”라며 “죽고 다친 수많은 국군장병과 일반 국민들은 친일파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나”라고 꼬집어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며 “이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인가”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지사를 한데 묶어 공격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대응은 이 지사의 ‘도발’에 말려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지사는 해방공간에서의 친일청산과 미점령군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팩트를 논한 것인데, 이를 6.25로 확대하면서 문재인 정부까지 확대한 것이다. 보수정당, 보수언론과 극우 태극기부대의 전형적인 논리와 한치도 다르지 않다. 

최근 ‘탈원전’에 반대, 원전지지 행보를 이어가는 윤 전 총장은 잇다른 말실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에게 "(탈원전 정책이) 국민의 합당한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 의구심이 많다"며 "졸속적인 탈원전 방향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전이 영화처럼 그리 위험하지 않다”라거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과거 “사실은 과거엔 (정부가) 크게 문제를 안 삼았다”는 식으로 발언, 논란을 자처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에 "제 귀를 의심했다"며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 이를 대변하는 일본 정부 논리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마저 "일본 자민당 총재직에 도전한 것이냐"는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여론이 안좋아지자 윤 전 총장 측은 7일 밤늦게 입장문을 내놔 "작년(2020) 10.26.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오염수 처리가 일본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고 한 답변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이것도 당시 강경화 장관이 ”일본의 주권적 결정사항이지만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더 따지겠다“라는 발언 맥락을 보면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윤 전 총장의 모호했던 메시지가 원인이었지만, 사안에 대한 깊은 통찰없는 즉석 답변, 모든 것을 ‘문재인 탓’으로 묶을려는 전략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 이후 아직도 구체적인 자신의 비전이나 색깔을 보여준 것은 없다. ‘X파일’ 속 처가리스크가 구체화되고, 장모 구속, 김건희씨의 논문부정, 윤 전 총장의 얕은 역사인식이나 현실인식이 드러냈다. 

출마 선언 이후 자신의 모토인 ‘공정과 정의’를 기준으로 한 발언이 없다. 한 예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 대선후보들이 여성가족부 폐지공약을 내걸었다. 이준석 대표도 어느정도 동의했다. 이런 사안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폐지에 찬성이든, 반대를 하든 그 과정 속에 윤 전 총장의 사고를 알 수 있는데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윤 전 총장은 아직도 높은 지지율에 취해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를 때리면 때릴수록 단단해 지거나 높이 올라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은 기본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60-70대, 보수정당과 태극기부대, 그리고 보수언론이 만든 허상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중도층이 있는데, 지금까지 윤 전 총장의 행보와 발언을 보면 중도층을 잡기는 한계가 심해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정치판에 등장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탄압’이미지, 이른바 박해받는 피해자 코스프레였다. 이것은 상징성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범여권 대권주자로 ‘문재인 탓’만 하면 지지율이 더 올라갈 수 있을까? 

맞는 역할도 때리는 역할도 이제는 식상하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치가 없다는 것은 거품이 빠진다는 의미이다. 남은 것은 ‘플랜B’, 국민의힘에 대권후보는 많다.  

‘문재인 탓’만 하는 윤 전 총장에게 미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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