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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 빛으로 백록 담아낸 이정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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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 빛으로 백록 담아낸 이정록 작가
빛을 쏴 잡아내는 특이한 기법 정평
“숭고한 생명나무 인류보편의 의식“
  • 편완식 기자
  • 승인 2021.09.06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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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작가
이정록 작가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이정록 사진작가는 빛을 쏴 빛을 잡아내는 작업을 한다. 자연속에 피사체를 만들어 세우거나 작업실에 자연환경을 설치작품처럼 만들어 사진을 만든다. 최근엔 제주를 배경으로 흰 사슴인 백록을 주제로 작업을 했다. 작업실 수조에 나무같은 뿔을 가진 백록 조형물을 만들어 세우고 작업을 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잔잔히 물이 채워진 수조위에 드라이아이스로 분위기를 띄우고 작업은 시작된다. 스모그 머신까지 가세해 무대같은 광경을 연출한다. 피사체를 향해 조명을 비추고, 피사체 여러곳에 플래시를 밀착해 카메라를 향해 순간조명을 발사시킨다. 이 모든 과정은 어둠속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장노출을 통해서 이 모든 과정은 사진으로 담기게 된다. 제주 바닷가에서 이뤄진 작업은 드라이아이스와 스모그는 효과는 자연현상에 의존했다. 신비감이 감도는 이정록 사진의 탄생 과정이다. 28일까지 강남 나우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제목 루카(LUCA,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는 찰스 다윈이 만든 용어로, 모든 생명의 공동조상의 약자다. 최초의 생명이자 생명나무의 뿌리에 해당하는 가상의 생명체를 의미한다.

“몇 년 간 제주도에서 ‘생명나무’와 ‘나비’ 작업을 이어갈 때, 흰 사슴에 관한 설화를 듣게 되었다. 한라산은 원래 신선들의 산으로, 신선들은 흰 사슴을 타고 다녔다. 신선들은 흰 사슴에게 한라산 정상에 있는 맑은 물을 먹였다고 전해온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은 ‘흰 사슴이 물을 마시는 연못’이라는 의미다.”

그에게 꽤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는 2007년에 ‘신화적 풍경’ 시리즈를 발표한 바 있다. 원시적이면서도 시적인 풍경들에서 받은 영적인 느낌이나 상상을 다양한 연출과 설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그 때까지 온전히 내가 느끼는 숭고함과 경외감이 만들어낸 상상의 결과물로만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해져오는 보편적인 설화의 모티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수많은 신화와 설화를 탐독했다. 고대부터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이야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지고 구전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과 꼭 닮은 스토리들이 내 안에서 자연발생했다는 점이 놀랍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열정과 생기가 솟구쳤다. 왕성한 에너지로 만들어낸 ‘신화적 풍경’시리즈에서 최초의 ‘생명나무’가 발아되었다. 그의 작업 언어이자 고유한 메타포로 사용 중인 ‘빛’도 초월적 언어가 됐다.

“흰 사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다. 자연, 신화, 원시성에 대한 생득적인 애정이 깨어났다. 고대부터 사슴은 신성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이집트 신화 속의 신들은 사슴의 뿔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고대 유럽에서도 사슴이나 순록을 신의 현현으로 여겼다. 시베리아 유목민들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사슴의 뿔을 신의 뜻을 감지하는 신성매체로 여겨, 샤먼이나 족장 또는 임금의 머리 장식으로 사용했다. 일본에서는 사슴을 신의 사자로 정중하게 보호했다. 만주나 중국 북방 민족들도 사슴신에 대한 신앙을 품었다. 중국 역사책에는 흰 사슴이 평화와 행운의 상징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슴은 장수의 상징으로 천년을 살면 청록(靑鹿) 되고 청록이 다시 500년을 더 살면 백록(白鹿)이 된다는 재미있는 설화도 전해 내려온다. 경주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의 출(出)자 구조도 사슴뿔을 형상화한 것이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의 동명왕 신화에서 사슴은 지상과 천상을 매개하는 동물로 그려졌다. 유럽인들은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슴을 신성하게 여겨 도시나 명문가를 상징하는 문장에 사슴을 그려 넣었고, 오늘날에도 유럽에서는 사슴뿔이 집을 지키는 부적이나 악마를 쫓는 의미의 장식물로 사용되고 있다.”

‘생명나무’에서 ‘나비’로 이어졌던 그의 작업이 자연스레 흰 사슴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고대부터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슴뿔이 신의 뜻을 감지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여겨졌다는 지점이 그의 마음을 당겼다. 뿔의 형상이 나무를 닮았다는 것과, 봄에 돋아나 자라다가 이듬해 봄이면 떨어진 후 다시 돋아 계절처럼 순환한다는 사실이 새삼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러한 사슴뿔의 속성은 그 동안 ‘생명나무’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모든 의미를 함의하는 것이었다. 사슴의 육체는 그 자체로 대지의 경이로운 원리를 갖춘 기, 숨, 엘랑비탈의 모체였으며, 생명나무의 뿌리였다.

“나는 요즘 흰 사슴과 농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베리에이션은 영감의 완전성을 추구해 가는 과정임을 밝혀둔다.”  향후 그의 작업 여정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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