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징계' 당시 상황 폭로, "김종민, 동료 의원에 '추미애 말려 달라'고 했다"

[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검찰개혁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연이어 털어놓고 있다. 검찰개혁을 포함한 각종 개혁과제들에 대해 제동을 걸거나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대했던 민주당 내 인사들에 대해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추미애TV'에서 자신이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6가지 사유(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검언유착 행위 등)로 징계를 발표한 후 민주당 내에서 '장관을 말려달라'로 요구했던 사람이 김종민 의원임을 폭로했다. 김종민 의원은 당시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수석최고위원을 맡고 있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이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있던 일을 회고했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선 공수처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있던 때다.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은 국무위원석에 앉아 이연주 변호사(검사 출신)의 저서인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꺼내 읽은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있던 일을 회고했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선 공수처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있던 때다.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은 국무위원석에 앉아 이연주 변호사(검사 출신)의 저서인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꺼내 읽은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있던 일을 회고했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선 공수처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있던 때다.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은 국무위원석에 앉아 이연주 변호사(검사 출신)의 저서인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꺼내 읽은 바 있다.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은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을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 한다며 반역한 것"이라는 대목에 밑줄을 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11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연이은 검사들의 비리로 궁지에 몰리자 중수부(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하려 했는데, 이에 최재경 중수부장 등을 포함한 특수부 검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했고 결국 한상대 총장이 물러났다. 당시 이를 주도한 특수부 검사들 중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도 포함돼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당시 누군가 다가와서 '장관님 검·경 수사권 조정 마무리를 다 지었고 공수처장을 제대로 뽑을 수 있게 법 개정을 했으니 노고가 너무 크신데 다음을 준비하시면 안 되겠나. 남은 거야 국회에서 입법으로 다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그래서 '내 정치 장래를 걱정하지 말라. 윤석열 개혁 저항세력이 있는 한 검찰개혁은 대단히 어렵다. 개혁 다 해놓고 윤석열 총장이 나가는 날이 내가 나가는 날이다. 염려하지 마라'고 했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읽으면서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을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 한다며 반역한 것"이라는 대목에 밑줄을 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과거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한 특수통 검사들 중엔 윤석열 전 총장도 포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전 장관은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읽으면서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을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 한다며 반역한 것"이라는 대목에 밑줄을 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과거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한 특수통 검사들 중엔 윤석열 전 총장도 포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추미애 전 장관은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16일 국회 법사위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장이나 대선 출마 의향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오직 검찰개혁에 사명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왔다"며 "그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즉 검찰개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장관직을 스스로 그만둘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청와대 관계자를 (지난해)12월 7일 만나서 똑같이 말씀 드렸다"며 "그런데 12월 9일 어떤 분이 저에게 와서 그렇게 얘길 하니까 또 그 얘길 강조했다. '당도 국무총리도 청와대에 대통령 모시는 분들도 나를 흔들지 마라' 그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나중에 들으니까 '입법으로 수사기소 분리할 테니까 쉬시죠' 했던 그 순간에, 김종민 의원은 저하고 아주 친한 다른 의원에게 '추 장관을 좀 말려달라고 했다'는 거다. 징계청구한 장관을 말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그 분(친한 의원)도 너무 어이가 없으니까 그 때는 저한테 전달을 못 했고, 상황이 다 끝난 뒤에 한참 뒤에 들었다"며 "그 때 얘기했으면 내가 멘붕이 왔을 것"이라고 알렸다. 

추미애 전 장관은 본회의장에서 자신에게 '쉬라'고 권유한 인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김종민 의원보다 선수도 더 높고 레벨도 더 높다"고만 밝힌 바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 당시 민주당 내에서 '장관을 말려달라'로 요구했던 사람이 김종민 의원임을 폭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 당시 민주당 내에서 '장관을 말려달라'로 요구했던 사람이 김종민 의원임을 폭로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민 의원이 재선 의원인 만큼, 그 인사는 최소 3선 이상인 중진 의원이며 당내 핵심 인사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이를 힌트 삼아 당일의 언론 사진 등으로 추적했고, 그 인사가 홍영표 의원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추미애 전 장관은 다음 날인 29일 오후 유튜브 '빨간아재'와의 인터뷰에서 "거짓말 못 한다. (홍영표 의원이) 맞다"고 시인했다. 홍영표 의원은 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었다. 언론에선 '친문 핵심'이라고 불린다. 

추미애 전 장관은 "그 때 제가 나쁘게 받아들인 건 아니고, '내 얘기가 (당에)전달이 안 됐구나'(라고 느꼈다)"며 "내가 나가면 속 편할 것처럼 얘기하는데, 미안하지만 내가 나가버리면 검찰개혁은 죽도 밥도 안 된다. 그게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그냥 그날은 말하는 사람이 미운 게 아니라 (당에)전달이 잘 됐구나. 내 얘기가 이틀 전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얘기했는데 이게 왜 공유가 다 안 됐지? 답답하고 그랬다"고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그보다 8일 전인 지난해 12월 1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고 지금 검찰 상황이 진정되면 추미애 장관으로선 모든 검찰 개혁을 완수했다고 본다. 다음 개혁 단계로 나가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며 추미애 장관 교체설을 언급한 바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자신에게 '쉬라(장관직 그만 두라)'고 권유한 사람이 홍영표 의원임을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실제 그보다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추미애 장관 교체설을 언급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자신에게 '쉬라(장관직 그만 두라)'고 권유한 사람이 홍영표 의원임을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실제 그보다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추미애 장관 교체설을 언급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영표 의원은 당시 "반드시 검찰 저항을 뚫고 나가 대한민국에 성역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검찰개혁은 당내에서 '속도조절론' 등이 나오며 아직까지도 완수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추미애 전 장관이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먼저 교체되면서, 오래 전부터 '검찰당 대표'로 불리웠던 윤석열 전 총장의 입지만 잔뜩 커진 셈이 됐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올라버린 셈이 됐다. 

추미애 전 장관의 이같은 회고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30일 페이스북에서 홍영표 의원을 겨냥해 "이 양반이 추미애 장관 교체를 요구하셨다는..."이라고 직격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제가 이른바 '친문 정치인들' 저격하는 이유 아시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길 진정으로 바라는 이들은 그렇게 한다"며 "제가 보기엔 '친문' 자처하는 친구들 중에 친문은 거의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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