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후보자로서 첫 국민의힘 일정도 불참하며 경선 주도권 놓고 '독자행보' 계속..방역수칙 위반 논란

장제원 '윤석열 캠프 총괄실장' 영입..김진태, 대표실 산하 '대선후보 검증단장' 거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말 당 투톱인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공석 중인 상태에서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기습 입당했다. 이때부터 윤 전 총장의 막무가내 행보가 심화되면서 이 대표와의 '세 겨루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치맥 회동에서 쩍벌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장제원 의원은 3일 '윤석열 캠프'의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으로 영입되고 김진태 전 의원은 당내 검증단장 후보로 거론되며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윤 전 총장을 낙마시키려고 선봉에 섰던 두명의 의원이 장제원, 김진태 의원으로 각자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지금 경선 주도권을 놓고 암투를 벌이는 상황이다. 경선 흥행을 주도해야 할 이 대표와 경선 승리를 쟁취해야 할 윤 전 총장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다.

4일 정치권 등 보도에 따르면 대선 후보들을 태운 국힘의 경선버스가 시동을 건 상황이다. 최종 후보자가 선발되기 전까지 이준석 대표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면서도 경선 흥행을 이끌어야 할 권한과 의무가 당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입당한 윤 전 총장이 야권 1위 지지율과 친윤 의원들의 힘을 앞세워 이 대표를 제치고 당내 경선판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독단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친윤 의원으로 분류되는 5선 정진석 의원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유죄 확정 판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서 매사에 이준석 대표에게 제동을 걸고 윤 전 총장과 한 목소리를 내며 엄호하고 있다.

정 의원뿐만 아니라 3선 중진인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이 윤 전 총장을 적극적으로 호위하면서 입당한 지 겨우 닷새가 지난 신입 당원인 윤 전 총장은 정당과 지도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걷고 있다.

당 관계자는 뉴시스에 "윤 전 총장이 손만 뻗어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국힘 대선주자로 입당했지만 윤 전 총장의 독단행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이날 예정된 국힘 '경선 후보자 봉사활동에'도 불참한다는 소식이다. 입당 후 후보자로서 첫 정당 일정인데도 단독 행동을 결정한 것이다. 윤석열 캠프는 구체적인 불참 사유를 알리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의 이 대표 기세 잡기는 기습 입당부터 시작됐다. 2일 입당을 약속했던 윤 전 총장은 이 대표가 호남 일정을 소화하느라 여의도를 비웠을 때 전격 입당했다. 이 대표의 첫 전남 동부권 행사는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밀려 빛을 잃고 언론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일  MBC라디오2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기습 입당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형식에 굉장히 아쉬운 부분 있다. 입당 시기 상의했어야 했다"라며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특히 장제원, 정진석, 권성동 의원 등은 윤 전 총장이 입당하기 전부터 당내 '친 윤석열계'로 분류됐다. 이들은 윤 전 총장을 '정치 미숙' '정치적 위기' 등으로 이 대표가 몰았다면서 이 대표의 발언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 분열 양상을 보였다.

이 대표도 이들의 반기에 "(윤 전 총장)을 꽃가마를 태워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한다"라면서 "경선은 윤 전 총장을 위한 꽃가마가 아닌 '버스'라는 공공재"라고 여러차례 받아쳤다.

특히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정당은 대표 체제에서 대선 후보자 체제로 넘어간다. 국민의힘 당헌 '제5장 대통령후보자의 선출' 제 74조(후보자의 지위)는 '대통령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제 출발선에 선 국힘 경선버스의 운전대를 놓친다면 마이너스라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의 독주로 '어차피 후보는 윤석열'인 경선이 진행된다면 흥행도 실패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후보 검증도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데서다.

그런데 이 대표가 최근 경선 주자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로 대표실 산하의 '대선후보 검증단'을 꺼내 들었다. 당내 후보들의 의혹을 수집하고 검증해 여권의 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기구다. 이 대표가 꺼낸 '대선후보 검증단' 단장으로는 김진태 전 의원이 유력하다.

그런데 '두주불사 술꾼'으로 전해지는 윤 전 총장은 김진태 의원과의 과거 인연이 회자된다. 지난 2013년 10월31일 대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윤 지청장(2013년 당시 윤 전 총장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기업인들과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면서 신발에 양말 등을 채워놓고 술을 따라 마셨다는 주장이 나왔다”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술꾼 전력이 최근에도 두드러진 것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모(某) 치킨 가게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 맥주를 마셨고, 이틀 뒤에는 부산 서구에서 부산 지역 국힘 의원들과 소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이어 지난 31일에는 금태섭 전 의원과 만나 또 소주를 마셔 술꾼의 면모를 꾸준히 보여 왔다.

이번에 이준석 대표가 대선 경선 후보자의 검증 기구를 당 대표실 산하에 구성한 데에는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있다.

대선후보 검증단이 움직인다면 윤 전 총장은 당내 의원들 앞에서 '본인과 부인, 장모 비위 의혹' '엑스(X) 파일' 등에 대한 내용을 직접 해명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검증 과정에서 대선 경쟁자 홍준표 의원 등에 의해 윤 전 총장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막무가내 독자 행보가 4일 또 올라왔다. 윤 전 총장이 지난 2일 국회를 방문해 같은 당 의원 103명의 사무실을 찾은 '신고식' 과정이 국회의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좌진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대통령 후보는 방역수칙 위반해도 되나. 모르고 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그냥 강행한 건지 모르지만 명백한 국회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관련해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SNS로 "윤석열의 무식-무례-무감각-무지-무작-무도-무대뽀 중에 이런 행태는 어떤 무? 대체 어떻게 공직자 했나 몰라!"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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