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1일 방송되는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으랏차차 그 섬에서 살아남기’ 1부가 전파를 탄다.

땅끝 마을에서 뱃길로 35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섬, 노화도. 이 머나먼 섬에 제 발로 들어온 육지 가족이 있다. 바로 조상현(42)-신은진(39) 씨 부부. 3년 전, 삼 남매를 데리고 섬으로 온 부부는 연고도 없는 섬에서 ‘맨땅에 헤딩’ 중이다. 

남편은 새벽같이 전복 양식장으로 달려가 날품을 팔고, 아내는 전복 팔고 빵 굽고, 서류 정리 아르바이트까지 ‘쓰리잡’을 뛴다. 24시간이 모자라건만 언제나 싱글벙글 늘 웃고 다녀서 별명도 ‘스마일 맨’이라는 상현 씨와 은진 씨. 부부는 왜 그 섬에 들어온 걸까?

공부가 취미라는 여자, 대학원까지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던 은진 씨는 흔히 말하는 골드미스였다. 그런 그녀의 인생을 바꾼 건,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상현 씨. 소탈했고 웃는 게 예뻤단다. 서로의 매력에 흠뻑 빠진 두 사람은 이듬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렇게 아들 둘 낳고 알콩달콩 깨를 볶던 어느 날, 은진 씨의 인생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애 때부터 유달리 바다를 좋아했던 남편. ‘언젠가는 바다에 가서 살겠구나’ 싶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탄탄한 대기업을 다니던 상현 씨, 구조조정으로 자리를 잃은 동료들을 보며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꼈고, 결국은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퇴사한 지 사흘 만에 바다에서 새 인생을 열겠노라, 홀로 섬으로 들어간 것. 셋째를 임신 중이던 은진 씨는 ‘낚시나 실컷 하고 돌아오겠지’ 싶었지만, 남편의 결심은 확고했다. 결국, 은진 씨는 태어난 지 석 달도 안 된 막둥이까지 등에 업고 남편이 있는 섬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다시 뭉친 가족. 뒤늦게 인생의 항로를 변경한 만큼 더 열심히 뛰어보자 다짐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나고 말았다.

꿈에 그리던 바다와 전복양식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건만 모든 것은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외지인에게 바다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고, 집 한 채 구하기도 어려워, 버려진 마을회관에 살림을 꾸려야 했던 부부. 현실의 벽 앞에서 외로움은 커졌고, 천장만 보며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 들어온 이상 후퇴는 없다. 부부는 다시 한 번 으라차차, 기운을 내보기로 했다. 상현 씨는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바다 일을 익혔다. 손바닥 여기저기 물집이 잡혀도 늘 괜찮다 아내를 다독였다. 그런 남편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던 은진 씨도 육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살림을 키워나갔다. 그래도 버티기 힘이 드는 날은 온 식구가 전망대에 올라 ‘파이팅’을 외친다. 우리에게도 쨍하고 해 뜰 날이 올 거라고 행복한 주문을 걸어본다.

2018년 무술년, 남쪽 바다에 새해가 밝았다. 오늘도 바다와 뭍을 누비며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부부.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해준 걸까. 상현 씨는 수산업 경영인 협회 사무국장으로 뽑혔고, 은진 씨도 섬의 젊은 엄마들 모임에서 회장을 맡게 됐다. 

이웃 섬 보길도에서 전복 소매 가게를 운영하며, 지난해부터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작은 양식장에서 조금이지만 전복과 가리비도 키울 수 있게 됐다. 든든한 어부 선배들도 생겼으니, 그동안 엄두도 못 냈던 주낙과 통발에도 패기 있게 도전을 해보는데 손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질 않고, 설상가상 주낙 밧줄까지 끊어져 버리고 만다. 

과연, 상현 씨는 진정한 바다 사나이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 왜 섬으로 왔냐고 묻는다면, 그저 ‘바다가 좋기 때문에’ 그리고 ‘이 바다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기에’. 그래서 부부는 기꺼이 그 섬에서 살아남기로 했다. 또 하나의 고향이 된 나의 섬, 나의 바다에 부부의 내일이 떠오르고 있다.

KBS 1TV ‘인간극장-으랏차차 그 섬에서 살아남기’ 1부는 1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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