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일번출구연극제, 내달 17일까지 드림아트센터에서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 '요한 크리스찬 보이체크'라는 실존 인물이 1821년 자신의 연인을 살해하고 1824년 공개처형을 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쓰인 '보이체크'를 각색한 이번 작품은 주인공 '보이체크'가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였고, 그가 바라보는 그만의 기괴한 세상을 공연 안에 담아냈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2년 만에 돌아온 ‘제4회 1번출구연극제’가 지난 25일부터 오는 5일까지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19세기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마지막 작품이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미완성 고전 희곡 ‘보이체크’를 원작으로 한 “보이체크 멘탈리티”로 첫 포문을 열었다. 대중성 있는 창작극 발굴을 목표로 하는 연극제의 선두에 번역극이 자리했다는 것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허상일까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허상일까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 멘탈리티”의 원작 ‘보이체크’는 1913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계속 공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이번 작품은 연극과 뮤지컬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까지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고전과 현대극을 아우르는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결이 각색 및 연출을 맡아 원작을 강렬하고 촘촘하게 빚어냈다. 그리고 초연 이후 두 번째 공연되는 이번 작품에서는 새롭게 참여한 정가람 협력연출과 함께 공동작업으로 그 완성도와 예술성을 더욱 탄탄하게 높이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 보이기에 믿는 것일까 믿기에 보이는 것일까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 보이기에 믿는 것일까 믿기에 보이는 것일까 (사진=Aejin Kwoun)

미완성 희곡이기에 오히려 연출의 의도로서 작품의 결론을 맺을 수 있어 매력적인 작품이라 이야기하는 김결 연출은 “보이체크 정신세계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희곡에서 바라보는 작가적 시점의 세상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보이체크 유무죄에 대한 의견을 관객에게 물어볼 수 있도록 의도했다”며 작품의 미술과 음악을 직접 그리고 만든 이번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보이체크 멘탈리티" | 완두콩만 먹이며 실험을 하는 의사, 입으로는 도덕을 말하지만 폭력으로 가득한 중대장...그들의 위선이 보이체크를 그리 만든 것일까?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 멘탈리티" | 완두콩만 먹이며 실험을 하는 의사, 입으로는 도덕을 말하지만 폭력으로 가득한 중대장...그들의 위선이 보이체크를 그리 만든 것일까? (사진=Aejin Kwoun)

비교적 좁은 예술공간 속에서 많은 예술인이 곤란과 현실적인 경제적 부분에서 지원과 도움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 역시 “보이체크가 겪는 일이 나와는 많이 동떨어진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보면 볼수록 우리 삶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난한 인간관계, 부조리한 사회 제도에서 고통받는 보이체크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 과연 그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 과연 그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사진=Aejin Kwoun)

실력 있고 열정적인 배우들을 새로 발굴하고 영향력 있는 연극인들과의 협업을 지원하며, 이제 시작하는 예술인들에게 그다음 계단을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다리 같은 역할을 도모하고 있는 ㈜디피스토리가 만드는 연극은 어찌보면 부족하고 허술해 보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기에, 그리고 관객과 마주하는 첫 무대는 누구에게나 있기에 그들이 이뤄나갈 성장을 응원하고 싶다.

"보이체크 멘탈리티"를 함께 만든 사람들_의사/코러스(윤대성), 연출(김결), 하우스 매니저(윤정욱), 하우스 매니저(이아라), 프로듀서(이황용), 음향/조명 오퍼레이터(원소영), 협력연출(정가람), 보이체크(임진효), 악대장/코러스(김진희), 마리/코러스(윤영민), 조명 오퍼레이터(정다빈), 케테/코러스(공찬영), 중대장/코러스(김늘메), 안드레스/코러스(이우철)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 멘탈리티"를 함께 만든 사람들_의사/코러스(윤대성), 연출(김결), 하우스 매니저(윤정욱), 하우스 매니저(이아라), 프로듀서(이황용), 음향/조명 오퍼레이터(원소영), 협력연출(정가람), 보이체크(임진효), 악대장/코러스(김진희), 마리/코러스(윤영민), 조명 오퍼레이터(정다빈), 케테/코러스(공찬영), 중대장/코러스(김늘메), 안드레스/코러스(이우철)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의 불안정한 정신세계 묘사를 통한 ‘재해석’을 강조하기 위해 제목에 ‘멘탈리티’를 첨부시켜 “보이체크 멘탈리티”를 연출한 김결 연출과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2017년 노을소극장에서 이번 작품을 처음 만나고 올해 다시 만나기까지 많은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조금 더 커진 무대에서 협력연출과의 작업과정이 궁금해집니다.

이 작품 “보이체크 멘탈리티”는 원작 ‘보이체크’의 서사를 중심으로 만들기보다는 보이체크라는 인물의 심리묘사를 중점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크게 1막과 2막으로 구분하여 1막은 보이체크 본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물들, 즉 피해자 시선에서 가해자들의 형태를 묘사하다 보니 악인보다는 절대악에 가까운 인물들로 묘사하려고 했고 2막은 보이체크 시선이 아닌 3자의 시선, 즉 희곡 내용을 바탕으로 3인칭 시점의 배경을 묘사하려 했습니다.

초연보다 커진 무대를 채우기 위해서 특히, 극 대부분을 차지하는 1막의 배경은 마치 보이체크의 머릿속의 세상처럼 모호한 분위기의 현대미술 같은 무대화를 꾸미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에서 공부 중인 협력연출을 통해 원작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더 디테일하게 분석했고 또 다른 시선에서 작품을 관철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무대 위 배경과 오브제들, 극 중 나오는 독일어와 분위기를 이끌어주던 조명과 음악의 콜라보는 또 다른 이야기인 듯했습니다. 각 의미와 음악에 대한 설명이 듣고 싶습니다.

프롤로그부터 나와 있는 코러스들은 보이체크의 기억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로서 의미를 지닙니다. 부서진 조각상처럼 분장이 되어있는 배우들은 보이체크가 기억하는 과거에 대한 왜곡의 일부이며 그 부서진 조각상의 가루처럼 흩어진 무대 위에 깔린 파지는 기억의 파편을 형상화합니다.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보이체크 멘탈리티"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평상 위에 쓰인 Guilty와 Innocent를 통해 사람들이 부여하는 보이체크에 대한 낙인을 표현하였으며, 히틀러의 연설음향을 통해 극의 배경과는 상관없이 한 명의 선동으로 인해 퍼져버린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역설합니다. 액자 속 나타나는 눈동자 영상으로 그 의미를 부각시키며, 보이체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기 자신을 나타냅니다.

자신의 왜곡된 기억과 망상에 사로잡힌 보이체크는 마음 깊숙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무대 벽면에 보이는 시편의 글귀들과 눈동자 밑으로 세워진 계단을 통해 이 망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하는 보이체크의 소망을 담아보았습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차기작 소식을 들려주세요.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후암스튜디오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을 원작으로 하여 새로 개발한 창작 초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4회 일번출구연극제 포스터 /(제공=극단주다)
제4회 일번출구연극제 포스터 /(제공=극단주다)

두편의 번역극으로 시작된 이번 연극제는 '보이체크멘탈리티'에 이어 연극 ‘퇴직면접’으로 연달아 연극제의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을 듯하다. 오는 10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제4회 일번출구연극제는 극단 사개탐사의 ‘퇴직면접’, 극단 산의 ‘어느 날 갑자기...!’, 극단 광대모둠의 ‘서울맨숀’, 극단 주다의 ‘그린을 기다리며’, 극단 명장의 ‘눈 오는 봄날’의 작품으로 관객들과 함께할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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