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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것'에서 느껴지는 새롭고 아름다운 매력, "심청전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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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것'에서 느껴지는 새롭고 아름다운 매력, "심청전을 짓다"
제3회 ’스튜디오76愛서다 페스티벌‘ 마지막 참가작품
  • 권애진 기자
  • 승인 2021.09.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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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장대비가 쏟아지던 캄캄한 어느날, 서낭당에서는 세 사람이 분주하게 제를 준비하고 있고, 한 켠에는 한 남자가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ejin Kwoun)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장대비가 쏟아지던 캄캄한 어느날, 서낭당에서는 세 사람이 분주하게 제를 준비하고 있고, 한 켠에는 한 남자가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스튜디오76愛서다 페스티벌‘ 마지막 참가작품으로 대학로 스튜디오76에서 선보인 작품 “심청전을 짓다”는 우리의 고전 ’심청전‘을 모티브로 지어진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여자전(女子傳) 2번째 작품으로 지난 2015년 제3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개막작 이후 6년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작자 미상의 고전문학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짓고 들려주는 이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며 그 시절 이룰 수 없었던 절실한 꿈을 담아내고 있는 이번 작품은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우리의 것'에서 느껴지는 새롭고 아름다운 매력에 흠뻑 젖어들게 만들었다.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심청의 이웃에 살며 심청에게 젖동냥을 마지않았던 귀덕네(이지아)는 심청을 더 말리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며 그녀가 기억하는 심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Aejin Kwoun)

핵가족 시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예전 세대의 희생 가득한 ‘효’를 뛰어넘어 새로이 이웃의 관점으로 다시 보는 심청을 담은 작품 “심청전을 짓다”가 이 땅에 나고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답게’ 풀어내었다. 이번 작품은 한국적 정서가 듬뿍 깃든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대표인 김정숙 작가와 2020년 한국연출가협회 연출가상, 제20회 서울연극제 현대 소나타상 수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대상, 대한민국 국회문화대상 등을 수상하며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고 있는 상임연출가 권호성 연출이 함께 만나 변함없이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코로나에 지친 관객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치유해 주는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공양미 삼백석에 심청을 인당수에 바쳤던 남경상인(정래석)이 기억하는 심청의 마지막은 서글프고 서글프다. /(사진=Aejin Kwoun)

무대 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은 우리에게 우리가 살리지 못한 심청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애도하고 슬퍼해 주는 것은 살아남은 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일는지 모른다고 말을 건네다. ‘심청‘도, ’연꽃‘도, ’구중궁궐‘도 전혀 나오지 않는 심청의 이야기 “심청전을 짓다”에는 당시 심청이를 살리지 못한 친구와 이웃, 그리고 심청이를 인당수에 인신 공양했던 남경상인의 가슴 절절한 애도를 통해 ’심청‘ 주위의 시선을 세밀하게 비추어 낸다.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열녀비'로 인해 야반도주를 감행한 아씨(이예진)와 만홍(박옥출)은 조선시대 유교의 허상과 폐해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Aejin Kwoun)

하나의 이야기는 듣는 이에 따라 각자 자신의 마음의 거울에 투영되어 들어오기에 이야기는 모두에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양반나리가 듣는 심청의 이야기는 만고에 길이 빛날 ’효심‘이지만, 수절과부에게는 자신을 죽인 그악한 ’불효‘이며, 불효자에게는 한 번이라도 흉내를 내고픈 간절한 ’효심‘이며, 귀덕이에게는 동무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한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극단 모시는 사람들만의 세심함으로 우리 고유의 정서인 ’효‘와 ’한‘을 사람 그리는 ’정‘으로 따뜻하게 풀어낸다.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조선시대 덕목이라 여기던 '관혼상제'는 유교를 잇는 양반들의 유물이었을 뿐인 시대에서, 자신의 어미에게 꽃신을 신겨주고 비단옷을 입혀주고 꽃상여를 태워주는 것이 소원이라던 개동에게 '효'란 무엇일까? /(사진=Aejin Kwoun)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조선시대 덕목이라 여기던 '관혼상제'는 유교를 잇는 양반들의 유물이었을 뿐인 시대에서, 자신의 어미에게 꽃신을 신겨주고 비단옷을 입혀주고 꽃상여를 태워주는 것이 소원이라던 개동에게 '효'란 무엇일까? /(사진=Aejin Kwoun)

