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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어진 무게감과 새로움, 네번째로 돌아온 연극 "보도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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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어진 무게감과 새로움, 네번째로 돌아온 연극 "보도지침"
  • 권애진 기자
  • 승인 2021.09.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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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 기자회견 장면 | 답하라! 당신들은 권력을 어떻게 차지했는가. 당신들은 차지한 권력을 누구를 위해 사용했는가. 이 땅에서 이루어낸 기적 같은 경제성장의 열매를 누가 다 차지했는가.답하라! 이 모든 진실을 가리기 위해 아침마다 신문사로 팩스를 보내는 저들은 누구인가. /(사진=Aejin Kwoun)
"보도지침" 기자회견 장면 | 답하라! 당신들은 권력을 어떻게 차지했는가. 당신들은 차지한 권력을 누구를 위해 사용했는가. 이 땅에서 이루어낸 기적 같은 경제성장의 열매를 누가 다 차지했는가./답하라! 이 모든 진실을 가리기 위해 아침마다 신문사로 팩스를 보내는 저들은 누구인가.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말의 힘’을 넘어 ‘말의 힘을 지켜나가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 “보도지침”이 새로운 배우와 스태프로 대학로에서 뜨거운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 4연을 맞이하고 있는 작품 “보도지침”은 1년에 300일 이상을 공연과 함께 살고 있는 작가·배우이자 연출가인 오세혁 작가의 뜨거운 언어와 더불어 관객 참여형 공연 '내일 공연인데 어떻하지?', '내일도 공연할 수 있을까?' 등의 작품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 황희원 연출과 순간순간을 음악으로 기억하게 해 준 민활란 작곡가가 새롭게 합류하여 종전의 공연과는 조금 다른 새로움과 깊이 있는 무게감을 더해 주며 더욱더 뜨거워진 언어와 웃음으로 돌아왔다.

"보도지침" 공연사진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보도지침" 공연사진_대학시절 연기동아리를 통해 선후배로 만났던 이들이 어떻게 재판석에서 판사 그리고 피고와 원고로 만나게 된 것일까? | “우린 가짜지만 가짜가 아니야. 우리의 발은 무대에 있지만, 우리의 눈은 무대 바깥을 본다. 우리의 말은 극장 안의 관객들에게만 들리지만, 우리의 말을 들은 관객들이 극장 바깥으로 나가서 우리의 말을 전할 거다. 우리가 든 칼은 나무칼이지만 우리는 진실을 벨 수 있다”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지난 8월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시대와 정치적인 소명을 떠나서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지침’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 “보도지침”은 실제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는 제5공화국 시절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보도지침" 공연사진_사회부기자 김주혁(김지철)과 월간독백 김정배(장유상)은 대학시절 힘겨웠던 기억을 떨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릎쓴다 | 영화, 드라마에서 쉼없이 얼굴을 비춰오던 장유상 배우는 대학 재학시절 연극무대에 오른 바 있으나 졸업 후에는 첫 무대작업이다. 초반 답답하고 소극적인 캐릭터의 모습은 '독백'을 위한 장치였던 듯 독백 대사 부분은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어 주었다.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보도지침" 공연사진_사회부기자 김주혁(김지철)과 월간독백 김정배(장유상)은 대학시절 힘겨웠던 기억을 떨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릎쓴다 | 영화, 드라마에서 쉼없이 얼굴을 비춰오던 장유상 배우는 대학 재학시절 연극무대에 오른 바 있으나 졸업 후에는 첫 무대작업이다.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1986년 9월 6일, ‘말’지 특집호(1986년 9월호)는 “권력과 언론의 음모-권력이 언론에 보내는 비밀통신물” 기사를 통해 보도지침을 폭로했다. 진실은 2만 5천부나 발행된 ‘말’지를 통해 손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번져나갔다. 경찰은 특집호 배포를 중지시키기 위해 서점들을 뒤지고 관련자와 주변인들까지 대거 연행해 혹독한 조사를 벌였으나 발 없이 퍼져나가는 진실의 힘을 막지 못했다. 처음에는 이 문제에 대한 보도지침을 지키던 신문들도 점차 재판 기사를 박스로 다루는 등 여론형성에 나섰다. 당시 이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고,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올해 2월 미얀마에서는 ‘군사정권’이란 용어를 쓴 언론사가 폐쇄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올해 8월 25일 새벽 4시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통과 그리고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혹자는 현대판 보도지침이라 비판하고 있다. 2016년 변정주 연출의 초연 이래 5년의 시간 동안, 사건이 일어난 지 36년이 시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상업 공연이지만 작품의 내실 또한 놓치지 않으며, 매회 새로운 실력파 배우들의 집합으로 재연임에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드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공연 “보도지침”은 이례적으로 앞으로 이 연극계를 끌어갈 학생들의 비영리 공연에 판권을 무료로 열어주고 있다. 백석대학교, 서경대학교, 부산예술대학교 및 지난 21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우수상과 제28회 광주 연극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던 전남여자고등학교 연극동아리 ‘한우리’에서 비영리 공연이 진행된 바 있다.

