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열흘 전엔 광주 '이한열 묘소' 참배하며 "눈에 생생하네", 부산에선 딴소리
[ 고승은 기자 ]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7년 '6월항쟁'이라는 기초적인 현대사 상식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윤석열 전 총장과 동행했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역시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논란을 키울 전망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27일 부산을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 북항재개발 현장 방문 및 기자간담회 △부산 민주공원 참배 △ 지역 국회의원과의 오찬 △ 자갈치시장 상인 간담회 등의 일정을 가졌다.
29일 오후 공개된 YTN '돌발영상'을 보면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동행하며 민주공원을 참배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윤석열 전 총장 옆에는 장제원·안병길 의원 등이 동행했다. 민주공원 한 켠에는 추모조형물이 전시돼 있는데, 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이다.
조형물 왼쪽엔 연세대 앞 시위 중 최루탄에 맞은 이한열 열사를 같은 학교 학생이 부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사진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6월 항쟁을 상징하는 대표적 모습이다. 또 조형물 가운데는 이한열 열사 장례식 모습이 담겨 있다.
옆에서 안내를 해주던 장제원 의원은 추모조형물을 보고 "이한열 열사"라고 언급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87년 6월 민주항쟁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윤석열 전 총장은 오른손으로 조형물을 가리키며 "이건 부마(항쟁)인가요?"라고 묻는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렇게 뜬금없이 지난 79년 10월 일어났던 '부마(부산·마산)항쟁'을 언급하며 "대학 1학년(79학번) 때니까"라고 말한다. 박정희 유신정권의 끝을 상징하는 부마항쟁은 지독한 생활고와 빈부격차, 그리고 '김영삼 제명' 등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바 있다.
여기에 장제원 의원의 경우엔 '이한열 열사'라고 자신의 입으로 말해놓고도, "부마항쟁이냐"라고 묻는 윤석열 전 총장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여기에 이들뿐만 아니라 동행한 이들마저 '부마항쟁'이 아닌 '6월 항쟁'이라고 아무도 정정해주지 않았다. 이른바 '총체적 난국'의 모습까지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정작 윤석열 전 총장은 불과 열흘 전인 지난 17일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이한열 열사의 묘지를 참배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가 한 발언을 보면 6월 항쟁과 이한열 열사의 연관성을 분명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당시 "눈에 생생하네"라면서 이한열 열사 묘지 앞에 세워진 비석을 만졌다. 윤석열 전 총장은 "대학원 졸업 논문 준비하고 있던 중에 6·10항쟁이 벌어지면서 일손을 놨다"며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 맞는 걸 못 봤지만 그 뒤로는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한 바 있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지난 17일에는 6월 항쟁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음이 분명해 보이는데, 왜 열흘 뒤인 27일에는 엉뚱한 발언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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