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와 달리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무산 당시 실형 예견돼

김진애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선택하지 않을 때부터 수상, 예감 틀리지 않아"

김어준 "김경수 진실, 신뢰한다..최순실 말 신뢰한 이동원 판사"

[정현숙 기자]= 대법원 2부 주심 이동원 대법관이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 대해 2년 실형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여권은 물론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편파 판결이라는 불신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가 2018년 7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무리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가 2018년 7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무리

김경수 지사 측 변호인 김성수 변호사는 21일 "형사 사법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형사사법 원칙이 있는데, 그런 사명을 대법원이 다했는가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총장은 물론 정의당까지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국정원 댓글 사건과 비교하고 현 정권의 정통성이 의심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한 조중동 보수언론들은 이동원 대법관을 '원칙론자'로 치켜세우고 있다.

전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진행한 당 대표 토론배틀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정원 댓글공작에 대해 박근혜 청와대가 사과할 입장이라고 했는데 내로남불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청와대가 먼저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라며 "당연히 청와대가 사과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송영길 대표는 송 대표는 "박 전 대통령 당선 시절 국정원이 개입한 것은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한 것이고 그때는 3.5%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났다"라며 "그러나 이번 문 대통령 당선 때는 15% 이상 차이로 (당선이) 결정났고 공무원이 아닌 매크로 작업 전문가라는 드루킹이란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활용한 면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22일 SNS를 통해 "사기꾼 드루킹과 국정원 댓글 조작이 비교 가능한가?"라며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정치 사기꾼을 경계하자"라고 했다.

그는 "김경수 지사 대법원 유죄 판결 최종심이 나옴에 따라 야권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입을 모아 비판한다"라며 "그런데, 아슬아슬했던 2012년 박근혜-문재인 대선정국에서 국가정보기관 국정원이 세금을 써서 댓글 조작했던 것을, 문재인 대세론이 확실했던 2017년 대선 정국에서 일개 민간인 드루킹이 댓글을 대량 살포했던  것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전 의원은 특히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선택하지 않을 때부터 수상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라며 "정치 사기꾼의 공작에 순진하게 걸려들 수도 있는정치인들을 어떻게 분간하는가, 어떻게 보호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사법부가 되기를 바랬었는데"라고 실망감을 드러넸다.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 정통성 의심 운운하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은 왜 했습니까?"라고 꼬집었다.

주심인 이동원 판사는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가장 강성 보수라고 손꼽히는 인물이다. 7 대 5로 무죄 의견이 다수였던 이재명 지사의 상고심에서도 유죄라는 의견을 냈다.

이재명 지사는 '허위사실공표죄'로 항소심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7월 16일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무죄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지사는 항소심 재판부에서 의견이 엇갈린 탓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결국 7 대 5로 무죄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김경수 지사는 애초 기대했던 전원합의체 회부가 무산됐다. 선고 전에 이미 ‘김 지사 실형 확정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대법원 안팎에 돌기도 했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대법원에서 ‘21일 항소심에서 그대로 선고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알렸을 때부터유죄 확정 가능성이 점쳐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주로 정치,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고 파급력이 큰 사건들을 담당한다. 의결은 대법관 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김경수지사의 sns 갈무리

김어준 "이동원 판사, 거짓과 번복으로 점철된 드루킹 진술·최순실 말 신뢰"

방송인 김어준 씨는 이날 "개인적으로 김경수 지사의 진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바꾼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 승리가 이미 예견된 대선에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김 지사의 진술은 모두 다 배척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재판을 예로 들어 "지난달 대법원은 김학의 사건을 파기환송해 김학의가 석방됐다. 재판부가 수사 과정에서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진술이 전부인 그런 사건에서 그 진술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런 판단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어제 대법원이 형을 확정한 김 지사 사건도 마찬가지로 드루킹 측 진술이 사실상 전부인데, 이 사건에서 재판부가 거짓과 번복으로 점철된 드루킹 측 진술을 다 그냥 믿어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핵심 회원들이 김경수 지사로부터 매달 100만원씩 받았다고 거짓말하기로 공모한 카톡이 수사 첫단계에서 밝혀졌고, 그렇게 시작부터 거짓말로 시작한 게 드루킹 측의 진술"이라며 "오사카 영사 자리를 김경수가 제안했다고 한 드루킹의 옥중편지 역시 드루킹 본인이 작성한 문건에 의해 거짓인 게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일본 열도가 곧 침몰하니까 일본인들을 개성공단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영사 자리 요구했다는 게 드루킹인데, 그런 수준인데 재판부는 믿어줬다"라고 이동원 판사의 판결에 불신을 드러냈다.

아울러 “킹크랩 역시 옥중편지에서는 여러 명이 시연을 목격해서 발뺌이 어렵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단둘이 봤다고 말을 바꿨다. 2심 마지막에는 주장했던 시간대가 어긋나자 독대를 두 번 했다고 또 말을 바꿨다”라며 “그렇게 여러 번 진술을 번복해도 재판부는 드루킹의 말을 받아들여 줬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번도 말을 안 바꾼, 이미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대선에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김경수 지사의 진술은 다 배척했다”라며 “국정농단 재판에서 정유라의 3마리 말이 뇌물이 아니라는 최순실의 말을 신뢰한 이동원 판사가 드루킹의 말을 신뢰한 결과를 제가 바꿀 힘은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김경수 지사의 진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라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경험한 김경수 지사는 천성적으로 성정이 너무 선한 사람이다. 깨끗한 선비같은 사람이다"라며 "악인들은 순수한 사람에게 이렇게 큰 고통을 주어 나머지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에 질리게 한다"라고 이 지사의 실형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 교수는 "이분은 거짓말을 절대 하지 못할 사람이다. 김 지사를 겪어본 사람은 모두 내 말에 동의할 것"이라며 "정치인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닮았다. 그래서 대통령의 고통이 느껴지고, 그 고통은 내게도 그대로 전이된다. 이런 분이기에 온갖 욕망들이 뒤섞인 정치판과 인연을 맺을 때 지금의 불행은 예고된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된 이동원 판사는 지난 2019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선고 당시 정유라 말 3필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이 뇌물이 아니며 삼성의 승계작업 역시 인정될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동원 판사가 거짓과 번복으로 점철된 드루킹 김동원 씨의 진술로만 김경수 지사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그의 강성 보수 전력이 들춰지면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어준 씨가 지목한 주요 쟁점이 되는 4가지만 살펴봐도 이번 판결이 무리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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