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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노인일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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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노인일쾌사
  • 김덕권
  • 승인 2021.08.05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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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늙은 노인이어서 유쾌한 일’이라는 뜻이지요. 이 말은 75세로 세상을 떠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이 지은 시(詩)의 제목입니다.

마음이 편하면 초가집도 아늑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습니다. 늙으면 지혜를 짜내려 애쓰기 보다는 먼저 성실한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의 지혜가 부족해서 일에 실패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늘 부족한 것은 성실함 이지요. 성실하면 지혜가 생기지만, 성실치 못하면 있는 지혜도 흐려지고 실패하는 법입니다.

관심(關心)을 없애면 다툼이 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툼이 없으니 남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간섭을 없애면 편하게 살 줄 알았는데, 그러나 외로움이 뒤쫓아 와 살기가 팍팍한 법이지요. 그리고 바라는 게 없으면 자족할 줄 알았는데, 그러나 삶에 활력을 주는 열정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불행을 없애면 행복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행복인지 깨닫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실 나를 불편하게 하던 것들이 실은 내게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보람 있게 살아가는 것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행복도 선택이고, 불행도 나의 선택인 것입니다.

다산의 시집(詩集)을 보면, 70세 이후에 지었던 시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라는 6수의 시는 늙은 노인이기 때문에 유쾌한 일이 생긴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를 시로 읊은 것입니다.

「늙어지자 머리가 모두 빠져 민둥산으로 변해, 머리 손질하는 불편이 없어져 유쾌하다는 내용에서, 노년에 이르러 이가 모두 빠지자 치통의 고통을 당하지 않아 유쾌하다, 시력이 약해져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없어, 책 읽는 고통에서 벗어나니 또 유쾌하다. 네 번째로는 청력이 약해져 귀가 어두워 듣기 싫은 소리를 안 들어서 유쾌한 일의 하나다.」 라고 읊었습니다.

「다섯 번째는 나이 먹어 글 짓는 격식에 구애받지 않아, 그냥 내키는 대로 글이나 시를 지을 수 있음을 유쾌한 일이다. 여섯째에는 늙은이는 바둑을 두어도 반드시 이겨야 할 필요가 없으니, 하수들만 상대하게 된다. 그것도 유쾌한 일이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노인의 여섯 가지 유쾌한 일’이라는 해학적인 시입니다.

「老人一快事 : 노인네의 한 가지 유쾌한 일

耳聾又次之 : 귀 먹은 것이 그 다음이로세

世聲無好音 : 세상 소리는 좋은 소리 없고

大都皆是非 : 모두 온통 시비(是非) 다툼이로다.

浮讚騰雲 : 거짓 칭찬 하늘까지 치켜 올리고

虛誣落汚池 : 가짜의 모함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네.

禮樂久已荒 : 격조 높은 예악(禮樂)은 이미 황무지 되고

薄嗟群兒 : 약고 경박한 뭇 아이들 세상, 슬픈지고!」

이 여섯 수 모두 재미나는 시입니다. 하지만, 예문으로 제시한 네 번째의 귀머거리[耳聾]시가 그중에서도 마음이 쓰입니다. 좋은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온갖 막말과 속된 말들이 세상에 가득 차면서 어떻게 해야 저런 소리의 해악에서 벗어날까를 걱정하고 살아가는 요즘입니다.

특히 대선이 가까워지자 정치적 경쟁자들이 아니라 죽여 없애야 할 적으로 여겨 입만 열면 악다구니를 칩니다. 이들은 아무리 바르고 옳은 사람도 자기 진영 사람이 아니면 거짓과 가짜로 모함하여 진구렁이로 밀어 넣는 일에 몰두합니다. 우리가 이런 모습, 이런 소리들을 안들을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가 ‘노인일쾌사’의 여생을 보내려면 다음 몇 가지의 계명(誡命)을 지키면 좋을 것입니다.

첫째, 수행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수행이란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삼학(三學)을 닦아 삼대 력(三大力)의 위대한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둘째, 남의 말을 많이 듣고 내 말은 적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며, 다른 사람에게 감사할 때 얼굴 표정도 밝아지고 품위가 생깁니다.

셋째, 아낌없이 베푸는 것입니다.

재물이 없으면 몸으로, 저처럼 몸도 여의치 않으면, 마음으로라도 빌어주는 것입니다. 이 공덕이 내생의 삶을 결정합니다.

넷째,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푸는 것입니다.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항상 크게 웃으면, 여유를 가지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섯째, 삼독 심(三毒心)을 버려야 합니다.

삼독심이란 탐심(貪心), 진심(嗔心), 치심(癡心)을 말합니다. 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는 한 언제나 중생의 탈을 벗을 수 없습니다.

여섯째, 크게 웃으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웃음교》의 교도가 됩시다. 저는 언제나 큰 소리로 <하하하하하하하!> 하고 웃습니다. 그러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어떻습니까? 이 여섯 가지 계명이 바로 ‘노인일쾌사’가 아닌가요? 우리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늙은 노인이어서 유쾌한 일’로 보내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8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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