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불황이 지속되면서 빚을 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NPL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부실채권(NPL) 투자가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달성할 수 있지만 지식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를 속이는 사기도 잇따르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NPL 투자 사기는 주로 저당 잡은 부동산을 높은 가격에 낙찰 받은 뒤 거액의 담보대출을 받아 가로채는 수법이 사용된다. 부동산의 실제 가치 이상으로 많은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와 사기에 동원된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다. 법원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부실채권(NPL)을 이용한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저당 잡은 부동산을 높은 가격에 낙찰받은 뒤 거액의 담보대출을 받아 가로채는 수법이다. 부동산의 실제 가치 이상으로 많은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와 사기에 동원된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다.

◆11억원 물건 담보로 20억원 대출 

부실채권 컨설팅업체인 A사는 작년 하반기 임야를 담보로 잡고 있는 NPL을 14억원에 매입했다. 저당권의 채권 최고액은 28억원(대출금 22억원+이자 6억원)에 달했지만 임야 가치가 낮아 싸게 매입할 수 있었다. 당시 이 임야는 경매에서 여러 차례 유찰돼 최저응찰가격이 11억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고수익 찾아나선 개미들 낚고…담보대출해준 금융사에도 뒤통수

부실채권 낙찰가 부풀리기 
대출받아 NPL 매입해 개미들에게 이익 붙여 넘긴 후
제3자 동원해 고가 낙찰받아 

채권변제순위도 조작 
NPL 투자자 몰래 '바지' 투입…배당순위 밀려 원금 손해 일쑤
부풀려진 '깡통 물건'에 대출한 저축은행들도 거액 손실

컨설팅회사는 이 부실채권을 매입하자마자 바로 투자자 B씨에게 15억원에 팔아 1억원을 챙겼다. 경매 낙찰가격을 투자원금 15억원 이상에 형성시켜 수익을 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에 B씨는 별 고민 없이 매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부실채권을 사서 파는 과정에서 A사는 자기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았다. 매입자금 14억원 중 13억원은 저축은행 대출로, 1억원은 B씨로부터 조달했다.

A사는 이후 제3자인 C씨를 시켜 경매 중인 임야를 24억5000만원에 낙찰받도록 했다. 낙찰대금은 상호신용금고 대출 20억원과 보유자금으로 조달했다.

15억원에 부실채권을 매입한 B씨는 법원에서 투자금과 이익금을 배당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NPL 매입 시 돈을 빌려주고 1순위 질권을 설정한 저축은행에 13억원을 돌려주고 나면 나머지 11억5000만원이 자기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당기일에 법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순위가 3순위로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A사가 또 다른 사람을 저축은행 다음의 2순위 질권자(10억원)로 올려 놓은 것이다. 투자자 B씨는 1억5000만원밖에 배당받을 수 없었다. 이익은커녕 투자원금에서 5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 됐다. 

그러나 제일 큰 피해자는 낙찰가만 믿고 이 임야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이다. 임야의 실제 가치는 대출금액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A컨설팅사는 이 같은 방식으로 자기 돈 한푼 안 들이고 20여건에 투자해 100억원 가까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달 A사를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NPL 보유자들이 경매에 부친 물건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며 “금융회사 직원들이 부동산 실물을 잘 몰라 낙찰가격을 지나치게 믿고 대출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지’ 내세워 돈 빼돌리기 만연 

경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기 수법이 법원 경매시장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부실채권 시장이 너무 과열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편법을 써 수익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로 자리잡았다는 우려다. 로티스 합동법인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NPL 사기를 당한 투자자의 상담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일반 컨설팅이나 교육으로 먹고살기 어려워진 일부 경매업자가 금융회사와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원래 컨설팅회사는 10% 이상 이익을 배당받는 것을 목표로 영업하는 것이 맞지만 NPL 매입 경쟁이 너무 뜨거워 한 자릿수 수익률을 내기도 어렵다”며 “이렇게 상황이 바뀌자 신용도 좋은 ‘바지’를 내세워 은행을 속이고 가치가 낮은 담보 물건으로 고액 대출을 받아 돈을 빼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 부실채권(NPL) 

non performing loan. 채무자가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아 부실화된 대출채권을 말한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채권과 무담보채권으로 나뉜다.

금융회사는 경영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부실채권을 대출 원리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산관리회사(AMC)에 매각한다. 투자자는 AMC로부터 담보부부실채권을 매입해 경매 이후 배당을 받거나 직접 낙찰받아 수익을 낸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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