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의 조민씨에 대한 린치행위에 대해 분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표창장과 여러 스펙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방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곰곰 생각해 보니 “그럼 대법원에서도 (그럴 리 없지만) 최종 유죄판결이 나면 그때는 입학을 취소해도 된다는 말인가?” 강한 의문이 생긴다.

대학에 가기 위해 치르는 수능시험은 수학능력 평가시험의 줄임말이다. 즉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할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지 우리가 흔히 (너무 죽기살기식 경쟁에 몰입해 살다 보니) 오해하듯이 공부 못한 학생을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정한 스펙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것으로 수학능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지 오로지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 입시제도의 원래 취지라면, 설사 대학입학 때 부정한 행위가 추후 발견되었을 지라도 이미 입학한 대학을 무난히 졸업했다면 입학시 부정은 얼마든지 몰각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또한 우리나라 법체계에는(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민사든 형사든 ‘시효’라는 것이 있는 걸로 안다. 즉 아무리 불법 부당한 행위일지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 불법성을 묻지 않는 것이다.

물론 집단학살과 고문 등 반인도적 범죄에는 처벌의 시효가 없어야 마땅하지만 다른 범죄들, 심지어 살인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적용한다. “시효”를 채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사회질서와 안정을 해치지 말아야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번 피 토하는 심정으로 묻고 싶다. 당신들은 진실이 드러나지도 않은 5년 전, 10년 전 일로 한 젊은 의사 수련생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려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도대체 조민씨가 의전원 입학서류를 잘못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공소시효는 몇 년이 되어야 할까? 위조된 동앙대 표창장이 입학서류에 포함된 것이 범죄라면 그 공소시효는 몇 년이 되어야 할까? 대학시험에 제출한 스펙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공소시효는 몇 년이 되어야 할까?

무엇보다도 이들 표창장이나 스펙들이 입학 결정에 큰 영향이 없었다고 부산대 입학전형공정관리위가 확인하고 있다. 설사 입학 때 영향이 있었다 한들 그것이 의전원에서의 의사 공부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민씨의 의사국가시험 합격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 논리로 나는 조민씨가 대학 졸업성적 3위를 거두었다는 것으로 그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본다.

따라서 설사 그의 대학 때 제출한 스펙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그에 대한 공소시효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의전원에 합격하는 순간 소멸된 것이라고 간주한다.

나는 이런 생각이 한 늙은 언론인이 아니라 교수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대학은 범죄를 처벌하는 장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워내는 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자들을 끝까지 보호하는 것은 교육자들의 숭고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부산대 총장이 그러지 못하는 것은 교육자가 아니라 검사 출신이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아무 소리 못하고 있는 다른 교수들은 뭐 하는 사람들인가. 잠 못 이루는 밤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