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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정유년, 긴 언덕길을 넘는 마음으로,.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7.12.31 23:40
  • 수정 2017.12.3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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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한 해가 기울고 있다. 아차산에서 기울어가는 한 해,.

2017년이 저물어간다. 긴 언덕길을 오를 때처럼 숨이 가빴던 한 해였다.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다. 새해 벽두를 뒤흔든 광화문의 촛불과 함성은 기어이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론으로 치달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역사에 남을 큰 일이었는데, 서민들에게는 힘든 기억이 더 많이 남았다. 격동하는 지구촌, 어느 해(年)인들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을까만, 금년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다시 씌어 진 격동의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전쟁 휴전이후 가장 고조된 한반도 전쟁설 등, 우연해 보이는 일은 있어도 우연한 일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사실 미래에 대한 예언은 초자연적인 예지능력 같이 보일지는 몰라도, 엄격히 분석해보면 초자연 현상이란 있을 수도 없고, 다만 이 자연계에 원래 존재하는 자연현상 내지 '인과의 법칙'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정부나 새 정부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서민들을 잘살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올해는 수출이 역대 최고 기록을 줄줄이 깼다. 대기업들은 수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정부도 27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로 곳간을 든든하게 채웠다. 겉보기에는 다들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정부 기관도 아닌 일개 기업 앞에서 이런 시위를 벌인 이유가 흥미롭다. 시간당 거의 1만6천 기가와트의 전력을 소비하는 국내 최대기업이 에너지 정책의 변화에 앞장서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경쟁하고 있는 애플은 지난 2010년 그린피스의 같은 시위에 반응해 2011년부터 100% 재생가능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시작했고 올해 이미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6%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바꿨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에 반해 삼성전자는 아직 1% 미만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했을 뿐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하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어떤가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4분의 1 이상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집값은 서민들이 쳐다볼 수 없는 수준으로 뛰었다. 주머니가 빈 서민들은 돈을 쓸 수가 없었다. 가게도 식당도 택시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이제 정부가 먼저 무엇을 하고 이끌어 가는 시대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을 선도해 나가는 시절인 만큼 환경단체들이 이들 기업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광화문 거리에서 본 한 해

얼어붙은 소비가 경제의 발목을 붙잡자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정부가 일자리 대책으로 내놓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소식에 놀라 얼어붙은 것은 영세 중소상공인들이었다. 이익이 목표일 수 없는 여러 부문에서마저 인력감축을 ‘효율’의 방패로 내걸던 역대 정부들의 악폐 또한 빠르게 청산되어야 올해도 끊이지 않았던 각종 사건`사고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사람 중심’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2년차가 될 내년부터는 일하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품위 대신 단지 숫자에 불과해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올해는 그야말로 격동의 한해였다. 그 중에는 특권계급 생산 시스템의 하나로 꼽히는 자사고와 특목고의 입학 시험일을 내년부터 일반고교와 같은 날로 하도록 함으로써 자사고와 특목고 입학을 위한 과도한 시험경쟁에 제동을 거는 등 교육제도에도 변화의 손길이 미쳤다. 그들도 주머니가 빈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러다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정부는 걱정 없다고 믿으라고 하는데, 서민들은 걱정이 앞서기만 한다. 정부가 신뢰를 잃은 탓이다.

오늘도 서민들은 힘들게 하루를 보낸다. 손수레를 밀고 끌면서 올라간 언덕에는 석양이 내린다. 잠시 서서 숨을 고르며 지켜본다. 참으로 길었던 올해도 지평선에 걸린 저 햇빛만큼 조금 남았다. "안녕~2017년." 봄에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 가을에 추수할 곡식이 있을 리 없고, 밥을 짓지도 않았는데 솥 안에 뜸 든 밥이 있을 리 있겠는가?

김현태 기자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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