양반나리 역은 신문성 배우와 고훈목 배우의 더블캐스팅으로 각자의 캐릭터로 서로 다른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해 주었다. 우연히 비를 피해 모여든 서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이야기를 고하고 허락을 구하게 되는 대상인 양반나리와 함께 하는 호위무사로 보이는 선달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주로 들어줄 뿐이다. 그리고 그 당시 사회의 초간이 되었던 질서를 무너뜨릴지도 모를 사건에 대해 자신들은 아무것도 듣거나 보지도 못했다 할 뿐이다. 이는 고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탈의 성격의 강한 지배자의 면모를 지닌 전형적인 양반상을 탈피하고 도덕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서로 다른 느낌의 양반나리를 보여준 신문성 배우와 고훈목 배우 /(사진=Aejin Kwoun)

코로나로 지친 세상에 보내는 ’위로‘로 빚어낸 한 잔의 탁배기 같은 연극 “심청전을 짓다”를 만난 관객들은 마음속에 또 다른 그들만의 ’심청‘의 이야기 하나가 지어지는 경험을 가졌다. 1989년 창단 공연 ’반쪽이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창작극만을 올리며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강아지 똥‘ 등 10년 이상씩  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자신들만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오는 10월 8일과 9일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 창작극 “가나다라의 비밀”을 알과 핵 소극장에서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다음 작품에서 김정숙 작가이자 연출은 우리에게 어떤 목소리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큰 기대가 모아진다.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심청 친구 귀덕이로 분한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이수자 황애리 배우가 서낭당에 홀로 남아 부르는 '심청가'를 듣고 있노라면 힘들었을 심청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천천히 영화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사진=Aejin Kwoun)
"심청전을 짓다" 공연사진 | 심청 친구 귀덕이로 분한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이수자 황애리 배우가 서낭당에 홀로 남아 부르는 '심청가'를 듣고 있노라면 힘들었을 심청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천천히 영화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사진=Aejin Kwoun)

한 번쯤 들어봤거나 친숙한 고소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 시절 인물들을 그린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읽다‘ 시리즈, 여자전 4부작은 전통에 대한 현대적인 이해뿐 아니라 입과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던 구전(口傳) 소설만의 매력을 새로이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외국의 고전을 텍스트로 삼아 동시대적 변형을 한 공연이나 창극의 형태로 만나오던 우리의 고전과 다른 결로, ’우리의 것‘이 연극으로도 매우 다채롭게 태어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숙영낭자전을 읽다‘, ’소녀‘, 꽃가마’와 함께 이번 작품 ‘심청전을 읽다’를 한 번에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2007년 출판되었다가 10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던 故 김서령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의 ‘여자전’의 짧지만 너무나 진한 이야기들과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여자전'이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심청전을 짓다"를 함께 만든 사람들 /(사진=Aejin Kwoun)
"심청전을 짓다"를 함께 만든 사람들_양반나리(고훈목), 작가(김정숙), 조명오퍼(조현겸), 분장(김선희), 분장(주찬양), 기획(강현하), 조연출(노유진), 조명(박철영), 연출(권호성)
아씨(이예진), 만홍(박옥출), 개동엄마(박은미), 귀덕(황애리), 양반나리(신문성), 귀덕이네(박지아), 선달(문영욱), 음향오퍼(박주용), 남경상인(정래석), 개동(최상민) | 캐릭터별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의상은 전주를 오가며 연극판의 의상을 애정스레 만들어 오고 있는 박현주 의상디자이너의 작품이다. 그리고 공연 시작부터 끝 무렵까지 젯상밑에 숨겨진 개동엄마라는 아무나 한다하기 어려운 역할을 스스로 자원하며 극단의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사진=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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