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커튼콜 /(사진=Aejin Kwoun)
"신데렐라" 커튼콜_배우 강애심, 김화영, 박소영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 한국의 대표 극작가 이강백의 신작 “신데렐라”가 희곡이 완성된 이후 3여 년의 시간이 지나 무대에서 그려지며 관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 '신데렐라'의 빨간 구두가 주인을 찾기 위한 여정이 모노드라마 형식의 에피소드로 파노라마처럼 그려진 이번 작품은 동화 속 '신데렐라'가 유리로 만든 구두를 신고도 어떻게 오랜 시간 춤을 출 수 있었고, 왜 계단에서 신발이 벗겨지게 되었는지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신데렐라" 공연사진 /(제공=아트리버)
"신데렐라" 공연사진 | 세 명의 배우들은 각기 하나하나 에피소드를 끌고 가며 에피소드에 주변인물, 스태프로 깜짝 등장하며 바쁘게 역할을 바꿔가며 종횡무진한다. 피아노 연주자는 깜짝 연기와 흥겨운 연주로 공연의 흥을 북돋운다. /(제공=아트리버)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작품 “신데렐라”의 작가인 이강백은 한국의 대표 극작가로 꼽히는 원로 극작가이다. 등단 이래 50여 년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70년대 억압적인 정치 상황에서도 제도적인 폭압 체계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파수꾼(1974)', '북어 대가리(1993)', 어둠상자(2018)' 등이 있다. 그는 “모노드라마 형식인 만큼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었다”라며 “수많은 캐릭터로 변신하는 배우의 모습에 관객들은 매력과 재미를 느낄 것이다”라고 작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신데렐라" 공연사진 | 각 에피소드별 배우들의 이미지 체인지는 놀라울치 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사진=Aejin Kwoun)
"신데렐라" 공연사진 | 각 에피소드별 배우들의 이미지 체인지는 놀라울치 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제공=아트리버)

 작품 속 빨간 구두는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을 투영시킨다. 빨간 구두가 주인을 찾아 헤매듯 각 인물의 욕망이 구두를 중심으로 서로 엇갈리며 교차한다. 관객들은 웃고 즐기며 배우, 시인, 노파 등 스물한 명의 캐릭터로 변신하는 배우들을 찾아보며 이를 통해 구두의 주인은 누구일지, 우리가 추구하는 욕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 받고 있다.

"신데렐라" 공연사진 /(제공=아트리버)
"신데렐라" 공연사진_연극 '그녀가 돌아왔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등 다수의 연극 작품에 출연하며 내공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내온 김화영 배우는 나직한 목소리로 그만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제공=아트리버)

미니멀한 무대와 빠른 무대 전환, 라이브로 진행되는 건반 연주는 무대 위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는 양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며 21개의 이야기가 놀랄 정도로 지루할 틈 없이 연출된다. 이번 작품은 내공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내 온 김화영 배우, '작품성 보증수표'라 불릴 만큼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천상배우 강애심 배우와 함께 신예 박소영 배우가 275:1의 높은 경쟁력을 뚫고 발탁되었음을 증명하듯 대학로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당차게 데뷔 무대를 꾸며가고 있다.

"신데렐라" 공연사진 /(제공=아트리버)
"신데렐라" 공연사진_쉴 새 없이 연극과 뮤지컬은 물론 영화와 방송 등 장르를 넘나들며 한계가 없는 듯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강애심 배우는 강렬한 웃음과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제공=아트리버)

작품을 준비한 공연배달 탄탄은 “이강백의 신작을 공연하는 축제의 장에 관객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며 작품 제작 계기를 밝혔다. “한국의 대표 극작가 이강백의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라고 행복한 포부를 밝힌 만큼, 함께 첫 호흡을 맞추었다 믿기 어려울 만치 찰떡같은 호흡으로 열연하고 있는 세 배우의 무대는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찬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데렐라" 공연사진 /(제공=아트리버)
"신데렐라" 공연사진_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세상에 발을 내딛고 있는 박소영 배우는 보는 이들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은 물론, 성실함과 무한한 잼재적 가능성을 가진 신예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제공=아트리버)

아래는 빨간 구두가 만나게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 “신데렐라”를 연출한, 대학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강백의 제자, 극작가 겸 연출가 정범철 연출과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21개나 되는 에피소드가 놀랍도록 무대에서 어색하거나 지루함 없이 흘러갔습니다. 에피소드의 진행순서나 연결 등에 어떤 고민이 있었을지 듣고 싶습니다.

이강백 작가님은 제가 서울예대 극작과 재학 당시 은사님이십니다. 제가 선생님의 신작을 연출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작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형상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에피소드의 진행순서는 대본 그대로 올렸기 때문에 고민할 것이 없었고 연결방식은 연출적인 고민이 많이 들어갔다고 봐야겠죠. 무대에서 의자, 자동차, 모터보트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세트와 건반 연주의 활용으로 최대한 매끄럽게 연결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무대 위 배우에게 답하고 연기하는 듯 느껴지던 피아노 선율과 싱글벙글 웃으며 연주하고 능청스러운 연기까지 보여준 건반연주자, 후드티를 눌러쓰고 스태프인 듯 연기한 배우님까지 세심한 연출이 돋보였던 듯합니다. 에피소드들 연기할 배우님 선정부터 선율과 움직임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에피소드를 세 배우분 중 어떤 배우가 맡을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초기 리딩 단계에서 이강백 작가님이 연습에 참석하셨을 때 배우들과 다 같이 함께 의논하여 결정하였습니다. 모두의 생각이 반영되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허허.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 소식이 궁금합니다.

배우분들의 차기작은 저도 들은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하하. 무엇보다 평소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던 선배님들과 작업을 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제 다음 차기작은 소속극단인 극발전소301의 음악극 '로봇걸' 이란 작품입니다. 한창 연습 중인데 10월 중순에 씨어터쿰에서 공연됩니다.

"신데렐라" 포스터 /(제공=아트리버)
"신데렐라" 포스터 /(제공=아트리버)

소소하게 실감 나고 재미지며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찬 작품 “신데렐라”의 빨간 구두는 애초부터 신데렐라의 발에 맞지 않던 구두였기에 아직까지 구두의 주인을 찾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주인을 찾아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빨간 구두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당신을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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