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당 공식조직 개입정황 나왔다..당에서 초안 건네고 당무감사실장이 초안 전달자로 드러나"

'면죄부 검증단'? 당내 정치공작 조직 확인되자 자체 검증조직 설치..불신 목소리

[정현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공식 조직이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자 당 차원의 자체 검증 조직을 꾸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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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한겨레'는 [3개의 판박이 '최강욱 고발장'..당 공식조직 개입정황 나왔다] 기사를 냈다. 사실상 윤석열 검찰과 국힘이 고발 사주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국힘 법률자문위원인 조모 변호사는 이날 매체에 “당시 당무감사실장에게 (초안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4월 김웅 의원이 당에 건넨 의혹이 있는 고발장과 판박이로 드러난 ‘8월 고발장’을 쓴 당사자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조 변호사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발장을 작성할 당시 당에서 받은 고발장 '초안'은 당무감사실장이 전달했다. 초안 전달자가 국힘의 공식 직책에 있는 당무감사실장이었단 사실이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당에서 초안을 건넸다는 사실에 이어 당의 책임 있는 위치의 당직자가 초안 전달자로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도 ‘고발 사주’ 의혹 연루에 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발 사주 의혹에 등장하는 고발장 2건 가운데 최강욱 대표 1명에 대한 고발장은 현재 총 3가지 버전이 나왔다. 윤석열 검찰의 '최강욱 죽이기'의 집요한 전모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둔  4월8일 당시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가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전달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고발장과 조 변호사가 당에서 받은 고발장 초안, 그리고 조 변호사가 이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해 작년 8월 제출한 고발장이다.

매체에 따르면 당 초안은 한글 문서 형태였으며, 작성 날짜는 지난해 4월22일, 마지막 수정은 지난해 5월11일로 표시돼 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8월 당무감사실장으로부터 고발장 초안을 받아 편집한 뒤 8월25일 대검찰청 민원실에 냈다고 한다.

미통당이 조 변호사에게 건넨 초안과 김웅 의원이 받아 당에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4월 고발장’의 내용 역시 거의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문건은 내용뿐 아니라 토씨까지 거의 동일했고, 똑같은 반말체로 적용법조와 범죄사실 부분이 쓰여 있었다.

조 변호사는 “(김웅 의원이 4월 전달했다는) ‘손준성 보냄’ 고발장을 본 적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 두 고발장이 일부 표현만 제외하고 거의 판박이처럼 흡사한지는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

그동안 고발 사주와 관련해 정치공작 등으로 반박한 국힘 지도부는 한겨레의 보도가 나온 이날도 “공조직으로 접수된 제보는 없다”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당 공식 조직이 관여됐다는 3가지 버전의 최강욱 고발장이 나오면서 대응책을 찾는 모양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진상조사나 검증을 진행할 수 있는 대응 조직 설치를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라며 "해당 문건이 전달된 유일한 경로가 김웅 의원인지 아니면 공익 제보를 신청한 분이 다른 경로로 전달한 것인지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국힘 대권주자로 나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김웅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SNS로 “이 문제는 정권교체와 당의 존망이 달린 문제”라며 “당이 신속하게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여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관련자들은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전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힘, 모르쇠 하려다 딱 걸렸습니다. 최강욱 대표 고발장 3개 버전"이라며 관련 기사를 링크했다.

3가지 버전의 고발장 당사자 최강욱 대표는 SNS로 "똑같은 고발장이 세개로 늘었습니다"로 더 이상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국힘이 모르쇠로 버텼는데 정황 증거가 나오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체 검증 조직을 꾸려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면죄부 검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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