"보도지침"에 최초 여자 판사로 출연하는 이지현 배우 /(제공=
"보도지침"에 최초 여자 판사로 출연하는 이지현 배우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2017년 변호사 황승욱으로 출연했던 박유덕 배우가 올해 무대에서는 월간독백 편집장 김정배 역을 맡았으며, 그 외 모든 배우는 “보도지침” 무대에 처음 오르며 작품을 새롭게 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네 사람의 은사이자 해당 재판을 맡은 판사 송원달 역을 맡은 이지현 배우는 4번째로 이어진 공연에서 최초로 여자 판사로 등장하고 있다.

"보도지침" 커튼콜_여자(조한나), 검사 최돈결(장민수), 월간'독백'편집장 김정배(장유상), 판사 송원달(조영규), 사회부기자 김주혁(임병근), 변호사 황승욱(구준모), 남자(김현준) /(사진=Aejin Kwoun)
"보도지침" 커튼콜_여자(조한나), 검사 최돈결(장민수), 월간'독백'편집장 김정배(장유상), 판사 송원달(조영규), 사회부기자 김주혁(임병근), 변호사 황승욱(구준모), 남자(김현준) /(사진=Aejin Kwoun)

극 중 인물들의 과거 대학 연극동아리 시절의 서사를 추가하며, 현재 법정에서 만난 그들의 대립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어려운 시기지만 연극이 계속해서 관객들과 함께하려는 이유도 함께 전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안녕을 위해 구축된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지키려는 소위 ‘엘리트’들의 억압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회, 균형과 조절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자본과 언론이 조합된 가짜뉴스에 갇혀 사는 사회가 깨지지 않는 한 이번 작품 “보도지침”은 계속해서 대학로에서 발걸음을 이어갈 것 같다. 지금 당신이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진실’은 정말 ‘진실’이 맞을까?

"보도지침" 포스터 /(출처=오세혁 연출)
"보도지침" 포스터 /(출처=오세혁 연출 페이스북)

TOM 1관에서 "보도지침"과 나란히 포스터를 함께 하고 있는, 3년만에 다시 돌아온 유쾌한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이번 작품의 오세혁 작가와 황희원 연출이 함께 하고 있는 작품으로 지난 7월 8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웃음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 주고 있다. 1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제작된 뮤지컬과 가슴 깊이 메시지를 남겨 주는 연극 작품에서 같을지도 다를지도 모를 작가와 연출의 향기를 이어가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 하다. 종횡무진 공연 무대를 아우르고 있는 오세혁 작가는 국립정동극장 경주브랜드공연 2번째 창작뮤지컬 "용화향도"의 작가 및 연출로 지난 3월 30일부터 오는 11월 27일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뮤지컬 "아르토, 고흐"의 각색 및 연출로 지난 8월 6일부터 10월 3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그리고 연극 "분장실"의 남자버전의 각색 및 연출을 맡아 지난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무대를 이어가며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극작가 겸 연출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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