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무'도 없고 임기 3분의 1밖에 안 채워, 추미애 캠프 "함부로 올릴 수 있는 판돈 아니다"

[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 경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서울 종로구)가 8일 돌연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주말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대패하자, 고심 끝에 내민 카드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대선 경선은 오는 12일 발표될 1차 선거인단 투표(64만여명 참여)가 진행 중에 있고, 이번 주말 대구경북(11일)·강원(12일) 지역 순회경선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할 수 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서울 종로구)가 8일 돌연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주말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대패하자, 고심 끝에 내민 카드로 보인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할 수 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경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서울 종로구)가 8일 돌연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주말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대패하자, 고심 끝에 내민 카드로 보인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할 수 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의원직 사퇴는 지난해 총선에서 자신에게 표를 몰아준 지역구 유권자들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어, 따가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게다가 이낙연 전 대표의 현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는 청와대와 경복궁·광화문 등이 속한 '정치 1번지'를 상징하는 곳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와 민주당, 대한민국과 호남, 서울 종로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며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재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공세'도 여전히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은가"라며 이재명 지사을 겨냥한 '도덕성'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또 이재명 지사를 겨냥해 “요즘 한전 민영화 논의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저는 공공재 민영화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이는 이재명 지사가 '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위해 민자투자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함과 동시에 국가투자로 송배전망을 확충하는 소위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공약을 낸 것을 겨냥한 발언인 것이다. 이재명 지사 측은 '한전 민영화'는 명백한 가짜뉴스라 밝혔고, "공공재의 민영화 반대는 평소의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새로 만들거나 늘려 거둔 돈을 부자건 가난하건 똑같이 나누어 주자는 발상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지역구는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이낙연·황교안 전직 총리 간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지역구는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이낙연·황교안 전직 총리 간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의 돌연 의원직 사퇴 방침에 대해, 같은 대선경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에선 "국민이 만들어주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자리는 대선 경선 판에 함부로 올릴 수 있는 판돈이 아니다"라며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경선에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추미애 대선캠프는 이날 성명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배인 정치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며 "제대로 된 개혁을 하라고 180석 민주당을 만들어주신 국민의 뜻을 저버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일갈했다.

'정치 1번지'인 종로구는 총선 때마다 늘 주목받는 지역구라, 당에선 유력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우곤 한다. 종로구를 지역구로 뒀던 유명 인사들은 꽤 많다. 

1950년대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이 해당 지역구(종로구 갑) 국회의원을 줄곧 지냈다. 또 '주먹황제'로 불렸던 김두한 씨도 이곳에서 국회의원(3대, 종로구 을)을 지내며 수없이 파장을 몰고 다녔다. 

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이명박 씨가 이 지역구에서 당선됐는데, 범인도피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의원직을 중도 사퇴(선거법 위반 건은 이후 유죄 확정)했다. 이명박 씨의 사퇴 후 열린 98년 7월 재보궐선거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씨는 종로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명박 씨의 의원직 사퇴 이후 열린 재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씨는 종로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명박 씨의 의원직 사퇴 이후 열린 재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19대~20대 총선에선 정세균 전 총리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총선 당시 정세균 전 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 간 대결은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이낙연·황교안 전직 총리 간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다. 그만큼 '정치 1번지'에는 종종 네임드 정치인이 출마한다. 

추미애 캠프는 이낙연 전 대표의 이재명 지사 겨냥 발언들에 대해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대선후보 자격이 없다는 식의 발언은 독선적이다 못해 망상적인 발상"이라고 일갈하며 "굳이 호남을 발표 장소로 선택한 것이 호남을 지역주의의 볼모로 잡으려는 저급한 시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현재 이낙연 전 대표는 21대 국회의원 4년 임기 중 3분의 1가량(1년 3개월)밖에 채우지 않은 상황이다. 또 자신이 비례대표 의원도 아닌 만큼, 중도 사퇴할 경우 재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한다. 

게다가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궤멸적 참패하는 등, 총선 때와는 다르게 민심도 악화된 상황이라 당에서 마땅한 대체 카드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궤멸적 참패를 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일괄 총사퇴했다. 지난해 총선 때와는 다르게 민심도 악화된 상황이라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재보궐선거까지 고민해야 하는 당에 큰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궤멸적 참패를 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일괄 총사퇴했다. 지난해 총선 때와는 다르게 민심도 악화된 상황이라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재보궐선거까지 고민해야 하는 당에 큰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또 재보궐선거 책임까지 당이 떠맡을 수밖에 없기에, 결국 큰 부담만 안기는 이기적 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에선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의원직을 '버릴' 만한 그렇다할 명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에 나온다고 해서 현역 의원직을 사퇴할 의무가 없으며, 만약 자신이 당의 최종 대선후보로 확정돼 대선을 치른다고 해도 의원직을 사퇴할 의무도 없다. 

실제 지난 대선 당시에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는 의원직을 유지한 채 대선을 치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돌연 의원직을 사퇴했는데, 실제 표심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과거 김두관 의원이 지난 2012년 대선경선 당시 힘들게 당선된 경남지사 직을 돌연사퇴했다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크게 깎아먹는 '흑역사'를 만든 적이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선 현재 불리한 상황을 만회하려고 '승부수'를 던진 셈이나, 오히려 '역풍'만 맞을 가능성이 다분해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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