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징벌적 손해배상제)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언론계 현업자들을 중심으로 절정에 이르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가지 구구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반대 이유는 ‘권력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 검찰이 공수처 설치와 수사, 기소권 분리에 결사반대하고 의사들이 수술실 CCTV 설치에 결사반대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란 것이다. (목사들이 소득세 부과에 결사반대하는 것도 결국은 마찬가지)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이달곤(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도종환(가운데)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아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사들이나 의사들이나 기자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권력자’들이다. 이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절대권력을 이대로, 아무 제약없이 계속 누리겠다는 직종이기주의, 직업이기주의를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목격해 왔다. 

언론은 지금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알려져 있는 제30조2항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ㆍ조작보도에 따른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기준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기자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제 마음대로 (가짜 혹은 악의적) 기사를 써도 좋고, 누군가 그 (가짜 혹은 악의적) 기사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입어도 언론사는 처벌을 받기는커녕 아무 피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좋다.”를 계속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내게는 마치 깡패가 사람을 두들겨 패도 처벌받지 않을 권리를 달라는 말이나 같고, 심지어 강도가 내키는대로 아무 집에나 들어가 물건을 훔쳐 나오다가 주인을 만나도 오히려 큰소리칠 수 있게 해달라는 말과 같이 느껴진다.

도대체 자칭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언론 종사자들이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하고 무도하기 짝이 없는 주장을 창피한 지도 모르고 내세울 수 있는가.

그 이유들이야 구구하게 많다. 어떤 이는 ‘국민의알권리’를 항아리 속의 장, 취재의 자유를 메주, 사이비언론을 구더기 정도로 생각하자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환경은 이미 항아리 속에 메주는 없고 큰 구더기, 작은 구더기만 득실대는 형국이다.

또 어떤 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는 의원들 다섯 명을 콕 찝어 민주언론을 침탈하는 ‘언론 오적’이니 '오인방'이니 비판하는 모양인데 이 역시 터무니없는 비약이다.

아예 처음부터 민주언론을 거부하고 박해하며 결국 민주주의 자체를 좀 먹는 ‘언론 오적’은 (과거에는 모르겠으나) 국회나 청와대 등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론 내부에 있다.

다만,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등 족벌언론 사주들을 꼽을 것이냐, 언론인을 자임하면서도 이들에 부역하며 온갖 궤변과 요설로 지면과 전파를 더럽히는 자들을 꼽을 것이냐가 관건일 뿐이다. 다만, 이 경우 대상자가 너무 많아 ‘오적’이 아니라 ‘오십적’ ‘오백적’을 뽑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내 확신하거니와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들 ‘오십적’ 혹은 ‘오백적’ 빼고, 진짜 참언론을 지향하며 고민하고 방황하는 언론인들에게는 직업적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고 건전한 언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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