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내 정타원(正陀圓) 사랑초가 많이 아픕니다. 지난달 초 의자에 올라가 무슨 일을 하다가 그만 의자에서 떨어져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 이후 거의 한 달이 가까워 오는데 아직 상태가 꽤 어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라도 생생해야 할 텐데 집사람이 아프면 저도 아프고, 조금 기분이 좋아진 것 같으면 저도 조금 나은 것 같습니다.

부부의 정이란 무엇인가요? 우리 덕화만발 카페에 박수만님이 지은 <부부는 젓가락이다>라는 시가 있습니다.

「부부는 젓가락 이다/ 짝을 가즈런히 하는/ 꼭 맞은 젓가락 이다/ 상 위 아무리 좋은 먹을거리라도/ 젓가락 짝이 맞지 않으면/ 집어 먹을 수가 없다/

삶의 밥상 위에서/ 부부가 서 있다/ 짝을 맞추어야/ 세상 밥상위에 놓인 행복도/ 부부가 서로 협조해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남편이 작아 보이면/ 날 낮추고/ 아내가 작아 보이면/ 날 낮추고/ 가지런한 젓가락이/ 좋은 음식을 먹듯/ 부부가 서로 맞추어야/ 세상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나 잘 낫네 하고/ 남편을 깔본다든가/ 나 잘 낫네 하고/ 아내를 업신여기면/ 그 짝이 맞지 않는 부부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생각해 보라/

자식 만들 때처럼/ 짝이 맞아야/ 부부가 서로 키를 맞추어야/ 세상 행복을 내 것으로/ 부부의 사랑은 서로 나를 낮추는 게 사랑이다/

남편 보고 낮아지라고 해도 안 되고/ 아내 보고 낮아지라고 해도 안 되고/ 서로가 상 바닥 두들겨 짝을 맞추듯/ 내가 낮아져야 한다./ 사랑하며 살아도 남은 세월은 너무 짧다.」

‘조복진간(朝服進諫)’과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조복진간’의 고사는 이렇습니다. 당태종 이세민의 황후인 장손왕후는 수많은 중국의 황후 중에서 최고의 황후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혜로운 황후였습니다. 그녀는 외유내강의 여장부로 검소하고 겸손한 태도로 내조에 최선을 다했지요. 어느 날 일과를 끝내고 궁으로 돌아온 태종이 위징(魏徵)을 죽여야 하겠다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위징은 황제 앞에서도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재상으로 알려져 있지요. 원래 태자였던 이세민의 형 이건성의 측근으로 이세민의 제거를 주창한 장본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민은 그의 인품에 끌려 설득한 후 재상으로 중용한 신하입니다. 대노(大怒)하게 된 이유인 즉, 많은 신하들이 함께 있는 조정에서 위징이 태종을 모욕했다는 것이었지요.

그러자 장손황후는 조용히 물러나 조복(朝服) 차림으로 다시 태종 앞에 서서 큰 절을 올립니다. 태종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장손황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군주가 밝으면, 신하가 곧다고 했습니다. 위징이 그렇게 곧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페하께서 밝으시기 때문입니다. 어찌 감축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말에 태종은 몹시 기뻐하며 화를 풀었으며 이후 위징을 더욱 믿고 신뢰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강지처(糟糠之妻)에 대한 고사입니다. 후한(後漢)의 초대 황제 광무제에게는 미망인 누이 ‘호양공주’가 있었습니다. 호양공주는 광무제의 신하 송홍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송홍에게 이미 아내가 있었지요. 광무제는 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넌지시 송홍의 의향을 물었습니다.

한편 황제는 호양공주를 병풍 뒤에 숨겨 놓고 송홍과의 대화를 엿 듣게 했습니다. “사람이 지위가 높아지고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꾸어도 흠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의 마음은 어떻소?”

“폐하, 제가 듣기로는 가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선 안 되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던 아내는 버려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제 벼슬을 얻고 영화를 누린다고 해서 술지게미와 쌀겨를 함께 먹던 조강지처를 어찌 버릴 수 있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조복진간’과 ‘조강지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는가요? 무소불위의 당태종 앞에서 직간 직언할 수 있는 위징은 신념과 확신을 가진 당당한 소신과 용기를 지녔고, 모욕감을 느껴 분노하는 당태종을 감동하게 만들어 마음을 가라앉힌 장손항후의 기지(機智)와 내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부와 권세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고, 어려울 때 고생을 함께 견뎌온 아내를 잊지 않는 송홍의 마음가짐은 가히 감동적입니다. 아무리 자신의 소신이 옳고 바르다고 해도 최고 권력자인 황제 앞에서 생각을 당당히 밝힐 수 있는 배포는 가히 칭송할 만합니다.

제 아내를 칭찬하기는 좀 남 부끄럽기 야 합니다. 하지만 반백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우리 정타원은 가히 정순황후와 같은 부덕을 갖추고 오늘 날 까지 저를 보필해 왔습니다. 그런 아내가 몸이 아프다고 해서 저 역시 조강지처를 외면할 양심은 아예 제 사전에는 없습니다. 어서 아내가 쾌차하고 저도 생기를 되찾으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9월 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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