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커튼콜 /(사진=Aejin Kwoun)
"등장인물" 커튼콜_안무가 김설진, 김기수, 김봉수, 서일영 그리고 사운드디자이너 최혜원 | 전통의상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있는 무용수들의 hip한 무대 위 움직임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장르의 결합을 보여주는 듯 했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현대무용과 스트리트 댄스, 여기에 국악을 더해 장르 간 화합을 모색한 무대가 국립현대무용단 “HIP合(힙합)”에서 펼쳐졌다. 참신하고 매력적인 작업으로 공연예술계를 넘어 대중 전반에 이름을 알린 안무가 김설진, 김보람, 이경은 뿐 아니라 세계무대를 누비는 스트리트 댄서(DROP, Babysleek, G1)들과 사운드디자이너 최혜원, 밴드 잠비나이 등 다양한 장르에서 주목받는 예술가들이 합세하여, 단 5회차로 구성된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되며 관객들의 기대를 한데 모았다.

"등장인물" 공연사진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등장인물" 공연사진 | 목에 쇠사슬을 연상시키는 체인을 걸고 있는 세 명의 무용수 사이에서 한 명의 무용수만이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러다가 그 한 명도 마저 체인을 걸게 된다.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찌르거나 간지럽히기도, 어딘가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 방향과 행위의 목표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나보는 국악의 ‘합’ 첫 무대는 김설진 안무가의 작품 “등장인물(Mover)”이 장식하였다. 김설진 안무가 본인과 출연 무용수 모두 무용가로의 출발 선상에서 ‘힙합’을 몸소 경험한 ‘MOVER’팀의 무대는 신체에 내재되고, 개인의 역사에 자리 잡은 힙합을 네 사람의 움직임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서로의 해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유할수록 더욱 풍요롭게 진화하는, 이번 작품에서 발표한 신작 “등장인물”은 타인과의 관계가 형성될 때, 각자의 관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도출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출연진 4인이 서로를 무대 위로 끊임없이 소환하며, 움직임으로 그려내는 다양한 장면과 전통음악부터 현대 대중음악까지 절묘하게 믹싱한 음악이 ‘관계의 다면성’을 가시화한다. 특히 무대 위에는 사운드디자이너 최혜원이 함께 올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디제잉을 선보이며 국악과 현대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등장인물" 공연사진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등장인물" 공연사진 | 그들의 몸짓과 음악과 조명은 관객들의 '오해'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김설진 안무가는 ‘등장인물’들에는 관찰자들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고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며, 관객들은 또 다른 관찰자가 되어 자신만의 ‘오해’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각자의 삶에서 끊임없이 생겨나고, 변화하고, 사라지며 자기중심적인 판타지 속에서 그렇게 서로의 ‘등장인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김설진 안무가와 크리에이티브 그룹 ‘MOVER’ 멤버인 김기수, 김봉수, 서일영의 움직임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김설진 안무가가 연극 및 영화적 기법을 차용, 무용ㆍ음악ㆍ극적 요소가 결합된 연출을 특징으로 하는 피핑 톰 무용단에 속한 아티스트인 만큼 한 편의 무언극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관객들에게 안겨주었다.

"등장인물" 커튼콜 /(사진=Aejin Kwoun)
"등장인물" 커튼콜 | 한 장면 한 장면 모두가 그림 같은 사진이, 영화같은 무대를 만들었던 MOVER의 무용수들과 사운드디자이너 각각 개성이 느껴지는 피날레를 보여주었다. /(사진=Aejin Kwoun)

Mnet 예능프로그램 ‘댄싱9 시즌 2’에서 MVP로 선정돼 현대무용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안무가 김설진은 2008년 겨울부터 현재까지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무용단 ‘무버’를 만들어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그만의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tvN 드라마 ‘빈센조’, 연극 '완벽한 타인' 등 드라마나 연극, 영화까지 활동영역을 넓히며 창작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전의 ‘힙합의 진화’와 또 다른 시대에 우리가 도착했음을 보여준 다채로운 세 작품의 향연 “HIP”은 하나의 게임처럼 ‘국악_우리의 음악’과 스트리트 댄스의 정신과 현대무용의 만남, 만남을 넘어선 결합의 과제를 제시해 주었다.

장르 간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탄생한 독특하고 참신했던 이번 무대를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던 관객들은 올해부터 국립현대무용단이 새롭게 문을 연 현대무용 영상작품을 위한 온라인 상영관 ‘댄스 온 에어(Dance On Air)’에서 추후 다시 만나 볼 수 있다. 모든 댄스필름은 기간 한정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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