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녹음파일'까지 공개, "이낙연 캠프 관계자들, 내가 하지도 않은 말 지어냈다"

[뉴스프리존]고승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소위 '백제' 발언을 한 데 대해,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측에서 '지역감정 조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26일 자신의 SNS와 유튜브 채널에 인터뷰 녹음파일까지 공개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실제 녹음파일을 보면,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에 '덕담' 취지로 말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이낙연 후보님 측 주장이 흑색선전인지 아닌지... 주장이 아니라 직접 들으시고 판단하시라"며 1분 6초 분량의 녹음 파일을 첨부했다. 당시 이재명 지사의 발언 전문은 이러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경기도청을 찾아 이재명 지사와 간담회를 가진 시기는 지난해 7월 30일로서, 이 전 대표가 당대표 후보 출마를 앞두고 있던 때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가 경기도청을 찾아 이재명 지사와 간담회를 가진 시기는 지난해 7월 30일로서, 이 전 대표가 당대표 후보 출마를 앞두고 있던 때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당대표님이 경기도에 오셨을 때 전당대회 때 단독출마 하시면서 오실 때, 제가 진심으로 꼭 잘 준비하셔서 '대선 이기시면 좋겠다' 이런 말씀 드렸어요. 그때 사실은 지지율이 매우 고르게 잘 나올 때입니다. 제가 그 때 그 말씀을 드렸던 이유는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하는 예가 한 번도 없어요. 단 한 번도. 김대중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죠. 충청하고 손을 잡았잖아요. 그런데 지금 그 때 당시에 보니까 이낙연 대표는 전국에서 매우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어서 이분이 나가서 이길 수 있겠다.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이분이 이기는 게 더 낫다. 실제로 판단했어요"

이낙연 전 대표가 경기도청을 찾아 이재명 지사와 간담회를 가진 시기는 지난해 7월 30일로서 이 전 대표가 당대표 후보 출마를 앞두고 있던 때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비공개 환담 자리에서 제가 후보님께 '이 후보님이 대선에서 잘 되시면 좋겠다. 저는 아직 나이도 젊고 도지사 재선 카드도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 기억나실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이재명 지사는 인터뷰 전문 내용까지 함께 올렸다. 

이들이 간담회를 가졌을 무렵인 1년 전, 이낙연 전 대표는 여야 통틀어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재명 지사는 "당시 제가 (이낙연) 후보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 이유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 때문이었다"라며, "제가 이기는 것 보다 이 후보께서 이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후보님께 한반도 역사 최초의 호남중심 대통합을 이루시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끝내주십사고 말씀드린 거 기억나시나"라고 거듭 상기시켰다. 

이재명 지사의 '중앙일보' 인터뷰에서의 발언 취지를 요약하면. 이낙연 전 대표가 승리할 시 호남이 중심이 되어 한반도 전체를 통합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이재명 지사 자신은 '도지사 재선' 카드도 있으니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 낫다는 취지로 소위 '덕담'을 건넸다는 설명이다. 

지난 97년 김대중 정부로의 정권교체는 정부수립 후 최초로 이뤄진 정권교체였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당시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비롯, 군사정권 출신 인사들과도 손을 잡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당시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비롯, 군사정권 출신 인사들과도 손을 잡았다. DJT 연합(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재,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으로의 확장 없이 정권교체는 사실상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당시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비롯, 군사정권 출신 인사들과도 손을 잡았다. DJT 연합(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재,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으로의 확장 없이 정권교체는 사실상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는 수도권과 호남 외에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소수 야당이었다. 그래서 DJT 연합(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재,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으로의 확장 없이 정권교체는 사실상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다. 

이재명 지사는 당시의 정권교체를 '절반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전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와 승리할 경우 최초의 '호남 중심' 대통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당시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저는 실력, 신뢰, 청렴을 인정받아 전국적 확장력을 가진 제가 민주당 후보로서 본선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 이 후보님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주의 조장발언을 한 적이 없고, 인터뷰 기사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아쉬운 점은 후보님 캠프 관계자들의 극단적 네거티브"라며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이재명이 인터뷰에서 지역주의 발언을 했다'고 공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역주의 조장을 하지 말자면서 되려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며 "'조용히 하자'면서 시끄럽게 고함치는 꼴"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재명 지사가 인터뷰 전문에 이어 녹음파일까지 공개한 것은 지역감정 조장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자신의 말의 취지를 왜곡해 역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닌지 따져 묻는 셈이다. 실제 전문을 보면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에 '덕담' '응원'의 말을 건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후보께서 한반도 5000년 역사를 거론하며,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삼았다.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며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계바늘은 한참 뒤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의 약점은 호남’, ‘호남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인가.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확장력은 지역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역시 비난했다.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24일 페이스북에서 "이 말의 속뜻은 호남출신으로는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 즉 '이낙연 불가론'"이라며 "이 말을 바꾸어보면 영남출신인 자신은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철저한 '호남 비하'요, 동시에 '영남 패권주의'"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을 방문하자, 이재명 지사의 지지자들의 모습과 그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을 방문하자, 이재명 지사의 지지자들의 모습과 그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정운현 전 실장은 더 나아가 "박물관 지하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줄 알았던 지역주의 망령이 관 뚜껑을 열고 기어나오는 꼴"이라며 "박정희, 이효상, 전두환, 김기춘의 뒤를 이어 이재명이 '우리가 남이가?' 깃발을 높이 들겠다고 한다"고 거듭 맹비난했다.

여기에 대선경선에 나선 정세균 전 총리도 24일 페이스북에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인식이며, 정치적 확장력을 출신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사실상 일베와 같다"며 "이번 발언으로 이후보는 스스로 가장 확장력 없는 퇴행적이고 왜소한 인식의 후보임을 입증했다"고 맹비난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나아가 이재명 지사에게 경선 사퇴와 공개 사과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김두관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이낙연 후보 캠프 대변인에 이어 정세균 후보까지 나서시길래 정말 심각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앞뒤를 보니 이재명 후보 인터뷰는 그런 의도가 아닌게 분명하다"며 "당선을 기원한 것을 호남불가론으로 둔갑시켰다"라고 반박했다. 김두관 의원은 "정말 왜들 이러느냐"라며 "아무리 경쟁이지만 떡 준 사람 뺨을 때리면 되겠나"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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