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전병민 정책총괄’ 오보, 이준석과 전격회동, 입당 확정으로 전환

[뉴스프리존] 지난 주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캠프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불과 한 달전까지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상황과는 달리, 여권 주자, 그것도 2위인 이낙연 전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패하는 흐름이 나오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당연히 전략을 수정하고 캠프 재정비가 급선무였다. 바로 이때 <TV조선>에서 윤 전 총장 캠프 관련 유력한 보도가 나왔다. 

TV조선은 23일 최초 단독보도에 이어 25일 [단독] 전병민 "70명 전문가와 만든 대선 공약 尹측에 넘겼다"라는 기사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냈다. [단독]은 특종이나 마찬가지 의미이다. 

본 기사에서 이광희 기자는 “윤석열 전 총장의 정책자문그룹을 종합하기로 한 전병민 전 정책수석과 저희 취재진이 단독 인터뷰를 했다”면서 “70여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윤 전 총장의 대선 공약 골격을 만들었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검증해 최종안이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어 “전병민 전 수석은 자신이 직접 전문가들을 섭외해서, 분과별로 공약을 종합했다”면서 “큰 틀의 대선공약이 어느 정도 완성됐고, 예산이나 실행 가능성을 검증해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게 될 것”이며, “검증 작업은 윤 전 총장 캠프의 좌장격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지휘하게 된다“고 밝혔다. 

TV조선의 보도를 요약하면 윤석열 전 총장의 정책자문그룹을 종합한 것은 전병민 전 정책수석이고, 전 전 수석은 70여명의 전문가들을 모아 대선공약을 완성했고, 검증작업은 이석준 전 실장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TV조선이 [단독]으로 보도한 윤석열 캠프 전병민 정책총괄 보도는 결정적으로 오보가 됐다. TV조선은 왜 물을 먹었나?
TV조선이 [단독]으로 보도한 윤석열 캠프 전병민 정책총괄 보도는 결정적으로 오보가 됐다. TV조선은 왜 물을 먹었나?

조선일보는 TV조선의 보도를 받아 24일 지면에 실었다. 내용은 TV조선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책사로 불렸던 전병민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만간 대선공약을 구체화할 정책자문그룹을 출범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23일 TV조선 최초 단독보도와 24일 신문지면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책사’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25일 보도에서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전병민, 낯설면서도 낯익은 이름의 등장에 깜짝 놀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전병민은 93년 2월 17일, 김영삼 정부 첫 청와대 인사 발표에서 당시로는 생소했던 ‘정책기획수석’에 올랐다. 당시 여야가 공히 인정한 최고의 정책기획통이자 선거전문가, 그러나 그의 입각은 불과 3일, 그의 장인이 고하 송진우 선생 암살범이라는 사실과 학력문제가 언론에 의해 밝혀지자 사퇴했고, 그후 그의 행적은 간간히 선거판에서 들릴 정도였다. 

전병민은 사실 1세대 정치컨설탄트라는 이름으로 노태우 정권부터 김영삼 정권에서 선거기획으로 명성을 날린 사람이었다. 노태우의 ‘중간평가 공약’, 김영삼 초창기 하나회 해체, 공직자 재산등록, 금융실명제 등의 개혁정책 밑그림 완성자가 바로 전병민이었다. 

그런데 TV조선이 [단독]으로 보도하고 조선일보까지 소개한 전병민 (정책총괄) 기사는 하루만에 부정되고 사라진다. 인터넷 용어로 순삭(순식간에 삭제되어 없어짐)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윤 전 총장 측 대변인단은 25일 “전 전 수석은 캠프 운영 초기에 각 분야 전문가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더 이상의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다”며 대선캠프와는 관계없는 인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 전 수석은 정책 수립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거듭 일축했다. 상당히 야박하게 전 전 수석을 내친 것으로 보인다. 

전병민 퇴출과 동시에 윤석열 캠프는 하룻만에 김종인 전 비상위원장 계열의 사람들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새롭게 캠프 대변인을 맡은 김병민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근 정무특보 이학재 전 의원 △상근 정무보좌역 함경우 국민의힘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 △상근 대외협력특보 김경진 전 의원 △청년특보 장예찬 등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실 총괄부실장 신지호 전 의원 △기획실장 박민식 전 의원 △대변인 이두아 전 의원·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각각 선임됐다고 전했다.

영입 인물 대부분이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평가에 대해 김 대변인은 "김 전 비대위원장이 만약 극구 반대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윤석열 캠프에 참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의 직접 소통 여부에는 "두 분의 이야기라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병민 캠프 대변인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전 총장은 건대앞 치킨집에서 전격회동을 시작했다. 

