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제(영남총괄본부장)
박유제(영남총괄본부장)

경남도의회 제388회 제3차 본회의가 열린 8일. 국민의힘 정동영 의원이 도정질문을 통해 "부울경 메가시티는 김경수 전 지사의 정치적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라며 "새로운 도지사가 선출될 때까지 현상을 유지하면서 정책을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적자이자 실세로 불리던 김 전 지사가 경남에 국한된 자신의 정치적 영역을 부울경 전체로 키우는 이점 때문에 역점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 지지세가 강한 서부경남이 소외됐다고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3년 내내 주장했지만, 특단의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오리려 정책 속도에만 집중했다"고도 했다.

같은 당 소속의 박삼동 의원도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전임 지사의 핵심 공약이라는 이유로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내년 선거에서 도민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재개되어도 충분하다"며 경남도의 입장을 물었다.

국민의힘 소속 두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부울경 메가시티가 경남, 특히 서부경남의 희생을 전제하고 있다는 배경 설명에서부터 김경수 전 지사의 정치적 판단에서 출발했다는 공통된 주장도 담고 있다.

여기에 정동영 의원은 "김 전 지사의 공백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끌고 갈 선장도 사라진 마당에 이를 강행한다는 것은 도민의 의사에 반한다"는 자의적 해석까지 내놨다.

앞서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국민의힘 대선경선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후보도 지난 1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울경 메가시티와 관련해 "(부울경 메가시티는)도시연합에 불과하다. 서로 병립해서 연합해본들 시민들을 희롱하는 것으로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물론 혹시나 모를 경남 소외나 도민의 불이익을 우려한 발언들일 터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나 같은 당 경남도의원들의 반대 논리에 비약이나 정략적 접근이나 정파적 판단은 없는 걸까. 

김경수 전 지사나 박형준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당연히 정치적 판단이 없을리 없다.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에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까지 동의하고 있고 적극적인 이유다. 

또 서부경남에서 지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메가시티의 시너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는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경남도민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경남도민의 희생을 가늠할 만한 구체적인 분석자료나 근거도 제시된 적이 없다. 

특히 부울경 메가시티는 추진 초기부터 '행정통합'이 아니라 '행정연합'이라고 분명히 공표한 상태인데도, 홍준표 후보는 "공공기관을 통합하면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고도 했다.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행정통합 형태의 메가시티는 국민의힘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손을 맞잡고 추진하고 있는 대구경북 통합추진 사례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이보다 전 단계의 지자체 연합체로 이해해야 한다.

하병필 경남지사 권한대행도 8일 경남도의회 도정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수도권 과밀화와 비수도권 소외, 지역소멸 등 지역불균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충청권과 대구경북권 등에서 초광역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울경 메가시티는 진주, 창원, 부산, 울산 4개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의 중소도시, 농산어촌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 경제권 단위로 연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수도권같은 또 하나의 플랫폼을 부울경에 만들어 새로운 국가 발전 축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도의회 도정질의가 있던 비슷한 시각. 경남도는 부울경 메가시티와 관련한 의미 있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억 규모의 '부울경 메가시티 상품권'을 오는 16일 발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경남과 부산, 울산 3개 시·도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메가시티 상품권은 단일 지자체 권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상품권과 달리 부울경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3개 시.도를 넘나드는 공통된 상품권 사용을 통해 시·도민이 메가시티를 체감하고 부울경이 경제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같은 날 국회에서도 부울경 메가시티가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이제 중앙 집중 방식에서 벗어난 지역 중심의 반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부울경 메가시티 등 각 지역의 핵심 사업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반드시 추진해 지역 소멸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수도권과 함께 또 다른 국가균형발전 축으로서의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사업이 순항하고 있고, 이제 상품권까지 공동 발행할 정도로 경남도민의 일상 생활 속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돌이킬 수도, 멈출 수도 없는 3개 시.도의 역점사업이면서도 국가 주요정책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단지 김경수 전 지사의 정치적 이득으로만 해석하려 하거나 근거도 부족한 경남도민의 희생을 주장하며 '경남도민의 뜻'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이 아니다.

경남도가 지난 5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3일간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경남도민의 73.2%가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서북부경남(72.5%)과 서부경남(65.9%)에서도 10명 중 7명 정도가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변한 것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또 "공공기관 통폐합하기 힘들고 효과도 미흡할 것"이라며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막연히 반대입장을 밝히는 것도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전직 경남도지사가 할 말은 아닌 듯하다. 같은 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유승민 후보도, 최재형 후보도 "부울경 메가시티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듭 강조하지만 인구절벽이나 지역소멸, 수도권과밀화 시대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상생을 모색하기 위한 대장정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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