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제(영남총괄본부장)
                    박유제(영남총괄본부장)

"도시재생이나 재개발 사업이 원만하게 추진되도록 관리하고 감독할 창원시가 확실한 법적 근거도 없이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는 공문을 보내는 바람에 조합이 두 동강이 났습니다."(From.창원 상남산호지구 재개발 및 도시정비사업조합 조합원)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과 책임이 있는 창원시가 법이 보호하고 있는 조합원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 임시총회를 원천무효시키면서 조합에 장기간의 내분이 발생, 내집 마련의 꿈이 물거품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From.창원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최근 <뉴스프리존>은 경남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산호지구 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그리고 6년여 간 이어지고 있는 마산회원구 내서중리지역협동조합의 내분을 기사로 다뤘다.

그런데 이들 두 건의 기사는 다른 듯하면서도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로 관리감독 기관인 창원시 행정의 난맥상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전자인 상남산호지구재개발조합은 지난해 10월 조합원 총회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대행자로 선정키로 했으나, 지난 5월 정기총회에서는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주)한국토지신탁을 수의계약 방식의 사업대행자로 지정했다.

일반경쟁입찰 방식이었지만 응찰한 업체가 한 곳 뿐이어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지정했는데 곧바로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조합원 100여 명이 ‘조합정상화를 위한 모임’을 구성한 뒤 "사업대행자 선정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을 위반한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도시정비법 제29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경쟁입찰에 부치도록 하고 있고, 도정법 시행령 제24조는 일반경쟁입찰자가 없거나 단독응찰의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만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원시도 조합정상화모임에 지난 5월 공문을 보내 "조합측에 일반경쟁입찰에 부치는 도정법 및 관련 기준 준수를 진행토록 통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창원시의 이 같은 입장은 곧바로 번복됐다. 조합이 국토교통부에 수의계약 타당성 여부를 물었고, 국토부는 특별한 규정에 해당될 경우에 한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창원시는 조합이 제출한 답변서와 국토부 담당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근거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창원시 조치에 대해 조합정상화모임은 발끈했다. 상남산호지구의 경우 국토부가 언급한 '특별한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권리 분쟁 등으로 정비사업 계속 추진이 어렵거나, 조합원 과반수 동의로 요청하는 경우, 시장이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지정개발자에게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할 경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조합원들이 "법은 바뀌지 않았는데 창원시의 입장이 번복되니 창원시 행정이 시민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후자인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 내분도 창원시에 책임이 있기는 매 한가지다. 2016년 12월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고 사업지와 사업권 확보를 위한 대출 건을 의결했지만, 한 달 뒤 창원시가 임시총회 원천무효를 통보했다.

조합설립 시의 조합원 511명으로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추가모집으로 조합원이 된 사람들까지 합쳐 개최한 총회는 무효이기 때문에 재개최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사업승인을 받기 위한 모든 사업추진이 중지됐다.

추가모집을 통해 가입한 조합원들의 권리행사가 인정받지 못한데다 사업추진까지 어렵게 되자 조합원 6명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 조합탈퇴와 분담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7년 11월 법원은 "추가모집된 조합원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고 총회 참석권, 발언권, 의결권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02년 3월 "조합원 변동 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변동된 새 조합원은 인가 여부와 관계없이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추가모집된 조합원을 포함하는 변동 인가를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거나 인가받지 못한 경우에도 새 조합원들의 모든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창원시가 변동된 새 조합원들의 인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조합원 총회와 총회 의결사항은 모두 원천무효라며 재개최 통보를 한 행정처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원시의 입장이 곤란해졌을 것이라는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시 관계자는 "그런 법률이나 판결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면서도 "임시총회 적법성 여부에 대해 조합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원 판결을 받아오면 그 판결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임시총회 무효 통보나 조합원 자격에 대한 법원판결이 나왔을 때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으니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의미로 들렸다.

상남산호지구 재개발조합이든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이든 관리감독을 통해 조합 내분을 '조정'해야 할 창원시가 실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조합 내분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사과부터 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맞다.

나아가 분쟁의 어느 한 쪽도 피해를 입지 않거나 최소화되도록 합리적인 행정처리와 원만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책무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창원시 행정에 어느 누가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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