치맥 회동 직후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오늘 회동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대동소이'"라며 "저희가 공통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도 오늘 만남의 의의를 잘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앞으로 정권교체, 대한민국을 바로세우는 길에 저희가 같이 할 일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제 제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될지 그 결정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예측가능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불안하지 않게 해드려야 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결단도 내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대표님하고 자주 뵙고 소통하면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 저한테 오늘 굉장히 많은 걸 전수해주셨고 제가 앞으로 많이 지도를 받겠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회동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그동안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 “내 갈길을 가겠다.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라던 윤 전 총장은 이 대표를 당대표로 정치선배로 깍듯이 모시는 모습을 연출했다. 

윤 전 총장의 태세전환은 치맥회동 직전 캠프 회의에서도 감지됐다.

윤 전 총장은 캠프에 새로 합류할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이제 앞으로 배우만 하겠다"며 "여러분이 알아서 잘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지적과 관련돼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윤 전 총장을 두고 "대선 후보는 '배우' 역할만 해야지, 지금처럼 자신이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이 지적을 수용하고 자신은 '배우 역할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김 전 위원장에게 화해 혹은 도움을 요청하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전병민에서 시작한 캠프 재정비론은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전제로 김종인, 이준석 삼각편대로 재편됐다. 하룻만의 대반전은 어떻게 시작됐나?

YS 시절의 책사인 전병민 전 수석은 그동안 행적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선거판에서의 그의 활동은 지난 2006년 대전시장 선거에서 가능성이 없던 박성효 후보를 역전승으로 이끌어서 잠시 주목받았다. 

당시 대전시장 선거는 열린우리당 염홍철 시장의 압도적 우세였다. 뻔한 승부판에 뛰어든 전 전 수석은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고, 유세 막판 박근혜 대표의 테러피습, 이후 병상에서 “대전은요?” 한마디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 끝내 기적의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전 전 수석은 “대전시장 승리의 진정한 승자는 강창희 대전시당위원장”이라며, “강 위원장이 선거전문가인 나에게 모든 걸 백지 위임했다. 감독은 감독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배우는 배우의 역할이 있다는 논리다. 5선 의원 출신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조성관, <주간조선>, 2006. 6. 17)

여기서 “감독은 감독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배우는 배우의 역할이 있다는 논리”라는 말은 지금 김종인 전 위원장이 즐겨 쓰는 말인데, 원조는 전 전 수석이다.

전 전 수석과 김종인 전 위원장 간 접점은 없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치룬 지난 20대 총선에서 참패를 했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시대가 달라져 ‘보수, 보수’하는 정당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변화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 전 수석은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완곡하지만 강하게 김 전 위원장 대처방법을 문제삼았다. 공천이라든지 막말 파문 대처에 아쉬움이 크다면서 이후 보수야당의 재건에 대해서는 “보수 이념을 발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왼쪽으로 가라는 식의 논리는 궤를 벗어난 것이다”라 보수 자강론을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 방식을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최보식, [보수는 왜 대패했나… 전병민 前 청와대 정책수석] (조선일보, 2020. 4. 20)
신동아, 2020년 5월호 

사실 전 전 수석은 선거기획자이며, 정책통이다. TV조선의 야권에 대한 취재력을 생각하면 전 전 수석이 윤 전 총장 캠프에 상당한 영향을 행사했고, 25일 정책총괄 보도는 그 정점이었다. 바로 그 순간, 지지율 급하락인 윤 전 총장 주변에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전 전 수석을 차단한 것이 아닌지?

23일 TV조선에서 군불을 때우고, 24일 조선일보 지면으로, 25일 오전 10시경 다시 [단독] 달고 올라간 전병민 정책총괄 기사는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 반면 윤 전 총장 캠프는 김종인 전 위원장 사람들로 채워지고,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 전격 치맥회동을 통해 국민의힘 입당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윤 전 총장의 백기투항, 이 대표 옆에서 손을 흔들며 ‘정권교체’를 외쳤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대선출마 선언 이후 한달 여가 지났다. 그가 주창한 중도층 확대와 호남 연착륙은 이제 실패한 모델이 됐고, 그동안 지지율은 11%나 떨어졌다. 정치 초년병으로 여의도와 다른 정치를 찾으려 했던 것은 도로 여의도식이 되버렸다. 그 중간에 전병민의 이름이 있지 않았을까?

윤 전 총장의 백기투항 같은 국민의힘 입당, 배우로만 나서겠다는 윤 전 총장의 변화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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