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위주 청렴 운영 양궁협회 … 협회 뒤 대를 이어 '화끈한' 지원 현대

정의선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일본으로 이동, 주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직관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연합뉴스
정의선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일본으로 이동, 주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직관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연합뉴스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도쿄올림픽에서 양궁 대표팀의 낭보가 연일 이어지자 현대가(家)의 대(代)를 이은 양궁에 대한 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28일 현재 이미 금메달 3개를 획득하며 전 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혼성 단체전을 시작으로 여자 단체전, 남자 단체전까지 3개의 메달을 모두 획득했다. 27일부터 시작된 남녀 개인전에서 대한민국 양궁은 2개의 금메달을 더 바라보고 있다.

한국이 양궁 강국으로 자리매김 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여자대표팀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3년 동안 한 번도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고, 26일 열린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도 남자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해 2연패의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양궁 국가대표팀의 신화 달성에는 '공정'의 상징인 대한양궁협회가 있다. 그야말로 '실력'을 통해 선수들을 선발한다는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 왔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로서의 자격을 얻는 것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단체전 8강전에서 한국 안산 선수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왼쪽은 강채영 선수 / ⓒ연합뉴스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단체전 8강전에서 한국 안산 선수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왼쪽은 강채영 선수 / ⓒ연합뉴스

양궁협회의 실력 위주 선발은 다소 과장하자면, 좋은 의미로 '피도 눈물도 없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 스포츠 관련 협회들과 달리 협회 추천 선수 제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도쿄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올림픽 선수 선발 시 과거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만 제공하던 1, 2차전 선발전 면제 혜택도 없어졌다. 즉, 전 금메달리스트도 새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으면 다른 모든 선수들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매번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 '올림픽이 열리는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출전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19로 인해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자, 2020년 진행했던 1~2차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를 폐기한 바 있다. 올림픽 선수 선발전은 총 3차로 진행되는데, 이미 2차까지 진행한 결과를 무시하고 2021년에 1차부터 다시 선발전을 진행했던 것이다.

26일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왼쪽부터) 김제덕, 김우진, 오진혁 선수가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시상대에서 응원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왼쪽부터) 김제덕, 김우진, 오진혁 선수가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시상대에서 응원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엄격한 과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부 입김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실력만을 평가하는 대한양궁협회가 있다. 양궁협회의 이같은 운영은 사실 현대가의 안정적인 지원 덕분이다.

현대그룹은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이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호성적을 내기 위해 당시 유력한 기업마다 각 종목 단체장을 하나씩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1983년 정몽준 초대 회장이 취임 하면서 양궁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쭈욱 범 현대가에서 회장직을 연이어 맡았는데, 1985년 2대 회장에 정몽구(현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가 취임하고 1997년까지 연속 회장직에 선출됐다. 이후 1997년 유흥종 당시 현대할부금융 사장이 6대 회장에 취임했고, 2004년 이중우 다이모스 대표이사가 8대 회장에 취임했으며, 정의선(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9대부터 취임, 현재까지 4연임 중이다.

이처럼 한 재벌가에서 회장을 연이어 맡으면 구설수가 나올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야말로 현대가는 비인기종목이었던 양궁을 꾸준히 지원해 주었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스폰서 걱정 없이 협회가 운영되도록 했다. 현재도 정의선 회장은 도쿄에 머물며 양궁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스폰서 역할을 넘어 화끈한 지원을 한 사례도 여러 번이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시설이 열악하자 정의선 회장이 한국 선수들만 전용으로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을 양궁 경기장 옆에 만드는가 하면, 올림픽 선수들의 비행기 좌석을 축구 A대표팀의 월드컵 출전과 동일하게 비즈니스석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은 2008년 양궁협회에 양궁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도록 주문, 양궁협회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3년에 걸친 중장기적 양궁 발전 계획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최신기술을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쏟아 붙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원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위)와 양궁 선수 맞춤형 그립(아래)/ⓒ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지원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위)와 양궁 선수 맞춤형 그립(아래)/ⓒ현대차그룹

대표적으로 신규 화살의 불량 여부를 시험할 수 있는 '고정밀 슈팅머신',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적용,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저장하는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 심박수를 측정하는 '비전(Vision) 기반 심박수 탐지', 현대차그룹 인공지능 전문 조직 에어스(AIRS) 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을 활용,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제공하는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들이 이미 손에 맞도록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 스캐너로 스캔해 그 모습 그대로 3D 프린터로 재현하는 '선수 맞춤형 그립' 등의 최첨단 기술을 선수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스포츠 협회들은 스폰서 유치 과정에서 유착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면서 깨끗한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양궁 관계자들은 현대그룹 출신 협회장들이 앞으로도 장기집권해 주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각별한 양궁 사랑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홍보를 위한 것이라면 비인기 종목에 그 정도 지원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청렴한 운영을 보여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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