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군쟁편(軍爭篇)’을 보면 “따라서 병은 속임수로 성립하고, 유리한 것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인다. 병을 나누기도 하고 합하기도 해서 임기응변한다”는 대목이 있다. 이에 대해 당나라 사람 두목(杜牧)은 “적을 속여서 나의 정체를 모르게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주를 달았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의상(義賞)’에는 춘추시대 진(晉)‧초(楚)의 ‘성복(城濮) 전투’의 고사가 실려 있다.

진 문공이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초나라 군대는 수가 많고 우리는 적은데,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겠소?”

호언이 대답했다.

“예의범절을 따지는 군주는 아무리 꾸며도 모자란다고 하고, 호전적인 군주는 늘 속임수가 모자란다고, 합니다. 공께도 오직 속임수가 있을 뿐입니다.”

이 말의 뜻을 좀 더 풀어보면 이렇다. 예의를 중시하는 군주는 예절이 아무리 많아도 귀찮아하지 않고, 호전적인 군주는 전쟁이, 아무리 많아도 속이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도 속임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비자(韓非子)도 “예절을 좋아하는 군자는 충(忠)과 신(信)을 싫어하지 않고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서는 속임수 쓰기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 문공이 옹계(雍季)에게도 물었다.

“초와 전쟁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적의 수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어떻게 해야 하겠소?”

옹계가 대답했다. 

“숲을 불 태워 밭을 일구면 짐승을 많이 잡을 수 있겠지만 짐승들이 멸종하고 맙니다.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면 단기간의 이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이후로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게 됩니다.”

진 문공은 이런 옹계의 말을 좋은 말이라고 칭찬했지만 역시 호언의 계책을 채택하여 끝내 대승을 거두었다.

손자병법은 간결하게 ‘병(兵)이란 궤도(詭道-적을 속이는 법)’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조조는 이에 대해 “병이란 일정한 형체가 없기에 궤도를 이치로 삼는 것”이라고 주를 달았다. 당나라 때의 이전(李荃)은 “병은 속이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병은 기꺼이 상대를 속인다)”는 주를 달았다. 또 청나라 때의 육이첨(陸以湉)은 ‘냉려잡식(冷廬雜識)’이라는 책에서 용병에 정통한 자는 “모두 기계(奇計)로 승리를 거둔다. 이른바 병은 속이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니 보잘 것, 없는 유생이 할 바가 아니다”고 했다. ‘병은 속이는 것으로 성립한다’는 말이나, ‘병은 속이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는 말은 모두 ‘병은 궤도’라는 기본 사상을 반영한 말들이다. 적에게 승리하려면 계략과 속임수에 의존해야 한다.

동한(東漢)시대 우후(虞詡)는 무도(武都) 태수에 임명되어 가던 도중에 진창(陳倉) 효곡(崤谷)에서 강(羌)의 군대 수천 명에게 포위당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 상황에서 그는 구원병이 뒤따라오면 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 취사용 솥을 늘리라고 명령했다. 강족 군대는 그의 말이 진짜인 줄 알고 더는 뒤쫓지 못했다.

1360년, 안휘‧강서 일대를 점령한 진우량(陳友諒)의 군대는 자신들의 세력이 꽤 강하다고 자부하면서 남경을 점령한 주원장(朱元璋)의 군대를 섬멸하려 했다. 이에 주원장은 속임수를 써서 부장 강무재(康茂才)로 하여 진우량에게 거짓으로 항복하게 한 다음, 몰래 대량의 복병을  숨겨 두었다가 호응하여 진우량을 대파했다.

‘속이기’는 동서고금 군사 전문가들의 기본 용병 원칙이었고, 그것으로 성공을 거둔 전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적대 세력 간의 이해 충돌이 존재하는 한, ‘병이사립’의 계략은 생명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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