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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 '제92조6' 삭제될까
  • 구자원 기자
  • 승인 2018.01.05 11:19
  • 수정 2018.01.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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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존=구자원 기자] 지난 해 4월 17일, 근무 중 휴게시간에 독신자 숙소에서 타 부대 군인과 합의된 성관계를 한 A 대위가 구속됐다. 군형법 제92조6인 추행죄 혐의로 기소된 A 대위는 1심 군사 법원에서 징역 6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 대위를 처벌해선 안 된다는 탄원이 잇따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휴직 기간만큼 전역이 미뤄질 것이 부담된 그는 결국 항소를 포기했다. A 대위의 유죄판결로 인해 군형법 제92조6의 위헌성이 다시금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현재 군형법 제92조6의 폐지안이 국회에 발의돼있다. 군형법 제92조6에 대한 위헌 소송 대리인단도 구성되는 등 폐지 움직임이 활발하다. 폐지 움직임이 활발한 동시에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전망이 엇갈리는 상 황이다.

▲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지내야 했다. 성 지향성을 들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 군대를 제대한 성소수자 A씨.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헌법재판소 판결은 세 차례 ‘합헌’
군형법 제92조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 다’고 명시한다. 군형법 제92조1 ~ 제92조5가 군 내 합의되지 않은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라면, 6은 동성 군인 간 모든 성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다. ‘희망을 만드는 법’ 류민희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군 내 이성 간 성관계엔 관여하지 않고 동성 간 성관계만 처벌하기에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개인의 사생활과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도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군형법 제92조6은 2002년과 2011년, 2016년에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결정을 받았다. ‘군의 건전한 생활과 전투력 보존’을 위해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차등적 형사처분이 인정된 것이다.

일각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제92조6 합헌 판결의 기저에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자리한다고 지적한다. 심기용 전 대학성소수자모임 연대의장은 “군형법 제92조6은 ‘동성애자는 성 충동을 참지 못하는 위험한 사람’이 라는 비과학적 통념을 전제로 한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류민희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제92조6의 전제인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공포의 정당성 여부를 우선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혐오논리에 근거해 조항의 합헌 여부를 판단했다”며 “이 조항이 합헌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군 기강과 특정한 성적 지향의 관계에 대한 논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군 내 성폭력, 권력관계 문제
국방부는 군 기강을 위해 군형법 제92조6을 둬 동성 간 성행위를 엄벌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군 복무 중인 한 장교는 “전시에 전투를 수행하는 집단이기에 군 내 동성애는 전투력 측면에서 본질을 심각하게 해칠 것”이라며 “또 폐쇄적인 군의 특성상 동성애자로 인한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군형법 제92조6 폐지를 반대했다.

하지만 군 내 성폭력의 실상은 사회 통념과 다르다. 2004년 발표된 한국성폭력 상담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 조사 참여자 중 성폭력 가해자로 군 교도소에 수감됐던 8명 모두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라며 강한 혐오증을 드러냈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팀은 “군 내 성폭력이 성적 지향과는 관계없이 위계와 결합된 권력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군형법 92조6 개정안을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 또한 “군 내 성폭력은 성 지향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상·하급 권력관계의 문제”라며 “병영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할 때는 동성·이성애에 대한 구분 없이 처벌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자를 보호하는 국제인권법적 추세
국제사회는 수년 전부터 한국에 군형법 제92조6 폐지를 권고해왔다. 2012년 유엔 국가별 보편적 정례검토에 뒤이어 2015년 11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또한 “정부는 성소수자 개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폐지를 강력히 권고했다.

이에 입법부와 민간단체도 군형법 제92조6을 폐지하려고 노력해왔다. 2014년 3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19대 정기 국회가 끝날 때까지 계류된 채 폐기됐다. 이에 5월 24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같은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군형법 제92조6에 대한 네 번째 위헌법률심판도 예정돼있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군 성소수자 네트워크는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형법 제92조6 위헌제청’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위헌소송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주요 국가들과 같이, 한국 역시 평등과 인간 존엄을 존중하는 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은 제자리
A 대위 사건과 군형법 제92조6이 화두가 되면서 입대를 앞두고 있는 성소수자와 그 가족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비비안 씨는 “A 대위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날 아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이 기존에 비해 100배, 200배로 커졌다”고 토로했다. 심기용 의장은 “군형법 92조6에 의해 동성애자들은 색출 수사의 대상이 되는 등 일상적 감시에 노출된다”며 “현재로선 병역 거부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들의 우려에 따라 15일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입영 예정 성소수자를 대상 으로 한 상담 부스가 운영됐다. 해당 부스를 운영한 군인권센터의 김형남 간사는 “많은 입영 예정자들이 군형법상 추행죄의 적용과 군대조직에서의 아웃팅을 두려워한다”며 “인권침해사건 발생 시, 군인권센터를 포함한 각종 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평등한 사회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기용 의장은 “동성애를 범죄화하고 격리시키는 법의 폐지를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비안 씨는 “‘다양한 사회 속 모든 이가 평등하고 차별과 혐오는 지양해야 한다’는 교육이 초기 사회화 단계부터 진행돼야 한다” 고 말했다.

구자원 기자  newsfreezo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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